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김상균의 식물원 카페 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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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균의 식물원 카페 98

기사입력 2021.07.07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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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희동에서의 일거逸居 3


                                                     김상균



              천상의 주렴珠簾이던가 

              등꽃, 쉼 없이 나부끼네

              바람마저 술렁이네


              비탈에 들어서자

              숲은 새들을 날리는데

              슬그머니 는개는 차올라

              큰 숨 들이키면

              아카시나무 꽃향내에 나는 

              하얗게 희석되네


              그 화려한 모란도 꽃잎을 떨구더니만

              이 호사豪奢의 또 하루가 가는구나

              돌아서는 길가

              찔레꽃이 그윽하게 나를 다독이네

 

 

              7일 식물원카페.jpg


  “그 화려한 모란도 꽃잎을 떨구더니만/이 호사豪奢의 또 하루가 가는구나”

  6월 말에 연희문학창작촌을 나왔습니다. 석 달의 시간이 어떻게 지나가 버렸는지 아쉬운 마음만 가득합니다. 민들레 꽃씨가 바람을 희롱하던 사월과 조팝나무 흰 꽃이 무리 지어 피어나던 창가의 오월, 장미와 금계국 흐드러지던 유월은 어느덧 과거의 일이 되었네요. 석 달을 버텨낸 짐을 싣고 나오자마자, 스틸 촬영하러 평창과 정선을 다녀오니 어느새 장마를 마주하고 있습니다. 가버린 시간은 늘 덧씌워지기 마련이긴 합니다만 이번 석 달을 돌이켜보면, 무언가로부터 쫓기는 듯한 ‘불안’을 느끼지 않고 살 수 있었던,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처음 경험하는, 온전한 시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네 삶이란 게 굳이 그리하지 않아도 될 터인데 왜 재고, 경쟁하면서 정신까지 황폐해져야 하는지 말입니다.


  모두가 코로나19 팬데믹을 조속히 극복할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바라며, 모든 생명에게 평화와 행복이 가득하기를 기원합니다.



  Ben Folds의 ‘The Luckiest’입니다.

 




김상균 시인.jpg

 

김상균 약력

 김상균 시인은 서울 출생으로 부산대학교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1985년 무크지 <가락>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시집으로 <자작나무, 눈, 프로스트>와 <깊은 기억> 등이 있다. 대학 강사와 고등학교 교사를 거쳐 KAIST 부설 한국과학영재학교에서 교감으로 퇴임하였다. 다수의 사진전을 개최한 바 있는 사진작가이며, 일찍부터 영화와 음악에 대한 시와 글을 써온 예술 애호가이자, 70년대 후반부터 배낭여행을 해온 여행 전문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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