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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회 한인니문화연구원 자카르타 역사 연구팀2

순다네즈 파드랑, 인니 최초의 국제조약
기사입력 2020.03.12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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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jpg▲ 사진1. 순다네즈 파드랑, 국립박물관, 출처 Wikipedia,
 


최수진 (역사 연구팀 수석연구원)

세계사를 세계가 교류하는 역사라고 볼 때, 포르투갈이 동방 항해로를 개척한 1500년대에서 세계사가 출발한다고 보는 것은 ‘바다’가 끊어져 있었던 대륙을 하나로 이어 교류하게 했기 때문일 것이다. 자카르타가 탄생한 그 자리도 바로 세계가 바다로 소통하던 곳, 순다 끌라빠 항구였다. 

꼬따 뚜아( Kota Tua ; 옛 도시)의 자카르타 역사박물관에 전시된 165cm 높이의 돌기둥으로부터 자카르타 이야기를 시작해보자. 이 돌기둥은 포르투갈과 순다 왕국이 1522년 우방국의 조약을 맺게 된 것을 기념하여 세운 것인데, 이 조약은 인도네시아 역사상 최초의 국제조약이었다. 파드랑(Padrão: 포르투갈어의 ão는 비음으로 발음한다/ 인도네시아어로는 ‘빠드라오(Padrao)’이다.)이라고 불리는 이 돌기둥은, 포르투갈이 1400년대 대항해 시대를 이끌며 자신들이 탐험했던 지역마다 세웠던 비석이다. 순다네즈 파드랑은 1918년 Jl. Nelayan Timur와 Jl.Cengkeh 사이의 교차로 지점에서 발견되어 박물관으로 옮겨졌다. 진품은 국립박물관에 전시중이고 꼬따 뚜아 역사박물관에도 복사품이 있다. 파드랑이 발견된 이 지점은 포르투갈이 순다 끌라빠에 최초로 세운 방어 요새가 있던 자리다. 

1488년 포르투갈의 탐험가 바르톨로메우 디아스가 아프리카의 희망봉을 발견한 이후, 1498년 바스코다가마는 인도양까지의 무역로를 구축했다. 그리고 1511년 말라카를 점령한 후, 1513년 드디어 포르투갈의 드 알빈 (de Alvin) 이 이끄는 4대의 함선이 ‘후추 항구’로 이름나 있던 순다 끌라빠 항구로 들어온다. 그와 동행했던 포르투갈인 탐험가 토메 피레스 (Tome Pires)는 정복지 말라카에서 중국에 이르는 여정을 담은 수마 오리엔탈(Suma Oriental ; 동양개요) 이라는 여행기를 남기는데, 이 책에 순다 끌라빠에 대한 기록이 나온다. 그는 순다 끌라빠 항구는 아주 휼륭하고 수심이 깊은 항구이며 오고가는 배들로 늘 북적이는 잘 조직된 항구라고 묘사하고 있다. 그들이 순다에 도달했을 때 후추, 쌀, 동물, 금, 코뿔소의 뿔 등이 중국으로 팔려 나갔고, 인도양의 몰디브에서 온 노예들이 수입되기도 했다고 적혀 있다. 포르투갈이 들어오기 전까지 인도, 남중국, 일본, 그리고 군도의 섬들이 모두 이 순다 항구에서 거래했다. 

11.jpg▲ 사진2 파드랑에 새겨진 마누엘 왕의 상징, 출처A.Heuken SJ (2007). Historical site of Jakarta
 

포르투갈이 인도를 넘어 순다 끌라빠 항구까지 들어와 아예 자리를 잡으려고 마음먹은 것은 후추를 구하기 위해서였다. 당시 유럽인들은 음식물의 보관을 향신료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는데, 오스만 제국에게 육로를 빼앗긴 포르투갈은 동방으로 향신료를 구하러 가기 위해서는 바닷길을 개척해야 했다.  드 알빈의 배가 다녀간 몇 년 후, 포르투갈의 엔리크 레메 (Enrique Leme)가 순다 끌라빠 항구에 다시 들어오는데(1522), 이번에는 그저 후추를 구입해서 돌아가는 것이 목적이 아니었다, 엔리크는 당시 순다 왕국의 사미안(Samian ; 포르투갈은 ‘상향’ Sang Hyang왕 이라고 부름) 왕에게 온갖 진귀한 선물들을 바치며 환심을 샀다. 엔리크 레메는 결국 순다왕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두 나라는 즉시 우방국 조약을 맺게 된다.

순다 파드랑에 새겨진 문양을 살펴보면 흥미롭다. 가장 상단에 발명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혼천의, 즉 천구의의 뼈대가 그러져 있는데, 이것은 포르투갈의 마누엘왕 (1459-1521)이 사용하던 왕의 상징이다. 그는 인도항로와 브라질 발견으로 포르투갈의 해상제국의 꿈을 실현시킨 왕이며, 혼천의 상징은 최초로 천문학과 수학 등을 항해술에 적용한 주앙1세의 아들 엔리케 왕자로부터 포르투갈의 모든 왕들의 바다를 향한 야망이 담긴 표상이다. 그리고 꼭대기에는 그리스도교를 상징하는 트레포일(Trefoil; 세개의 잎)이 그려져 있고, 알파벳 ‘O’자는 ‘그리스도 기사단 (Order of Christ)’을 상징한다. 그리고 비문에는 ‘포르투갈의 왕 그리고 세계’라고 쓰여 있다. 포르투갈의 탐험과 정복의 목적은 후추였지만, 크리스트교 전파는 정복의 도구로 사용되었다. 

포르투갈은 순다 왕국과 우호 조약(1522)을 맺고 순다 끌라빠 항구에서 후추 무역에 무관세 혜택을 받을 뿐 아니라, 찔리웅강 입구에 요새를 건설하여, 후추를 실어나르는 기지로 삼는다. 순다의 왕이 엔리크의 선물 때문에 포르투갈을 받아들인 것만은 아니었다. 순다 왕국은 당시 불안했다.  유럽의 배들이 순다로 들어오면서 후추 항구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던 순다 끌라빠 항구의 후추 독점권을 지키는 데에 힘이 필요했던 것이다. 더구나, 당시 힌두 왕국이었던 순다를 위협하던 중부 자바의 이슬람 왕국인 드막 술탄국으로부터 왕국을 보호할 힘도 필요했다. 포르투갈은 당시 말라카를 정복하여 강력한 군사력을 증명하였기에 순다왕은 포르투갈이 믿음직스러웠을 것이다.  

포르투갈 역사가인 주앙 드 바로스( Joao de Barros)의 Decadas de Asia (1777) 라는 책에 따르면 사실은 순다왕이 포르투갈에 우방조약을 맺기 위해 1512년과 1522년 두차례 왕자를 이미 말라카에 보내 포르투갈을 초대했다고 쓰고 있다. 왕자는 순다 항 입구에 요새를 지어 왕국방어를 요청하는 대신에, 후추 거래를 허가하겠다는 조건을 전달했다고 한다. 결국 포르투갈이 자바섬에 발을 디딘 건 순다왕의 요청에 의해 초대된 것이라고 보는 것이 팩트인 것 같다. 

결국 찔리웅강의 포르투갈 방어 요새를 위해 순다 왕국은 매년 20톤의 후추를 포르투갈에 댓가로 지불하기로 한다. 하지만 요새건축에 대한 약속은 4년 뒤에나 뒤늦게 지키게 된다. 인도의 고아 지역의 식민정복을 위한 분쟁 때문에 1527년에야 프란시스코 드사(Francesco de Sa)가 순다에 들어온다. 인도에서 너무 힘을 뺀 나머지 포르투갈은 순다 왕국을 방어하는 데에 실패한다. 말라카, 인도의 고아, 브라질 등을 정복하며 승승장구하던 항해 대국 포르투갈을 단칼에 무너뜨린 인물이 있었는데, 바로 드막 술탄국의 파타힐라이다. 

순다네즈 파드랑 (Sundanese Padrão)의 차가운 돌기둥에 시선을 고정하고 1500년대 유럽인들의 바다를 향한 욕망이 끓어오르는 듯 뜨겁게 튀어 오르는 맥박을 느낀다. 1만 8천개의 섬들이 하나의 나라가 되기 위해 용틀임을 하던 바다는 언제나 피를 흘렸지만, 자바해의 기름진 바다를 향한 끊이지 않는 세계인들의 욕망을 감당해야할 운명이기에 군도는 결국 하나로 뭉칠 힘을 키워 나갔을 것이다. 그리고 인내와 관용, 다양성의 존중이라는 그들의 민족성이 그 힘의 근간이 되었던 것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111.jpg▲ 사진3 1776년 바타비아 요새, 출처 Rendez-vous Batavia
 

참고문헌 
1. A.Heuken SJ, 『Historical site of Jakarta』(2007).
2. Marsely L,Kehoe, 『Dutch Batavia : Exposing the Hierarchy of the Dutch Colonial City. Journal of historians of Netherlandish art』(2015).
3. http://www.spcwrks.com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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