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신성철] 윤여정표 영어의 교훈 “외국어 이렇게 하는 거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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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철] 윤여정표 영어의 교훈 “외국어 이렇게 하는 거였어!”

기사입력 2021.07.01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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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정표 영어의 교훈 “외국어 이렇게 하는 거였어!” 

글: 신성철 데일리인도네시아 대표 / 한인뉴스 논설위원


배우 윤여정이 무대에 올라 영어로 말문을 열자, 객석에서 웃음과 환호가 터져 나왔다. 최근 영화 ‘미나리’로 세계 최대 무대라고 말할 수 있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일흔 네살의 노배우 윤여정은 “This is the result because mommy worked so hard.”(이건 엄마가 열심히 일한 결과물이란다)라며, 전문 통역사 없이 주눅들지 않고 당당하고 자연스러운 영어로 관객과 세계인의 마음을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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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카상 수상식에서 배우 윤여정이 수상 소감을 말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영어의 기교보다는 오랜 기간에 걸쳐 연기로 다져진 윤여정은 한국인에게 특히 나이든 세대에게 묻어뒀던 영어의 꿈을 다시 꺼내 들게 했다. 윤여정표 영어는 “나이가 먹어서 영어가 될까?"라는 의구심을 버리게 했고, 우리나라 영어 교육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해 주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영어로 말할 때 문법에 맞춰 원어민스러운 발음으로 말해야 잘 한다는 기준을 갖고 있다. 하지만 극히 한국적인 억양을 구사하는 윤여정 영어는 중학교 2학년 정도의 어휘를 사용하면서, 발음과 강세(stress)가 정확해 영어권은 물론 세계인 모두가 알아듣는 의사소통에 중점을 둔 이른바 글로비쉬(Globish=Global+English)이다. 더욱 중요한 건 하고 싶은 표현은 다 하는 윤여정표 영어는 말 속에 꾸밈이 없는 진심과 유머와 위트가 더해져 청중의 공감을 이끌어낸다. 이게 진정한 의사소통이다. 전문 통역사를 통해 수상소감을 전달했다면 더 세련된 영어 표현이 됐겠지만 의미와 감정 전달은 약했을 것이다.


수년 전부터 인도네시아에 사는 한인들에게 ‘인도네시아어와 영어 중 무엇을 써야하나’하는 고민이 생겼다. 현지에서 외국인인 한인이 자카르타를 비롯한 대도시 레스토랑에 가면, 인도네시아인 종업원이 영어로 말을 건네며 주문을 받는다. 이때 자연스럽게 인도네시아말로 주문을 하지만 왠지 영어로 답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더욱 심각한 건 비즈니스 미팅이나 세미나에서 영어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 결국 영어 공부를 다시 시작하는 한인들이 늘었다.


2억 7천만명이 넘는 세계 4위 인구 대국 인도네시아는 세계 최대 섬 나라이며 300여 종족과 500여 지방어가 공존하는 특성상 국가통합을 위해 인도네시아어 교육을 강화해왔다. 32년 간 인도네시아를 철권 통치한 수하르토 정권 때는 모든 표기를 인도네시아어로 하도록 강제했다. 하지만 1998년 외환위기로 촉발된 민주화운동으로 수하르토 정권이 무너지고 개혁시대를 맞이하면서 정치, 경제와 사회·문화 등 전반적으로 큰 변화를 맞는다. 1999년 개혁시대를 연 압두라만 와힛(일명 구스두르) 대통령이 다원주의를 주창하며 중국문화를 비롯한 외국문화에 대해 규제를 풀자, 영어로 수업을 진행하는 사립학교가 급증하고 영어교육 열풍이 불면서 특히, 교육계와 비즈니스 분야에선 영어 사용이 크게 늘고 있는 추세다.


수하르토 정권이 붕괴된 후 20년 넘게 영어로 수업하는 학교 수백개가 문을 열었고 상대적으로 학비가 저렴한 학교는 원어민 교사를 구하지 못할 경우 영어를 잘하는 내국인을 고용해 부족하지만 일부 과목을 영어로 가르치고 있다. 이 같은 교육을 받은 인도네시아 젊은이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면서 일상에서 영어 사용이 급속도로 증가했다. 


일반적으로 인도네시아에서 대학을 졸업한 사람들은 서툴지만 영어로 기본적인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한국인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그 이유를 분석해보면, 인도네시아어는 영문 알파벳을 사용하는 만큼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어릴 적부터 알파벳에 익숙해서 쉽게 영어와 친숙해 질 수 있다. 영어에서 차용한 인도네시아어 어휘도 많고 영어와 어순도 비슷해 영어에 대한 접근성이 높다. 인도네시아 사람에게 있어서 영어 학습환경은 우리보다 낫다. 


반면 한국인에게 영어는 우리말과 언어 구조가 다르고, 우리말에 없는 강세가 있어서 배우기가 쉽지 않다. 또한 우리나라의 입시 중심의 영어교육은 시험용인 만큼 실용성 면에서는 떨어진다. 영어로 말하면 잘난 척한다는 사회적인 분위기도 영어학습에 장애가 되기도 한다. 


필자는 최근 입시 중심의 한국식 영어 교육의 한계를 온몸으로 체험하고 있다.  30여년 동안 인도네시아에 살면서 직장생활을 했고 이후 뉴스미디어를 운영하면서 주로 인도네시아어와 영어로 된 글을 읽고 우리말로 기사문을 작성하는 일을 해왔다. 당연히 모든 수업을 영어로 진행하는 대학원에 진학해도 무리가 없을 줄 알았다. 하지만 실제로 영어로 강의를 듣고 내 의견을 발표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이었다. 결국 영어 말하기와 쓰기 등 전반적인 공부를 다시 시작했다. 매일 영어문장을 통으로 중얼거리며 암기하고 있다. 요즘은 걸으면서 중얼거려도 마스크를 쓴 덕에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아도 된다. 인도네시아어를 공부할 때도 느낀 점이었지만 영어도 글이 아닌 말로 눈이 아닌 입으로 소리를 내어 몸이 기억하게 해야 한다. 


정보를 입력하는 듣기와 읽기도 중요하지만 내 생각과 감정을 밖으로 내어놓는 말하기와 쓰기도 배우고 훈련해야 한다. 모국어인 우리말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면, 평소에 듣기와 말하기는 일상적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별다른 문제점이 없으나, 글쓰기와 발표하기는 별도의 훈련이 필요하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말로 자기소개서를 쓰거나 대중 앞에서 발표할 때 당황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특히, 입시 중심의 영어 교육을 받아온 한국사람은 원서는 줄줄 읽지만 듣기와 말하기, 쓰기는 잘 못하는 경우가 흔하다. 반면, 비영어권의 외국인들은 잘 읽지 못하지만 말은 청산유수인 경우를 우리는 보아왔다.


저명한 작가이자 저널리스트인 말콤 글래드웰의 저서 ‘아웃라이어(Outliers)’에는 '1만 시간의 법칙'이란 말이 나온다. 한 가지 일에 큰 성과를 이루기 위해서는 1만시간 동안의 학습과 경험을 통한 사전 준비 또는 훈련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말이다. 영어 공부 좀 했다는 사람은 적어도 1만시간 이상과 많은 영어교육비를 투자했다. 하지만 원서 읽기 이외에 다른 영역의 실력은 비참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언어 공부는 목적은 아니지만 강력한 도구이다. 인도네시아 거주 한국인들에게는 국제공용어인 영어와 현지어인 인도네시아어가 하늘 높이 날 수 있는 양쪽 날개라고 말할 수 있다. 진심을 전하는 도구인 언어를 통해 목표로 하는 해외여행과 비즈니스, 학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편안하게 외국어를 구사해 더 높은 꿈을 이루기를 기원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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