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김상균의 식물원 카페 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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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균의 식물원 카페 84

기사입력 2021.02.24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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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

 

                                 이성부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너는 온다.

            어디 뻘밭 구석이거나

            썩은 물웅덩이 같은 데를 기웃거리다가

            한눈 좀 팔고, 싸움도 한 판 하고,

            지쳐 나자빠져 있다가

            다급한 사연 들고 달려간 바람이

            흔들어 깨우면

            눈 부비며 너는 더디게 온다.

            더디게 더디게 마침내 올 것이 온다.

            너를 보면 눈부셔

            일어나 맞이할 수가 없다.

            입을 열어 외치지만 소리는 굳어

            나는 아무것도 미리 알릴 수가 없다.

            가까스로 두 팔을 벌려 껴안아 보는

            너, 먼 데서 이기고 돌아온 사람아.

 

                                    오늘의 시인 총서 10 『우리들의 양식』 민음사, 1974

 

 


24일 식물원카페.jpg
사진 김상균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너는 온다./……/너, 먼 데서 이기고 돌아온 사람아.”

  매서운 추위와 폭설, 귀 아린 통증이 여전히 생생한데, 햇살 가득한 한낮이면 벌써 봄 내음이 느껴집니다. 아직도 꽃샘추위와 봄을 재촉하는 비가 여러 차례 번갈아 지나야만 만나게 될 봄일 테지만, ‘더디게 더디게 마침내 올 것’은 오고야 맙니다. 그것도 희망을 담고서…… 

  26일부터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되고 점차 접종 대상이 확대되면, 이번 여름을 넘길 때쯤이면 팬데믹의 위험도 점차 줄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품어봅니다. 아무리 늦더라도 올 연말은 코로나 없는 복된 새해를 꿈꿀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합니다.

 

  모두가 코로나19 팬데믹을 조속히 극복할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바라며, 모든 생명에게 평화와 행복이 가득하기를 기원합니다.

 

 

빨간의자의 ‘봄냄새’입니다.

 

 

김상균 시인.jpg

김상균 약력

  김상균 시인은 서울 출생으로 부산대학교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1985년 무크지 <가락>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시집으로 <자작나무, 눈, 프로스트>와 <깊은 기억> 등이 있다. 대학 강사와 고등학교 교사를 거쳐 KAIST 부설 한국과학영재학교에서 교감으로 퇴임하였다. 다수의 사진전을 개최한 바 있는 사진작가이며, 일찍부터 영화와 음악에 대한 시와 글을 써온 예술 애호가이자, 70년대 후반부터 배낭여행을 해온 여행 전문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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