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와의 교신
김상균
풀빛 머금은 달 그림자 속으로
나뭇잎 낮게 몸을 옮기고 있습니다.
운전석 문을 열고
따스한 기억 속으로 옮겨갑니다.
나 또한 낮게
벚나무에서 풀잎 위로
꽃잎의 자유로운 비행
가로등 불빛이 팔랑거립니다.
낮은 곳에서는 더 분명하게 보입니다.
점묘법으로 드러내는 사랑
바람을 타고 흐르는
이 봄에 눈雪길 펼쳐집니다.
전망시선 31 『자작나무, 눈, 프로스트』, 전망, 1996
“벚나무에서 풀잎 위로/꽃잎의 자유로운 비행/가로등 불빛이 팔랑거립니다./낮은 곳에서는 더 분명하게 보입니다./점묘법으로 드러내는 사랑/바람을 타고 흐르는//이 봄에 눈雪길 펼쳐집니다.”
서울에도 어느새 벚꽃이 한창입니다. 오늘 낮 찾았던 덕수궁에는 개나리, 벚꽃, 수양올벚꽃, 명자꽃, 진달래, 매화, 돌단풍, 조선 왕실을 상징하는 오얏(=자두, 李)꽃까지 고궁 여기저기서 제각기 봄 햇살 아래 미색(美色)을 뽐내고 있었습니다. 주말에 또 비 예보입니다. 그러면 벚꽃이 ‘이 봄에 눈雪길 펼쳐’놓겠죠 . 답답한 가슴으로 실내에 있지 마시고, 미루지 마시고, 틈나는 대로 곁에 있는 사랑스런 민들레에라도 애정이 어린 눈길 주시기 바랍니다.
모두가 코로나19 팬데믹을 조속히 극복할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바라며, 모든 생명에게 평화와 행복이 가득하기를 기원합니다.
이루마의 ‘Spring Rain’입니다.
김상균 약력
김상균 시인은 서울 출생으로 부산대학교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1985년 무크지 <가락>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시집으로 <자작나무, 눈, 프로스트>와 <깊은 기억> 등이 있다. 대학 강사와 고등학교 교사를 거쳐 KAIST 부설 한국과학영재학교에서 교감으로 퇴임하였다. 다수의 사진전을 개최한 바 있는 사진작가이며, 일찍부터 영화와 음악에 대한 시와 글을 써온 예술 애호가이자, 70년대 후반부터 배낭여행을 해온 여행 전문가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