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김상균의 식물원 카페 41
보내는분 이메일
받는분 이메일

김상균의 식물원 카페 41

기사입력 2020.02.19 10:17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기사내용 프린트
  • 기사내용 메일로 보내기
  • 기사 스크랩
  • 기사 내용 글자 크게
  • 기사 내용 글자 작게

풍 경

                                     최하림

그날 우리들은 빠른 걸음으로
허겁지겁 언덕을 올라갔다
소금기 섞인 바람이 오고 있는 서남쪽으로
섬들이 붙박혀 오돌오돌 떨고

그곳에서는 눈이 내리고 있었다

키 높은 나무 아래로 내리는 눈이
희고 길게, 영산강보다도 시베리아보다도
갑오년에 굶어죽은 비렁뱅이 웃음 소리보다도 길게
내리고, 구름을 빠져나온 새처럼 검은 물체가 빠르게
그림자를 떨어뜨리면서 지나가고, 모든 배의 돛이
바다 쪽으로 펄럭이는 언덕에서 우리들은 보았다
눈에 묻힌 겨울이 드라클로아의 풍경처럼 엎어져 있었다

                                  문학과지성 시인선 22 『작은 마을에서』 문학과지성사, 1982


식물원카페.jpg▲ 사진 김상균
 

새벽부터 내리던 눈이, 이따금 멎기도 했지만, 하루를 넘겨 저물녘까지 내렸습니다. 오랜만에 추위도 같이 찾아와 사물들을 적막 속으로 빠뜨려놓은 듯했습니다. 그게 좋았습니다.
“그곳에서는 눈이 내리고 있었다//키 높은 나무 아래로 내리는 눈이/희고 길게, 영산강보다도 시베리아보다도/갑오년에 굶어죽은 비렁뱅이 웃음 소리보다도 길게/내리고, ……/바다 쪽으로 펄럭이는 언덕에서 우리들은 보았다/눈에 묻힌 겨울이 드라클로아의 풍경처럼 엎어져 있었다”
눈이 내리면 교통 사정이 어려워진다든지 등의 어려움이 따르게 되는 데임에도 불구하고, 모두 왜 마음이 설레고 기뻐하는 것일까요? 

모든 생명에게 평화와 행복이 가득하기를 기원합니다.


Maurice Ravel의 ‘Pavane for a Dead Princess’입니다.




김상균 시인.jpg
김상균 약력
김상균 시인은 서울 출생으로 부산대학교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1985년 무크지 <가락>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시집으로 <자작나무, 눈, 프로스트>와 <깊은 기억> 등이 있다. 대학 강사와 고등학교 교사를 거쳐 KAIST 부설 한국과학영재학교에서 교감으로 퇴임하였다. 다수의 사진전을 개최한 바 있는 사진작가이며, 일찍부터 영화와 음악에 대한 시와 글을 써온 예술 애호가이자, 90년대 초반부터 배낭여행을 해온 여행 전문가이기도 하다.




<저작권자ⓒ데일리인도네시아 & www.dailyindonesia.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
 
 
 
 
 
회사소개 | 광고안내 | 제휴·광고문의 | 기사제보 | 다이렉트결제 | 고객센터 | 저작권정책 | 회원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무단수집거부 | RSS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