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중심에 있었다는 것은 인정하면서 아는 바가 없다니, 그의 말에는 어패가 있어.”
“수많은 증거가 있는데도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그가 스스로 사죄하기를 모두가 착찹한 심정으로 지켜보고 있어.”
성찰의 계절 12월입니다. 돌아보면 돌아볼수록 성찰할 것들이 왜 이리도 많은지요. 성찰할 것이 많다는 것은 그 만큼 좀 더 나은 삶으로 나아가겠다는 의지이며 소망일 테지요. 때로는 보고도 못 본 척, 때로는 듣고도 못 들은 척, 때로는 알고도 모른 척, 그렇게 때로는 외면하고 때로는 회피하였음을 뉘우칩니다. 내가 누리는 삶 속에 많은 이의 수고와 희생이 있음을, 참 행복은 다른 사람도 함께 행복할 때 찾아오는 것이라는 단순한 진리를 기억하겠습니다. ‘내 것’을 지키고 ‘내 곳간’을 채우기 위해 ‘나’를 버리는 것은 나의 어리석음과 무지 때문임을 알고 지속 가능한 행복의 길로 한 발 한 발 나아가야겠습니다.
오류를 찾으셨나요? 그렇습니다. 위의 두 문장은 다음과 같이 써야 맞습니다.
“사건의 중심에 있었다는 것은 인정하면서 아는 바가 없다니, 그의 말에는 어폐가 있어.”
“수많은 증거가 있는데도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그가 스스로 사죄하기를 모두가 착잡한 심정으로 지켜보고 있어.”
‘어패’와 ‘어폐’는 소리가 비슷하여 의식하여 사용하지 않으면 혼동하기 쉽습니다. ‘어패’와 ‘어폐’는 다른 뜻도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어패’는 ‘물고기와 조개’를 뜻하는 ‘魚貝(고기 어, 조개 패)’로, ‘어폐’는 ‘말의 폐단이나 결점’을 뜻하는 ‘語弊(말씀 어, 해질 폐)’로 사용합니다. 한자를 아는 사람들은 왜 혼동할까 의아해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소리로만 구분하게 되면 소리도 비슷하고 그 쓰임을 문맥으로 파악할 수 있는 말이 아니라 혼동할 수 있지요.
“어패류(○)/어폐류(×)는 여름에 먹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은 어패(×)/어폐(○)가 있어.”
‘갈피를 잡을 수 없이 뒤섞여 어수선하다’는 ‘착잡하다’로 쓰고 [착짜파다]로 읽습니다. ‘착찹하다’로 쓰는 것은 발음을 쉽게 하려는 경향과 소리를 표기에 반영함으로써 나타나는 오류로 볼 수 있습니다.
“코로나19 확진자 증가세가 계속되고 있어서 마음은 착잡(○)/착찹(×)하지만 잘 극복해 나갈 거라 믿어요.”
♠ 알고 보면 쉬운 우리말, 올바르게 쓰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 중요!
* 한글 맞춤법, 표준어 검색을 위한 추천 사이트
국립국어원 http://www.korean.go.kr/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http://stdweb2.korean.go.kr/main.jsp
* 이익범
이화여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자카르타한국국제학교 교사를 지냄. 현재 한국어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