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김상균의 식물원 카페 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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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균의 식물원 카페 97

기사입력 2021.06.23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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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평 장날


                                                   김상균



       할머니 서넛, 장터 나무 아래 앉았다

       발치 그릇에 소복한 빨간 열매

       이름이 포리똥이란다

       포리똥이요? 되물으니

       한 분이 통역하길

       열매 겉에 파리 똥 싸놓은 것 같아서 그러는데

       보리수나무 열매란다

       그러고 보니 갸름한 앵두 같은 얼굴에

       갈색 여드름이 빼곡하네


       5, 10일에 서는 창평 장場에는

      여기저기 마늘 접이 쌓이고

      미꾸리, 장어, 한과漢菓에 뻥튀기까지

      청명한 오월 마지막 날

      국밥집마다 사람 그득

      장터에는 인심 좋은 얼굴들 그득



        23일 식물원카페.jpg



 장날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다녀보면 그곳 사람들의 성정(性情)과 삶의 체취를 느끼게 됩니다. 그래서 여행을 할 때면 시장과 장터를 돌아보곤 합니다. 물론 장날, 사람들의 들뜬 모습과 흥청거림은 이젠 어디에도 없는 듯합니다. 하지만 장터에 무언가를 팔러 나와 앉은 사람들의 표정과 건네는 말투에서 그 지역 사람의 인심을 엿보게 됩니다. 파는 사람이나 사는 이 모두 넉넉하고 정겨운 모습은 연고 없는 낯선 길손에게도 따스함이 옮겨오기 마련입니다. 요즘은 그런 기대를 하지 않고 들여다보게 되는데 그래도 안도감을 주는 마을과 사람들이 있어서 다행스러운 마음입니다.

 그렇다고 해도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런 마음을 갖게 하는 것은 70대 이상의 어르신들 덕분인 듯합니다. 손님인데도 친자식에게 하듯 한 줌이라도 더 쥐여주려고 하고, 그냥 먹어보라고 권하기도 하며, 자신의 이익을 우선하기보다 먼저 상대 마음을 헤아리는 듯한 어르신들의 모습에선 안분자족(安分自足)의 삶이 느껴집니다. 경제적 풍요의 혜택을 상대적으로 적게 받았음에도, 자식들도 다들 도회로 떠나버려 고적한 생활을 함에도, 그런 마음 씀씀이를 가지고 계신 점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우리에게 보여주시는 것 같아 머리가 숙어집니다.


 모두가 코로나19 팬데믹을 조속히 극복할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바라며, 모든 생명에게 평화와 행복이 가득하기를 기원합니다.



 산울림의 ‘너의 의미’입니다.

 



김상균 시인.jpg

 

김상균 약력

 김상균 시인은 서울 출생으로 부산대학교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1985년 무크지 <가락>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시집으로 <자작나무, 눈, 프로스트>와 <깊은 기억> 등이 있다. 대학 강사와 고등학교 교사를 거쳐 KAIST 부설 한국과학영재학교에서 교감으로 퇴임하였다. 다수의 사진전을 개최한 바 있는 사진작가이며, 일찍부터 영화와 음악에 대한 시와 글을 써온 예술 애호가이자, 70년대 후반부터 배낭여행을 해온 여행 전문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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