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김상균의 식물원 카페 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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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균의 식물원 카페 90

기사입력 2021.04.14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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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대와의 교신

      ―안개 속에서

 

                                                         김상균

 

     차의 불빛은 내 팔 길이만큼만 뻗어 있다

     아득해지는 시야

     숲 사이에서

     안개는 무럭무럭 자라난다

 

     참으로 묘하네

     사람이 들면 느낌이 없고

     기척 없으면 두려워지는

     묘하네, 묘해

 

     밖에 나서면

     물소리, 물소리

     정갈한 씻어내림

     연산홍 꽃잎에서

     거친 바위 결에서

 

     안개는 차창에서도 도톰하게 자라난다

 

                  전망시선 31 『자작나무, 눈, 프로스트』, 전망, 1996

 

식물원카페.jpg
사진 김상균

 

 

  “참으로 묘하네/사람이 들면 느낌이 없고/기척 없으면 두려워지는/묘하네, 묘해”

  봄비가 잦은 요즘입니다. 비 내리고, 밤이 되면 기온이 뚝 떨어졌다가 해 뜰 무렵이면 안개가 피어오르기도 합니다. 열흘 전에 서울 서대문에 있는 ‘연희문학창작촌’에 다시 들어와서 지내고 있습니다. 입촌한 문학인들의 다수가 서울 거주자이다 보니 밤이 되면 인기척조차 느낄 수 없는 넓은 공간에서 혼자 지내기도 합니다. 나름 쾌적한 공간에서 고마운 시간을 누리고 있습니다만, 새삼 ‘사람이 들면 느낌이 없고/기척 없으면 두려워지는’ 걸 느끼게 됩니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Henry David Thoreau)의 월든(Walden)이나, 윌리엄 예이츠(William Yeats)의 이니스프리의 호도(The Lake Isle of Innisfree)와 같은 초월주의, 자연주의, 낭만주의적인 삶을 꿈꾸면서도, 쉽사리 어쩌면 결코 그런 모습에 다가갈 수 없는, 태생적인 도회인(都會人)으로서의 한계를 다시금 받아들이게 됩니다.

 

  모두가 코로나19 팬데믹을 조속히 극복할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바라며, 모든 생명에게 평화와 행복이 가득하기를 기원합니다.

 

 

  Ella Fitzgerald의 ‘Misty’입니다.

   

 

 

  김상균 시인.jpg

  김상균 약력

  김상균 시인은 서울 출생으로 부산대학교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1985년 무크지 <가락>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시집으로 <자작나무, 눈, 프로스트>와 <깊은 기억> 등이 있다. 대학 강사와 고등학교 교사를 거쳐 KAIST 부설 한국과학영재학교에서 교감으로 퇴임하였다. 다수의 사진전을 개최한 바 있는 사진작가이며, 일찍부터 영화와 음악에 대한 시와 글을 써온 예술 애호가이자, 70년대 후반부터 배낭여행을 해온 여행 전문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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