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김상균의 식물원 카페 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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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균의 식물원 카페 46

기사입력 2020.03.25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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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을 엿듣다

                               이혜민

귀에서 냇물이 쉼 없이 흐른다
가끔 놀란 송사리 떼 돌 틈으로 숨고
움켜쥔 고막 사이로 박제된 풍경이
파도처럼 밀려들어 오는 날이 많다
설거지를 하다가 한 아이 흐느낌을 엿듣고
샤워를 하다가 어미 치맛자락을 만나고

흐르는 물소리를 따라
머리를 조아리는 날이 많아진다
냇물이 귓속에 차올라
속절없이 시간 밖으로 떠밀려 가기도 한다

현실이라고 산벚꽃 피는 날이 아닌데
생의 아픈 소리들만 떠다니는가

내게 시냇물을 흘려보내지 마라
엿듣고 싶은 그 무엇이 있기에
강바닥을 후비는 울림을 앞세울까

삭은 어린 나의 부스러기를 만나
자다 말고 이명에 놀라
어깨를 들썩인다

                    2019 경기민예총 문학위원회 작품집 『나선형 사랑의 구도』 걷는사람, 2019


3월25일.jpg▲ 사진 김상균
 


3월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따뜻해진 날씨에 매화는 물론이고, 4월에 피는 앵두나무, 살구나무까지 마구마구 꽃을 피워올리는데, 왜 이리도 이 봄은 마음이 화사해지지 않는 것일까요? 코로나19가 가져온 세계적인 혼란은 이제 재앙 수준인 듯합니다. 그러다 보니 유럽에서는 외출 금지령까지 내려지게 되고, 이어서 경제적 불황까지 닥치고 있습니다.
“흐르는 물소리를 따라/머리를 조아리는 날이 많아진다/냇물이 귓속에 차올라/속절없이 시간 밖으로 떠밀려 가기도 한다//현실이라고 산벚꽃 피는 날이 아닌데/생의 아픈 소리들만 떠다니는가”
1998년과 2008년의 경제 위기를 넘기면서 더욱 건실해졌듯이, 우린 또 이겨낼 것입니다. 무엇보다 건강하시고, 모두 어려운 고비를 잘 넘기시기 바랍니다. 하지만 언제나 어려움이 닥치면 노약자와 사회‧경제적 약자가 제일 큰 타격을 받기 마련입니다. ‘생의 아픈 소리들’이 ‘떠다니는’ 봄밤입니다. 

모든 생명에게 평화와 행복이 가득하기를 기원합니다. 

Chantal Chamberland의 ‘Crazy’입니다.
 

김상균 시인.jpg
김상균 약력
김상균 시인은 서울 출생으로 부산대학교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1985년 무크지 <가락>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시집으로 <자작나무, 눈, 프로스트>와 <깊은 기억> 등이 있다. 대학 강사와 고등학교 교사를 거쳐 KAIST 부설 한국과학영재학교에서 교감으로 퇴임하였다. 다수의 사진전을 개최한 바 있는 사진작가이며, 일찍부터 영화와 음악에 대한 시와 글을 써온 예술 애호가이자, 90년대 초반부터 배낭여행을 해온 여행 전문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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