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회사 조치가 못마땅했는지 김 과장이 걸찍하게 취해서 회사에 대한 불만을 한참을 늘어놓더라고.”
“직원 몇몇은 듣고 있기 거북했는지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휑하니 나가버리더라고.”
내 생각과 입장이 있듯이 다른 사람들 또한 각자 나름의 생각과 입장이 있다는 것을 인정 못할 때가 있습니다. 다른 사람만 실수하고 잘못하는 것이 아니라 나 또한 실수도 하고 잘못을 하기도 한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처럼 행동하고 말할 때가 있습니다. 이는 내 잣대로 바라보고 판단하기 때문이지요. 내 생각. 내 뜻, 내 마음, 내 기분, 내 논리, 내……, 온통 내 속에 나뿐인 ‘나’, 다른 사람이 들어설 자리를 내 주지 않는 ‘나’를 마주할 때마다 떠오르는 노랫말이 있습니다.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 당신의 쉴 곳 없네.” 하덕규 작사 작곡 ‘가시나무’의 첫 소절입니다. 마치 ‘나’라는 틀에 갇혀 다른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지 못하는 내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합니다. 다른 사람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 곧 다른 사람을 온전히 존중하는 것임을 일깨워 줍니다.
오류를 찾으셨나요? 그렇습니다. 위의 두 문장은 다음과 같이 써야 맞습니다.
“이번 회사 조치가 못마땅했는지 김 과장이 걸쭉하게 취해서 회사에 대한 불만을 한참을 늘어놓더라고.”
“직원 몇몇은 듣고 있기 거북했는지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휭하니 나가버리더라고.”
‘액체가 묽지 않고 꽤 걸다’ 또는 ‘말 따위가 매우 푸지고 외설스럽다’, ‘음식 따위가 매우 푸지다’, ‘노래 따위가 매우 구성지고 분위기에 어울리는 데가 있다’ 등의 뜻으로 쓰이는 말은 ‘걸쭉하다’입니다. ‘걸쭉하다’를 ‘걸죽하다, 걸찍하다, 걸직하다’로 쓰는 경우를 자주 만나게 되는데 이는 모두 비표준어입니다.
“아이답지 않게 걸직한(×)/걸찍한(×)/걸죽한(×)/걸쭉한(○) 목소리로 트로트를 부르는 트로트 신동들도 많아.”
‘휭하니’는 부사로서 ‘휭하니 나가다’, 바람이 휭하니 불어오다‘와 같이 지체하지 아니하고 곧장 빠르게 가는 모양’을 일컫고자 할 때 사용하지요. 반면 ‘문이 휑하게 열려있다’, ‘빈자리가 휑하다’, ‘휑한 눈’ 등과 같이 막힘이 없이 환하거나 뚫려 있거나 또는 속이 비고 허전하거나 정기가 없다는 것을 나타내고자 할 때는 ‘휑하다’를 씁니다. 또한 이와 비슷한 소리를 가진 말로 ‘힁하다’가 있습니다. ‘놀라거나 피곤하거나 또는 머리가 어지러워서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머리가 띵하다’의 뜻으로서 “갑자기 머리가 힁해지는 느낌이야."와 같이 쓸 수 있지요.
“휑한(○)/휭한(×) 운동장이 이전처럼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떠드는 소리로 가득 찰 날이 올 거예요.”
♠ 알고 보면 쉬운 우리말, 올바르게 쓰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 중요!
* 한글 맞춤법, 표준어 검색을 위한 추천 사이트
국립국어원 http://www.korean.go.kr/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http://stdweb2.korean.go.kr/main.jsp
*이익범
이화여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자카르타한국국제학교 교사를 지냄. 현재 한국어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