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조연숙] '인도네시아 한인100년사'에 못다한 이야기(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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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연숙] '인도네시아 한인100년사'에 못다한 이야기(1)

기사입력 2021.01.18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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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이 글은 2020년에 12월 출간된 '인도네시아 100년사'를 취재하면서 한인들의 과거 삶을 살펴보았다. 하지만 모든 한인들의 삶을 한인사라는 책 한 권에 담기에는 지면에 한계가 있어 데일리인도네시아에 연재해 한인들의 소중한 발자취를 기록으로 남겨놓겠다.  

 

인도네시아에서 한국인으로 살아가기

글: 조연숙 데일리인도네시아 편집장 / 인도네시아 한인100년사 편찬위원

 

  “발리는 갔다왔는데 아직 인도네시아는 못 가봤어요”라고 말할 만큼 한국인에게 인도네시아는 낯선 나라다. 한국 정부가 신남방정책을 추진하면서 인도네시아가 자주 소개되지만 실제로 한국인들은 인도네시아를 잘 알지 못한다. 외국인과 외국문화에 대한 장벽이 높은 편에 속하는 한국인들은 대체로 1970년대부터 인도네시아에서 좌충우돌하며 하루하루를 살아냈다. 

 

숙소.jpg
2000년 한국계 목재회사의 한국인 숙소. [데일리인도네시아 자료사진]

 

 

1. 비행기 갈아타고 가는 나라  

  1990년대 이전에는 해외로 나오는 일이 쉽지 않았다. 한국인들은 취업이라는 높은 관문을 뚫은 후 까다로운 신원조회를 거쳐서 반공연맹(현 자유총연맹)이 주관하는 소양교육을 마친 후 여권을 발급받고 해외로 출국할 수 있었다. 공항에 배웅 나온 가족과 친구 등 10여명이 넘는 사람들과 인사를 하고, 회사 임직원 또는 심지어 사장님의 안내를 받아서 출국했다. 당시에는 대부분의 한국인들이 해외여행 경험이 없었다. 자카르타까지 직항노선이 없어서 홍콩 또는 싱가포르에서 환승하는 노선인 만큼 주로 한국 출장자나 휴가자들이 처음 출국하는 사람들을 안내했다. 다행이 자카르타가 최종 목적지라면 그곳에서 여행이 끝나지만, 다른 지역 특히 깔리만딴 또는 수마트라 등 다른 섬으로 가려면, 일단 회사가 마련한 숙소나 지인 집에서 자고 다음 날 국내선 비행기를 타고 지방도시로 이동한 후 거기서 자동차나 스피드보트로 근무지까지 갔다.   

  한편 인도네시아에서 한국으로 가려면 출국세(Fiscal tax)를 내야 했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세수를 늘리고 해외여행을 제한하기 위해 내외국인 모두에게 출국세를 징수했다. 출국세는 미화 100달러 정도였고, 2010년 12월 31일에 폐지됐다.  

 

2. 팁을 언제 어떻게 얼마나 주어야 하나. 

  인도네시아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면 한국에서는 없었던 팁(수고비)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된다. 운전기사, 식당과 미용실 종업원, 호텔 도어맨뿐만 아니라 화장실 안에서 대기하고 있는 청소부, 골프장 캐디, 택시기사, 아파트 수리공까지 서비스를 받는 모든 사람에게 어떻게 적절한 금액의 팁을 줄 것인가? 최근 디지털 결제 방식이 확산하면서 팁 문화도 점차 사라지고 있다. 

 

3. 2시간이지만 애매한 시차 

  한국과 인도네시아 간 시차도 쉽지 않다. 자카르타는 서울보다 2시간 늦다. 애매한 시차이다. 자카르타에서 출근해서 정리하고 10시쯤 되어서 서울에 연락하려 하면 서울은 점심시간, 다시 서울에서 오후 2시쯤 연락하면 내가 점심 먹으러 가야하고, 퇴근해서 한숨 돌리고 가족에게 전화하려 하면 한국시간으로 10시가 넘어서 전화하기 어렵고. 이렇게 며칠 밀리다 보면 한 주가 후딱 지난다. 서울에서 자카르타로 오면 아무리 자도 아침 6시에 일어나는 부지런한 사람이지만, 자카르타에서 서울로 오면 아침 8시에 일어나서도 잠을 못 깨는 게으른 사람이 되는 딱 그만큼의 시차다. 

 

4. 아프고 무기력하고 

  일년 내내 덥고 습한 인도네시아에서는 에어컨을 켜고 생활하기 때문에 비염이나 냉방병이 생기고, 약간 과로하면 티푸스와 말라리아에 걸리고, 우기에 모기가 많다 싶으면 뎅기열에 걸리기 쉽다. 이들 병은 면역이 생기지 않는 병인 만큼 과로 등 몸상태가 좋지 않으면 재발한다. 물 갈아 먹고 생기는 설사와 이질 등도 쉽게 걸리는 풍토병 가운데 하나다. 모기는 뎅기열과 말라리아를 전파하기도 하지만 모기 물린 부위에 피부알러지가 일어나는 사람들도 종종 있다. 톰캣(tomcat) 벌레에 물리면 화상을 입은 것 같은 흉터가 남고, 라얍(rayab)이라 불리는 흰개미는 나무를 갉아먹어서 어느 날 나무로 만든 창문틀이 내려앉을 수 있다. 정기 소독과 청소가 필수이다.

 

5. 자동차는 비싸고 버스도 없고 

  2000년대 이전에 인도네시아에 온 사람들은 주로 회사에서 제공하는 차를 사용했다. 자동차 값이 비싸서 개인이 사기에 부담이었고 대중교통은 열악했다. 1990년대 후반기부터 인도네시아에서 자동차가 대중화되면서 자동차 가격이 내리고 개인이 자가용을 보유할 수 있게 됐다. 2004년부터 버스웨이를 달리는 트란스자카르타버스가 생기고, 2016년 쯤 온라인차량호출서비스 고카(Gocar)와 그랩카(Grabcar)가 대중화되고 이어 2019년에 우리의 지하철에 해당하는 MRT가 가동하면서 대중교통 이용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또 인건비 상승으로 운전기사 사용이 줄면서 자가운전을 하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지만, 지금도 많은 한인들이 주된 이동수단으로 자가용 자동차를 사용한다. 

 

6. 무거워도 인편에 보내는 짐  

  해외에 사는 어려움 가운데 하나는 한국 물건을 구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우체국 업무가 지금처럼 전산화되기 전에는 인도네시아 우체국을 통해서 편지나 소포를 보내면 너무 늦게 도착하거나 중간에 도난당하는 일이 많았다. 그래서 오가는 지인 편에 물건을 보내거나 DHL 같은 민간 국제배송업체를 사용했다.

 

7. 정전과 단수  

  201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정전과 단수는 일상이었다. 어느 집이나 정전에 대비해 충전해서 사용하는 비상등이 있고, 좀 규모가 있는 집에는 비상용 발전기가 있었다. 1990년대 일반 주택의 각 가정에는 상수도가 있어도 물이 부족해 펌프로 지하수를 퍼올려서 사용했다. 우기에는 수량이 풍부하고 물이 맑지만 건기에는 수량이 줄고 흙탕물이 나오는 경우도 흔했다. 

 

8. 주기적으로 널뛰는 물가 

  인도네시아에서는 쌀, 설탕, 고추 같은 기초식품은 주기적으로 품귀현상이 발생하고 장바구니 물가가 급등한다. 건기에는 가뭄으로 농작물 수확이 안 되고, 우기에는 도로 사정이 나빠서 운반이 어렵다는 게 표면적인 이유다. 하지만 현지 언론과 경제전문가들은 중간상인의 매점매석과 가격 조작을 주된 원인으로 지적한다. 정부는 가격이 오를 때마다 개혁을 외치지만 지금까지도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 

 

9. 공장말과 부엌말 

  한국인이 관리하는 공장에서 비닐백 두 개 가운데 하나는 새 부품을 다른 하나에는 쓰레기를 담아 놓았다. 한국인 책임자가 현지인 직원을 불러서 손가락으로 각각의 봉지를 가리키며 “Ini(이것)는 buang(버리다)하고, itu(저것)는 buang하지 말아라”라고 말했다. 다음 날 아침 와보니 직원이 비닐백 두 개를 모두 버렸다. 이 직원이 알아들은 말은 “Ini buang, itu buang”이었다. 결국 새 부품을 다시 구할 때까지 조업이 중단됐다. 부품 자체도 수억 루피아 상당이었고, 작업이 중단되면서 더 큰 손실이 발생했다. "한국어와 인도네시아어 섞어 쓰지 마세요"는 인도네시아에 처음 온 한국인이 듣는 주의사항 중 하나다. 인도네시아어는 외국어여서 제대로 배우지 않거나 언어재능이 부족한 사람은 잘하기 힘들다. 하지만 살다보면 몸짓과 상황 등이 주어지므로 대충 말을 해도 상대가 알아듣기 때문에 더 이상 배우려 하지 않는다. 공장에서는 말이 잘 통하는데 공장 밖에만 나오면 현지인이 못 알아듣고, 부엌에서는 가사도우미가 말을 잘 알아듣는데 외출하면 물건 하나 사기도 힘든 상황에 빗대서 공장에서만 통하는 '바하사 빠브릭'(Bahasa Pabrik), 부엌에서만 통하는 '바하사 다뿌르'(Bahasa Dapur)라는 말이 생겼다.  

 

10. 외국인 대상 범죄 

  인도네시아에 사는 외국인이 겪는 범죄는 문화와 풍습 차이로 인한 범죄와 생계형 범죄 두 가지가 있다. 한국인의 경우는 일을 재촉하다가 반발을 사는 경우가 많다. 한인가정에서 가사도우미가 기도를 하는데 한인주부가 빨리 일하라고 했고, 이런 일이 반복되자 분노한 가사도우미가 한인주부를 흉기로 위협했다는 사건은 수십 년 간 회자되고 있다.  

  1997년 아시아 경제위기 이후에는 생계형 범죄가 증가했다. 한인가정에서 일하는 운전기사가 자동차를 훔쳐가거나 가사도우미가 외부인과 공모해서 현금과 귀중품, 골프채 같은 돈이 되는 물건을 훔쳐가는 것이다. 

  또 사거리에서 신호를 기다리며 정차해 있으면, 불량배들이 흉기로 사이드미러를 도려 가거나, 밤에 빨간 도끼로 차량 유리를 깨고 승객을 위협해 지갑이나 노트북 같은 귀중품을 강탈해 달아나는 사건은 주변에서 흔하게 발생한다. 또 골프를 치는 중에 홀이 좀 외지고 한적하면 인근에 사는 현지인들이 갑자기 골프장 안으로 들어와 위협해 금품을 갈취하는 사건도 여러 사람이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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