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김상균의 식물원 카페 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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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균의 식물원 카페 110

기사입력 2021.11.03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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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월


                                 나희덕



       산에 와 생각합니다

       바위가 山門을 여는 여기

       언젠가 당신이 왔던 건 아닐까 하고

       머루 한 가지 꺾어

       물 위로 무심히 띄워보내며

       붉게 물드는 계곡을 바라보지 않았을까 하고

       잎을 깨치고 내려오는 저 햇살

       당신 어깨에도 내렸으리라고


       산기슭에 걸터앉아 피웠을 담배연기

       저 떠도는 구름이 되었으리라고

       새삼 골짜기에 싸여 생각하는 것은

       내가 벗하여 살 이름


       머루나 다래, 물든 잎사귀와 물

       山門을 열고 제 몸을 여는 바위

       도토리, 청설모, 쑥부쟁이뿐이어서

       당신 이름뿐이어서


       단풍 곁에 서 있다가 나도 따라 붉어져

       물 위로 흘러내리면

       나 여기 다녀간 줄 당신이 아실까

       잎과 잎처럼 흐르다 만나질 수 있을까

       이승이 아니라도 그럴 수는 있을까



                                            『그곳이 멀지 않다』 문학동네, 2004




3일 식물원카페.jpg



 “단풍 곁에 서 있다가 나도 따라 붉어져/물 위로 흘러내리면/나 여기 다녀간 줄 당신이 아실까/……”

 벌써 11월입니다. 하루하루 단풍색이 짙어가며 가을이 번져가고 있습니다. ‘단풍 곁에 서 있다가 나도 따라 붉어’지는 가을밤, Chet Baker의 ‘The Great Last Concert I-II’ LP 음반을 듣습니다. 그의 생애 마지막 연주가 되어버린, 독일 하노버에서의 공연 실황을 담은 음반에는 삶의 마지막 순간에 다다른 것을 감지한 듯한 목소리와 회한이 가득 느껴집니다. 이 음반은 가을이 우리에게 가져다주는 정조(情操)에 너무 잘 어울리다 못해 우울한 감성에 젖게 만들고는 합니다. 11월부터 ‘위드 코로나’가 시작되었습니다. ‘대한민국 숙박대전’에도 참여하셔서 깊어가는 가을 정취를 맛보시기 바랍니다.


 모두가 코로나19 팬데믹을 조속히 극복할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바라며, 모든 생명에게 평화와 행복이 가득하기를 기원합니다.



Chet Baker의 ‘I Get Along Without You Very Well(마지막 공연 Live)’입니다.





김상균 시인.jpg

 

김상균 약력

 김상균 시인은 서울 출생으로 부산대학교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1985년 무크지 <가락>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시집으로 <자작나무, 눈, 프로스트>와 <깊은 기억> 등이 있다. 대학 강사와 고등학교 교사를 거쳐 KAIST 부설 한국과학영재학교에서 교감으로 퇴임하였다. 다수의 사진전을 개최한 바 있는 사진작가이며, 일찍부터 영화와 음악에 대한 시와 글을 써온 예술 애호가이자, 70년대 후반부터 배낭여행을 해온 여행 전문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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