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광주 인권상 수상 베조 운뚱 "5·18은 어두운 길 밝혀주는 횃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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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인권상 수상 베조 운뚱 "5·18은 어두운 길 밝혀주는 횃불"

기사입력 2020.05.22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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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KR20200515082600054_02_i_P4.jpg▲ 학살 희생자 매장지에 꽃 뿌리는 베조 운뚱(Bedjo Untung) [베조 운퉁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인도네시아 대학살 사건 진실 규명에 앞장
평범한 고등학생에서 군사정권 탄압 받으며 민주·인권 투사로

"5·18민주화운동의 정신은 어둠 속에서 우리를 이끄는 횃불과 다름없습니다."

2020년 광주인권상 수상자인 인도네시아의 베조 운뚱(Bedjo Untung·72)은 인도네시아 군사 독재 정권이 자행한 대규모 양민 학살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평생을 바쳤다. 

운뚱은 16일 연합뉴스와 서면 인터뷰에서 "5·18은 진실을 밝혀내고 인권과 민주주의를 위해 투쟁하는 전 세계 사람들에게 동기와 영감을 주고 있다"며 "나의 삶과 인권 활동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1965년 17살의 평범한 고등학생이었던 운뚱은 수하르토 군사 정부의 만행을 두 눈으로 직접 목격했다.

좌파 청산을 구실로 군부는 운뚱과 같은 마을에 사는 선생님, 농부, 어린이까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잡아갔다.

운뚱의 삼촌도 누군가에게 납치·살해돼 암매장됐다가 나중에서야 발견됐다. 

그는 "초대 대통령이었던 수카르노의 지지자를 뿌리까지 전멸시키려는 의도로 무고한 수많은 사람을 희생시켰다"고 설명했다.

자신이 보고 들은 것을 주변에 얘기했다는 이유로 운뚱은 어느새 정치범으로 낙인찍혀 있었다.

그나마 안전한 지역이었던 대도시 자카르타로 도망친 그는 지낼 곳이 없어 길거리와 건물 계단, 슬럼가 등을 전전했다. 

하지만 그마저도 잠시뿐 운퉁은 1970년 군사정보국에 붙잡혀 고문을 당하는 등 고초를 겪다가 아무런 재판도 받지 못한 채 9년간 투옥과 강제노역을 해야 했다.

최악의 위생 상태와 식량 부족 때문에 그의 구금 생활은 그야말로 생지옥이었다.

함께 수감돼 있던 많은 사람이 굶어 죽었고, 그는 살아남기 위해 수용소에 돌아다니던 쥐와 뱀, 고양이, 곤충 등을 잡아먹어야 했다.

인도네시아의 반인권적인 상황이 알려지면서 국제사회의 압력을 받은 수하르토 정부는 운뚱을 포함한 정치범들을 석방했지만, 이들은 정치범 특수코드 'ET'가 부여돼 매 순간 국가기관의 감시를 받았다.

운뚱은 감시의 눈을 피해 민간인 학살 사건을 밝히려는 투쟁을 시작했다. 

평범했던 고등학생이 군사 정부의 탄압을 받으며 민주화·인권의 투사로 각성하게 된 셈이었다. 

진실을 알리려는 사명감으로 운뚱은 1999년 YPKP65(인도네시아1965-66 학살 연구소)를 설립했다. 

그는 "집단 수용소에서 힘들고 어려운 시간이 오히려 나에게 생존과 투쟁의 의지를 갖게 했다"며 "최소 50만명에서 300만명을 숨지게 한 대학살이 군부의 시나리오였다는 것을 밝힐 수 있는 증거를 찾기 위해 모임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조사단을 꾸린 YPKP65는 이듬해 자바 지역 중앙에 있는 워노소보에서 21구의 유골이 묻혀있는 집단 매장지를 밝혀낸 것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355곳의 집단 매장지를 찾아냈다. 

재정이 부족해 인도네시아 전역을 조사하지 못하고 있는 게 아쉬울 따름이라고 운뚱은 전했다. 

5·18을 기념하고 선양하는 한국의 모습을 보고 피해자들의 증언과 기록물을 수집하고, 자체 추모식을 마련하기도 했다. 

운뚱은 "인도네시아는 최근까지 군국주의와 파시스트 그늘에 놓여있었고, 지금도 대통령 주변과 요직엔 군 출신 장교들이 많다"며 "우리는 시민 사회운동을 통해 민주화를 이룩한 5·18의 정신과 가치, 경험을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5·18은 아시아를 넘어 세계에서 인권과 민주주의를 위해 투쟁하는 사람들에게 동기와 영감을 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5·18기념재단은 이러한 운뚱의 투쟁이 민주·인권·평화라는 5·18정신과 맞닿아있다고 보고 운뚱에게 광주 인권상을 수여했다. 

시상식은 당초 5·18 기념일인 18일 열릴 예정이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10월로 연기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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