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화開花
이호우(시조시인, 1912∼1970)
꽃이 피네 한 잎 한 잎
한 하늘이 열리고 있네
마침내 남은 한 잎이
마지막 떨고 있는 고비
바람도 햇볕도 숨을 죽이네
나도 아려 눈을 감네
한국대표 명시선 100 『한 하늘이 열리고 있네』 시인생각, 2013
“꽃이 피네 한 잎 한 잎/한 하늘이 열리고 있네//마침내 남은 한 잎이/마지막 떨고 있는 고비//바람도 햇볕도 숨을 죽이네/나도 아려 눈을 감네”
여기저기서 앞다투어 풀과 나무들이 꽃을 피우고 있는 봄입니다. 개화의 속도가 너무도 빨라서 가만히 보고 있으면 정말 ‘한 잎 한 잎’ 열리는 게 보일 정도입니다. 시인은 아마도 어느 꽃의 개화를 눈여겨보았던 듯합니다. ‘마지막 떨고 있는 고비’에는 ‘아려 눈을 감’을 수밖에 없게 되겠지요.
아동 학대와 어린이의 생명을 무참히 앗아가 버린 사건으로, LH 사태 등 물신(物神) 숭배가 당연시되어버린 세태로, 끊임없는 정쟁(政爭)으로 도배된 뉴스에서 벗어나 ‘생명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봄날이 되시기 바랍니다.
모두가 코로나19 팬데믹을 조속히 극복할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바라며, 모든 생명에게 평화와 행복이 가득하기를 기원합니다.
Kat Edmonson의 ‘Lucky’입니다.
김상균 약력
김상균 시인은 서울 출생으로 부산대학교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1985년 무크지 <가락>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시집으로 <자작나무, 눈, 프로스트>와 <깊은 기억> 등이 있다. 대학 강사와 고등학교 교사를 거쳐 KAIST 부설 한국과학영재학교에서 교감으로 퇴임하였다. 다수의 사진전을 개최한 바 있는 사진작가이며, 일찍부터 영화와 음악에 대한 시와 글을 써온 예술 애호가이자, 70년대 후반부터 배낭여행을 해온 여행 전문가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