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신성철] "베트남에 박항서가 있다면 인도네시아엔 신태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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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철] "베트남에 박항서가 있다면 인도네시아엔 신태용이 있다"

기사입력 2020.01.15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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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용.jpg▲ 신태용 감독
 
글: 신성철 데일리인도네시아 대표

앞으로 인도네시아 사람이 한국 사람을 만나면 '신태용 감독'에 대한 얘기를 먼저 꺼낼 것 같다. 1980년대 말 인도네시아에 첫 발을 딛었을 때,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한국에서 온 나에게 ‘인삼의 나라(느그리 진생, Negeri Ginseng)’이라는 말로 친근감을 드러내며 말문을 열었다. 1992년 배드민턴이 처음 정식종목이 된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박주봉-김문수 복식조가 인도네시아의 하르또노-구나완 조를 2-0으로 이기고 금메달을 목에 걸자,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한국인을 만나면 박주봉 선수의 이름을 꺼내며 말을 걸어왔다. 이후 인도네시아에서 한국 가전제품이 크게 인기를 끌자, 현지인들은 '삼성, LG'라는 브랜드를 안다며 말문을 열었다. 최근에는 케이팝(K-Pop)과 케이드라마(K-Drama) 열풍이 분 뒤에는 인도네시아인들을 만나면 ‘태양의 후예 봤어요’ 또는 ‘BTS 좋아해요’라는 말로수다를 떨기도 한다. 작년 연말부터 한국인과 인도네시아인이 만나서 말문을 트는 소재로 축구가 추가됐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 가장 열광한 나라는 인도네시아

인도네시아가 지금까지 하계 올림픽에서 딴 금메달 7개는 모두 배드민턴에서 나왔다. 인도네시아에서 배드민턴은 국기(國技)로 평가될 정도로 큰 인기를 자랑한다. 인도네시아 사람들에게 배드민턴이 직접 즐기는 스포츠라면, 축구는 보는 스포츠로써 가장 인기가 높다고 말할 수 있다. 

2014년 6월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월드컵에 관한 5가지 이상한 진실'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미국 여론조사 기관인 '스포츠스코프'의 설문 조사를 인용, 월드컵 본선에 한 번도 진출하지 못했지만 축구 열기는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가 인도네시아라고 보도했다. 2014년 당시 인도네시아는 브라질월드컵 본선에 진출하지 못했지만, 전체 국민 10명 중 6명 정도가 '월드컵에 큰 관심이 있다'고 답할 정도로 높은 축구열기를 드러냈다. 스포츠스코프 조사에서 국가별 축구 인기는 인도네시아(61.3%)가 1위 이어 월드컵에서 16강에 오른 멕시코가 57.9%로 2위였고 인도(53.1%), 아랍에미리트(50.3%)가 뒤를 이었다. 한국은 45.1%로 5위에 올랐다. 

지난해 12월에 신태용 감독 계약 소식이 보도된 후 인도네시아 언론은 신태용 감독의 일거수일투족을 밀착 취재하고 있다. 신 감독은 지난 1월 7일 현지에 도착, 앞으로 4년 동안 인도네시아 국가대표팀과 23세이하(U-23) 대표팀, 20세이하(U-20) 대표팀을 모두 맡는다. ‘신태용 사단’으로 불리는 김해운 수석코치, 공오균 코치, 김우재 코치, 이재홍 피지컬 코치 그리고 인도네시아인 코치 인드라 샤프리, 노바 아리안또 등과 호흡을 맞춘다. 신 감독은 지금까지 인도네시아 팀은 개인기는 뛰어나지만 후반 이후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문제점을 지적하고 우선 체력 강화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 감독은 2021년 인도네시아에서 열리는 20세 이하 월드컵에 나설 유소년 대표팀부터 집중 지도할 것으로 보인다. 신 감독은 “20세 이하 월드컵은 인도네시아 대통령까지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좋은 성과를 만들어 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인도네시아 국가대표팀은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G조에서 현재 5패로 최하위(5위)인 만큼 최종예선 진출이 불가능하다. 

신태용 감독에게 거는 기대 

'월드컵에서 최강 독일을 이긴 감독'인 신태용 감독에게 인도네시아 국민들이 거는 기대는 크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축구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73위로 하위권인데, 동남아시아 최강인 베트남(94위) 수준으로 끌어올려주길 기대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2018년 기준 1인당 국민소득(GNI)이 3,840 달러로, 세계은행에서 하위중소득국과 상위중소득국을 가르는 기준인 3,995 달러에 거의 가까워졌다. 상위중소득국 편입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빈곤에서 벗어나 중진국으로 도약하려는 이 시기에 스포츠를 통해 시민들이 일체감을 가지고 우리도 세계에서 통한다는 자신감을 획득하는 경험은 의미가 있다. 우리가 ’86 아시안게임과 ’88 올림픽, 2002 한일월드컵 등을 거치며 가졌던 바로 그런 경험이다.

신태용 감독은 인도네시아로 출국하기에 앞서 한국 언론과 인터뷰에서 대한민국 축구를 인도네시아에 알리는 '축구 외교관'으로서 자신을 따뜻하게 응원해달라고 말했다. 그는  "인도네시아라는 낯설고 문화와 생활 환경이 다른 곳에서 처음으로 도전한다.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면서 "제가 잘되면 그저 제가 잘되는 것이 아니라 인도네시아에서 우리나라 축구와 우리나라 국위선양이 된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이어 "저 하나를 통해 그 어느 외교관보다 더 많은 외교를 할 수 있다. 처음에 제가 실수할 수도 있지만 응원 부탁드린다. 박항서 감독님처럼 잘할 수 있게 응원해달라. 쉬운 일이 아닌 만큼 팬 여러분의 응원, 말 한마디에 힘을 얻을 것이다. 

한국 언론은 박항서 감독이 베트남에서 축구 열풍을 일으킨데 이어 신태용 감독이 인도네시아 축구대표팀을 맡게 되자, 축구계의 '신남방 시대'가 열렸다고 논평했다. 한국 정부의 신남방 정책이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과 교류 부문이 상품, 기술, 문화, 예술, 인적 교류에서 축구로 확대됐다. 2017년 박항서 감독이 베트남 축구팀에 부임하고 3개월 만에 아시아축구연맹(AFC) 23살 이하 대회 준우승, 2018 아시안게임 4강, 스즈키컵 우승 등으로 돌풍을 몰아치면서 한국 지도자의 주가가 치솟았다. 앞서 2000년대 초반에 한국인 축구 선수와 지도자 소수가 동남아시아 국가에 진출했지만 뚜렷한 인상은 남기지 못했다. 한국 축구계는 박항서 감독에 이어 신태용 감독도 아세안에서 성과를 낸다면 축구선수, 지도자, 연관 산업 등에서 교류가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미국 911 테러 이후 세계적으로 공공외교가 대세다. 공공외교는 국가 간에 또 국민 간에 친구 만들기라고 설명할 수 있고, 친구가 되기 위해선 상대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 베트남 사람을 한국의 친구로 만드는데 박항서 감독의 기여를 부인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최근 일본과의 관계, 앞서 중국과의 관계에서 경험한 것처럼 국가 차원의 외교뿐만 아니라 민간 차원의 실수도 양국간 관계와 경제교류까지 타격을 준다. 그동안 한국과 인도네시아는 기업 진출, 외교 수립, 문화 교류, 인적 교류 등 큰 갈등 요인 없이 교류와 협력을 확대해 왔다. 신태용 감독이 튼 물꼬가 또 양국을 이어주는 또 하나의 강이 되길 바란다. [데일리인도네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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