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이 드러났는데도 여전히 어기장을 놓는 것은 스스로 책임이 있음을 인정하는 반증이라고 생각해.”

 “그들처럼 자신의 어리석음 때문에 스스로 괴멸의 길을 걸었던 사람들의 이야기는 역사 속에서도 쉽게 만날 수 있어.”

 ‘멸공’ 조기교육을 받으며 자란 세대는 북한에는 머리에 뿔 달린 괴물들이 살고 있다고 믿으며 유년을 보냈습니다. 당시 인기가 많았던 라면 과자, ‘라면땅’ 봉지에 그려 있던 뽀빠이 그림 속에 북한의 야욕이 숨어 있다는, 그럴싸한 그림풀이들이 떠돌았고 저 역시 불안한 마음으로 그 그림을 뜯어보면서 라면땅을 먹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사실이나 진실이 왜곡 날조되는, 이와 같은 일들은 돈과 권력에 대한 우리의 집착과 무지에 의해 그리고 이를 아무런 비판 없이 사실이나 진실로 믿는 또는 믿고 싶은 우리의 어리석음에 의해 지금 이 순간에도 만들어지고 유포되고 있습니다. 특히 인터넷 개인 방송이 가능해지고 검증되지 않은 정보들이 양산되고 쉽게 공유되면서 우리의 삶을 혼란에 빠뜨리기도 하지요. 삶을 기만하는 음모나 주장들은 늘 있어왔고 앞으로도 그럴 테지요. 정보 생산자이자 소비자인 우리들 각자가 스스로 ‘팩트 체크’를 할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참살이’는 내가, 우리가 깨어 있을 때 가능하겠지요.

 오류를 찾으셨나요? 그렇습니다. 위의 두 문장은 다음과 같이 써야 맞습니다.

 “진실이 드러났는데도 여전히 어깃장을 놓는 것은 스스로 책임이 있음을 인정하는 반증이라고 생각해.

 “그들처럼 자신의 어리석음 때문에 스스로 궤멸의 길을 걸었던 사람들의 이야기는 역사 속에서도 쉽게 만날 수 있어.”

 비틀림이나 휘는 것을 막으려고 문에 대각선으로 덧대어 붙인 나무를 ‘어깃장’이라고 합니다. ‘짐짓 어기대는 행동’. 즉 순순히 따르지 아니하고 못마땅한 말이나 행동으로 뻗대는 행동을 일컫는 의미로도 씁니다. 흔히 ‘어깃장을 놓다’, ‘어깃장을 부리다’와 같이 쓰이지요.  ‘어기장’ 또는 ‘어기짱’으로 쓰는 것은 오류입니다.

 “박 과장님은 왜 우리가 하는 일마다 어기장(×)/어깃장(○)을 놓으실까요?”

 ‘괴멸’은 ‘조직이나 체계 따위가 모조리 파괴되어 멸망함’을, ‘궤멸’은 ‘무너지거나 흩어져 없어짐. 또는 그렇게 만듦’을 뜻합니다. 소리와 의미가 비슷하여 자칫 혼동하기 쉽지요. 공격에 의해 파괴함을 뜻하고자 한다면 ‘괴멸’을, 자멸하듯 소멸함을 뜻하고자 한다면 ‘궤멸’을 사용하는 것이 적절합니다. 자칫 오해나 논란을 야기할 수 있으므로 상황에 맞게 신중한 선택이 필요한 한 단어지요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의 장기화로 새로운 산업이 부상하는가 하면 기존의 많은 산업들이 괴멸(×)/궤멸(○) 위기에 처해 있어요.” 

 다음은 어떨까요?

 “테러 집단은 결국 괴멸(○)/궤멸(○) 위기에 놓이게 되었어,”

 둘 다 사용이 가능하겠지요. 다만 공격에 의해 파괴되는 상황이라면 ‘괴멸’로, 스스로 도태되거나 자멸하는 상황이라면 ‘궤멸’로 써야겠지요.

♠ 알고 보면 쉬운 우리말, 올바르게 쓰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 중요!

* 한글 맞춤법, 표준어 검색을 위한 추천 사이트

국립국어원 http://www.korean.go.kr/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http://stdweb2.korean.go.kr/main.jsp

*이익범

 이화여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자카르타한국국제학교 교사를 지냄. 현재 한국어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