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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답하다 8] "인도네시아 여성의 지위와 역할이 약해진 이유는"

기사입력 2022.01.06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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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답하다 8] "인도네시아 여성의 지위와 역할이 약해진 이유는"

글: 조연숙 데일리인도네시아 편집장


‘책이 답하다’는 인도네시아나 동남아시아에 대해 가졌던 질문에 대한 답을 책에서 찾아보는 코너입니다. -편집자 주-

 

책 

제목: 동남아시아의 역사와 문화 여성이 이끄는 세계

저자: 조흥국  

출판사: 소나무 

출판일: 2019년 10월 30일 

 


동남아시아 역사와 문화 책표지.jpg

 

 인도네시아에서 음악회에 가거나 예배나 미사에 참석해 보면 대부분의 경우 지휘자가 여성이고 반주자 또는 연주자가 남성이다. 인도네시아 중고등학교 고적대는 남녀공학 학교에서도 지휘자가 여성이었다. 우리나라와 성 역할이 달라 보였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지휘자 또는 실질적인 가장 역할을 하는 여성들이 일반적일까? 아니면 내가 본 몇몇 사례가 특이한 걸까? 베트남을 배경으로 한 영화 ‘그린 파파야 향기’에는 남편은 풍류만 즐기지만 부인이 집안 살림을 하고 자녀를 키우고 더 나아가 제사와 같은 집안 대소사를 관장하고 장사를 해서 생계를 책임졌다. 여성이 실질적인 가장 역할을 하는 사례가 베트남에서만 그럴까? 아니면 인도네시아에서도 그럴까? 

 

 스리 물야니 인드라와띠 재무장관, 렛노 마르수디 외교부 장관, 마리 엘까 빵에스뚜 무역부 장관, 미란다 굴똠 전 인도네시아 중앙은행 수석 부총재 등 핵심부서의 장관을 여성이 수행한다.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 전 대통령은 수십 년간 재야정치인에서 부통령과 대통령을 거쳐 현 집권당의 총재직을 수행하고 있다. 메가와티가 수카르노 초대 대통령의 딸이라는 점과 개인의 역량을 고려하더라고 인도네시아 사회에서 여성의 지위와 역할을 드러내는 사례가 아닐까?   

 

 책 <동남아시아의 역사와 문화>는 여성에 대한 이해가 동남아시아의 문화와 사회를 제대로 알기 위한 기본적인 사항이라며, 중동의 이슬람권, 남아시아의 힌두·이슬람권, 동북아시아의 유교권 등 남성 중심적 사회와 비교할 때, 동남아시아는 여성의 지위가 남성의 지위보다 낮지 않았고 여성이 전통적으로 강한 역할을 해 왔다고 기술한다. 지위는 보다 공식적 차원에서 나타난 제도적 측면에서의 상황이고, 역할은 보다 비공식적 차원에서 실제 일상생활과 관련된 상황에 적용된다. 

 ‘책이 답하다’는 동남아시아 중에서도 인도네시아 부분을 중심으로 정리한다. 

   

책이 답하다 


묻다) 동남아시아에서 여성의 지위와 역할은. 

답하다) 대부분의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여성은 상좌불교, 유교, 이슬람 등 그 나라의 지배적인 종교에서 그리고 국가 행정 및 법 체제에서 남성보다 지위가 낮았다. 하지만 그들은 가정과 사회 특히 경제 활동에서는 오히려 남성보다 더 능동적이고 활발한 역할을 보여주었다. 


묻다) 여성의 강한 역할을 살펴볼 수 있는 동남아시아 토착 문화는 어떤 것들이 있나.  

답하다) 동남아시아 각 지역에서 결혼방식, 경제활동, 가정에서 여성의 역할, 가정에서 상속 및 재산 소유권, 성관계 등에서 남성과 여성의 상대적인 지위와 역할을 확인할 수 있다.  


묻다) 인도네시아 그림에는 논에서 모심기와 벼 베기 또는 장사 등 활동하는 여성들이 많이 보인다. 실제 생활에서도 여성들이 활동을 많이 하나.

답하다) 동남아시아 여성의 역할은 특히 벼농사의 모내기와 수확, 채소 재배, 베 짜기, 시장에서의 장사 등에서 두드러졌다. 이러한 여성의 역할은 농업 중심의 자급자족적 전통 사회와 대가족 제도에 기반을 두며, 출산이 갖는 모종의 주술적·제의적 힘과 연관된 것으로 인식되었다. 동남아시아에도 오래전부터 유교와 힌두교와 이슬람이 유입되어 사회와 문화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쳐 왔지만, 경제 활동에서 능동적이고 가정과 마을에서 주도적인 여성의 강한 역할은 없어지지 않았다. 


묻다) 인도네시아에서 표면적·공식적·상투적인 남성과 여성의 지위와 역할은.  

답하다) 인도네시아에서 남성에 대한 여성의 상대적 지위와 역할은 이슬람과 쁘리야이(Rriyayi) 계층의 젠더 인식에서 큰 영향을 받았다. 이슬람 경전인 꾸란(Quran)과 무함마드 및 초기 무슬림 지도자들의 언행록인 하디스(hadith) 등은 남성은 여성을 관리·보호하고 여성에 대해 권위를 갖는 우월한 존재로 그리고, 그에 비해 여성은 남성에게 복종적이어야 한다고 가르친다. 쁘리야이는 자바 전통 왕국 시대 귀족 관료로 그리고 19세기 이후 네덜란드 식민 시대 식민 행정 관료로 기능을 담당했던 집단으로, 역사적·사회적 맥락에서 볼 때 한국의 양반과 비슷한 개념의 사회계층이다. 

자바의 전통적인 엘리트층 문화를 형성해 왔으며 오늘날까지 그것을 대변하는 쁘리야이(priyayi) 계층은 모든 계층의 여성을 남성에 비해 정신적·도덕적·사회적으로 열등한 준재로 본다. 남성은 자제력과 안정성을 구비했지만 여성은 자제력이 결핍되어 있고 감정적이고 탐욕스러운 행동 특히 돈벌이하는 존재라는 것. 



묻다) 실제 생활에서 남성과 여성의 관계는. 

답하다) 자와의 많은 가정에서 실생활 차원에서는 아내가 남편보다 훨씬 강한 실질적인 힘을 소유하고 행사한다. 비록 아내가 남편에게 공식적으로 복종하지만, 가사의 결정을 내리고 가계 재정을 통제하는 것은 아내였다. 동남아시아 대부분 지역에서 이혼을 제기하는 것도 아내였다. 남녀 간 성적 관계도 여성 중심으로 이루어져 남성이 여성에게 성적으로 매력 있는 존재로 비치는 것이 요구됐다. 그리하여 전근대 시기 동남아시아 도처에서 남성은 성기를 수술해 거기에 다양한 형태의 금속 핀이나 금속 구슬을 삽입했는데, 그것은 본질적으로 여성의 성적 쾌락을 위한 것이었다. 전근대 시기 동남아시아에서 부부가 일찍 단산하는 풍습이 있었는데, 그 원인 중 하나는 아내가 스스로 출산을 조절하고 제한했기 때문이다. 


묻다) 실제 여성들의 경제활동은 어느 정도였나.  

답하다) 사실 자바에서 여성은 농산물, 천, 의복 그리고 다른 일용품의 소매에서 도매에 이르기까지 시장을 지배해왔다. 그리하여 중부자와에서는 가게가 남성에게 맡겨지면 망한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다고 한다. 오늘날에도 자바의 대부분 가정에서는 사회계층이나 직업에 상관없이 오늘날에도 아내가 집안의 돈을 관리한다. 그래서 많은 연구자는 자바 가정에서 여성의 지배적 위치는 그들의 경제적 역할과 연결됐다고 설명한다. 

자바 뿐만 아니라 인도네시아 다른 지역에서도 오래전부터 여성은 상업에서 활발하게 활동했다. 예로 16세기 중엽 말루쿠 제도에서 시장에서 흥정하고 사고파는 것은 여성이었다고 한다. 17세기 말 수마트라 북단의 아체에서 환전상의 대부분이 여성이었다고 전한다. 1820년대 기록에 따르면, 수마트라섬의 미낭카바우족의 어떤 도시에서는 어머니가 딸에게 가격의 오름과 내림을 분별하는 법을 가르치도록 권한다. 


묻다) 자바 사회에서 장사가 여성의 몫이 된 이유. 

답하다) 이슬람과 쁘리야이 계층의 직업과 젠더에 대한 인식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슬람의 공식적인 시각은 남성이 사회적 권위와 체면 그리고 영적인 힘에 더욱 관심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는 한편, 실생활적인 시각에서는 시장은 돈과 상품이 오가는 곳으로 탐욕과 정욕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공간이므로, 돈과 섹스에 대한 자제력이 약한 남성에게 적합하지 않다고 설명한다. 즉 남성이 여성보다 돈과 섹스에 대한 욕망에 대한 자제력이 없다고 보는 것. 쁘리야이의 경우, 관직을 명예로운 것으로 인식한 반면, 상업은 화인이나 아랍인 혹은 유럽인 등 외국인이나 하층민 혹은 여성의 활동 영역으로 보아 그것을 경멸했다. 

경제활동 특히 돈과 관련된 일을 ‘까사르(kasar, 천한)’한 일로 간주하고 제도적으로 낮은 신분 혹은 여성을 포함해 영적으로 저급한 사람이 하는 일로 여긴 것. 이러한 인식은 독립 이후에도 지속하였고 그것이 비(非)쁘리야이 계층에도 영향을 미쳐 자바 사회 전반에 상업 및 비즈니스 활동에 대한 경시 풍조가 형성되어 왔다. 


묻다) 인도네시아 전통 결혼제도에서 확인할 수 있는 여성의 지위. 

답하다) 중국 사료 「제번지」에 따르면, 13세기 자바에서는 신랑 측이 신부 측에게 결혼할 때 금을 주었다. 또 결혼 후 부부는 대개 남편의 마을이 아니라 아내의 마을에서 살림을 차렸으며, 재산은 부부 공동으로 소유·관리되었다. 자바와 말레이시아의 '결혼 금(mas kawin)'은 신랑 측에서 신부 측에 돈이나 기타 재산 가치가 있는 것을 보내는 것으로, 일종의 몸값 지급으로 볼 수 있는 이러한 관행은 여성의 높은 경제적 가치에 대한 대가이다. 술라웨시 섬 중부 고산지대 주민들은 신혼부부가 신부의 부모 집이나 그 부근의 집에서 살며, 남편은 처남들이나 아내 누이들의 남편들과 가까이 지낸다. 또 막내딸이 친정 부모를 봉양하고 부모의 부동산과 동산의 대부분을 상속받는다.  


묻다) 인도네시아에서 재산 소유와 유산상속에서 확인할 수 있는 여성의 지위. 

답하다) 인도네시아 많은 지역에서 토지, 집, 현금, 귀금속 등을 포함한 유산 상속에서 딸은 아들과 동일한 비율의 재산을 부모에게서 물려받는다. 여성은 남편과 별도로 자신의 재산 특히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을 소유하고 그것을 마음대로 처분할 수 있고, 이혼 시 그것을 모두 갖고 갈 수 있으며, 남편과 공동으로 소유하는 재산은 그 반을 갖고 갈 수 있다. 


묻다) 모계사회를 설명할 때 미낭카바우족을 많이 예로 든다. 

답하다) 미낭카바우족은 현존하는 세계 최대 모계사회이다. 미낭카바우족은 인도네시아에서 이슬람 신앙이 독실한 종족 가운데 하나로 알려졌지만, 아닷(adat) 즉 전래의 토착적 관습에 따라 가정에서 논과 집 그리고 금과 보석 등의 재산을 딸에게 물려준다. 또 조상신을 모신 가문 공동 소유의 ‘루마 가당(rumah gadang)’ 즉 ‘큰 집’과 가문 공동 소유의 토지도 집안의 여성에게 상속된다. 한마디로 여성이 모든 것을 소유한다. 집안을 이끌고 가문의 대를 잇는 것도 딸이다. 집안의 중요한 일에 대한 최종 결정권은 가문의 원로 여성인 ‘인두아(induah)’에게 있다. 집안을 총괄하고 대표하는 인두아는 공식적인 차원뿐만 아니라 실제적인 차원에서도 가장이자 족장이다. 가정에서 여성의 이러한 지배적인 위상과 불가결한 역할 때문에 미낭카바우족은 자녀 중 딸만 자식으로 친다. 아버지와 아들 등 남성은 집을 떠나 밖에서 나돌지만, 여성은 자식들을 키우고 집안을 돌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낭카바우족 사회에서는 딸 출산에 대한 압박이 전통적으로 강하다. 


묻다) 인도네시아를 포함한 동남아시아에서 여성의 지위와 역할이 약화한 원인. 

답하다) 식민정부와 유럽 및 중국상인의 유입 그리고 산업화 등으로 인해 여성의 지위와 역할은 약화되고 남성의 역할이 강화된다.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유럽 상인과 화상의 활동이 증가하면서 해외무역과 도매업 분야에서 토착민 여성의 상업 활동이 위축되었고, 여성의 상업 활동은 주로 소매업에 국한되게 된다. 

 비교적 일찍 유럽 열강의 식민지가 된 인도네시아와 필리핀은 여성 중심적 가정 구조와 가계 운영을 못마땅하게 본 식민정부와 선교사에 의해 약화하였다. 남성의 성기에 금속구슬을 집어넣는 관습도 이슬람과 기독교 영향으로 동남아시아 대부분 지역에서 점차 사라진다.

 특히 여성의 경제적 역할을 약화한 것은 16세기 이후 유럽인 및 중국인 상인의 유입과 20세기 중엽 이후 산업화와 긴밀한 관계가 있다. 동남아시아 여러 나라에서 자국 경제 성장을 추구한 정부들은 제조업을 중심으로 한 수출산업을 발달시키기 위해 외국인 투자를 가능한 한 많이 유치하려 했으며, 이를 위해 저렴한 노동력을 확보하고 제공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러한 산업 정책에 따라 많은 여성이 도시 및 공단 지역에서 남성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을 받는 근로자로 일했으며, 이로써 그들의 가정과 마을에서의 전통적인 역할이 약화하거나 심지어 상실되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독립 후 정부가 서구적 가치관에 입각한 부계 친족 제도와 핵가족 제도를 도입하고 남편의 가장으로서의 위상을 강조하는 정책을 펼쳤다. 


묻다) 동남아시아에서 여성의 위치를 보여주는 기록들.   

답하다) 1526년 제작된 것으로 알려진 한 중국 지도는 동남아시아를 “여성을 귀하게 여기고 남성을 천하게 보는” 야만인 지역으로 규정했다. 포르투갈인 신부 안토니우 갈방은 16세기 중엽 인도네시아 말루쿠 지역에서 “딸이 많으면 많을수록 그는 더욱 더 부자다”고 묘사했다. 

 미국 인류학자 힐드레드 기어치는 1950년대 자바 농촌에서 여성의 역할을 다음과 같이 묘사한다. "벼농사 주기에 전통적으로 여성은 특정한 임무를 수행한다. 수확이 끝난 후 여성이 쌀을 운반하고 드물게 남성이 참여한다. 그리고 종종 금전적인 거래를 포함해서 쌀에 대한 처분도 또한 여성의 손에 달려 있다. 시장은 여성이 독점하고, 성공한 부자 도매업자 중에도 남성에 버금가는 (부를 가진) 여성이 많다. 여성은 남성과 동일하게 자유로우며 또한 자신감 있게 재산을 소유하고 처분할 수 있다."

 영국 동인도회사의 토머스 스탬퍼드 래플스 경은 1817년에 다음과 같이 썼다. "(자바에서) 남편이 금전과 관련된 일을 전적으로 아내에게 맡기는 것은 흔하다. 여성은 혼자서 시장에 나가 사고파는 모든 용건을 처리한다. 속담에 자바 남성은 돈과 관련된 일에서는 바보라고 말한다."  

 말레이시아 느그리슴빌란 주에 속한 즐레부 지역에는 다음과 같은 속담이 20세기 초에 퍼져 있었다. "결혼한 남자는 (가라고) 지시하면 가야 하고 (가지 말라고) 금하면 멈춰 서야 한다···. 아내의 친척들 사이에 있는 신랑은/ 두리안 사이에 있는 오이와 같다./ 만약 그가 그들에 대항해 구르면 그가 다친다/ 그리고 만약 그들이 그에 대항해 구르면 그가 다친다." (끝)  [한인뉴스 2021년 1월호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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