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되는 마을
시. 김현숙
집으로 돌아갈 때마다
정다운 이들이 하나 둘
별이 되어 떠났다
함석집 할머니,
탱자나무집 아저씨,
고향을 떠나 살던 젊은이들이
반딧불 같이 깜빡이다
낯선 땅에서 지기도 여럿,
저녁이면 개들마저 더 소란하던 마을이
이제 집집마다 불 하나 켜면 되었다
불 켜는 이 없는 집들은
더 이상 돌아올 이도 없게 되었다
등잔불 밝히다 일찍 잠든 마을처럼
밤은 까맣고
끝내 돌아갈 곳 없을 절망감이
그 칠흑보다 꺼먼 어둠 속에 나를 고립시켰다
▲ 구글 이미지
*** 시작노트
나이가 든다는 건 이별에 익숙해진다는 의미다.
어느덧 부모님을 여읠 나이가 되고, 또 다가올 어느 순간엔 형제와 친구들을 보내는 시간이 오리라.
고향이 그리운 건, 그 곳에 그리운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운 이들이 하나 둘 별처럼 지고, 점점 어두워져 가는 마을에 마음이 아프다.
머잖아 어둠 속으로 수몰되어 사라질 고향을 바라봐야 하는 일, 참 무섭다......
*인문창작클럽 연재는 데일리인도네시아와 자카르타경제신문에 동시에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