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국경을 움직이는 외교력;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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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을 움직이는 외교력;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향해

기사입력 2019.06.28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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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 후원을 받아 제작됐습니다. 

글: 조연숙 데일리인도네시아 편집국장 


우리는 국경이 고정됐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국경은 움직인다. 한반도의 국경은 1953년 한국전쟁이 끝난 후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어서 변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1900년대 초 조선 말기부터 일제시대를 거쳐서 미국 군정시대와 1950년대 한국전쟁까지로 기간을 늘리면 우리 민족 국가의 국경은 국제 정세 변화에 따라 끊임없이 움직였다. 남북이 대치한 38선은 애초 일직선이었다가 소규모 충돌이 계속되면서 구불구불하고 경사진 현재의 휴전선으로 바뀌었다. 

한반도에서만 국경이 움직인 것은 아니다. 2차 세계대전으로 서구와 일본 제국주의가 몰락하면서 식민국가의 국경은 축소됐고 피식민지들이 독립하면서 새로운 국경이 생겨났다. 신생 독립국의 흥망성쇠와 함께 국경은 계속 바뀌고 있다. 최근 중국은 티벳, 몽고, 위구르 지역 등을 점령하고 홍콩을 영국으로부터 반환 받아서 영토를 늘렸고, 몽고와 중앙아시아 지역으로 국경을 확장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소비에트연방(구 소련)이 붕괴하면서 러시아를 비롯해 유라시아 대륙 북쪽의 국경도 크게 변했다. 

한반도 지도.jpg▲ 현재 한반도 지도 [출처: 국토교통부]
 

정치외교전문가들은 세계 지도가 변하는 배경을 세계 체제의 변화라고 주장하며, 20세기에만 세계 지도가 3번 가량 크게 바뀌었다고 한다. 1차 세계대전 이후 ‘제국’이라는 말이 사라지고 ‘국민국가’ 시대가 시작됐다. 2차 세계대전 후에는 미국 주도의 자본주의 체제가 확립됐고, 한반도 독립과 분단은 이 시기에 이루어졌다. 세계 지도가 또 한번 크게 바뀐 것은 1990년대 소련의 멸망이다. 대략 30년에 한 번 씩 세계체제가 바뀌었으므로, 개인으로 보면 일생에 걸쳐 2번 정도의 체제 변화를 경험했고 3개 정도의 다른 체제를 살아왔다고 정리할 수 있다. 

실제로 나는 인도네시아에 거주하면서 인도네시아 국가체제와 국경이 변하는 것을 관찰자 시선으로 지켜볼 수 있었다. 인도네시아는 17,000여 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군도 국가로 종족이나 지역단위로 작은 왕국이 흩어져 있었다. 네덜란드가 17세기부터 약 300년 간 이 지역을 통치하면서 이들 섬나라들을 하나로 묶었고, 1945년 네덜란드 식민통치 지역이 인도네시아라는 이름으로 독립했지만 현재의 국경과는 다소 달랐다. 작은 섬 하나하나를 나누거나 큰 섬을 나누던 여러 개의 국경들이 군도 전체를 포함하는 거대한 국경이 됐다가, 다시 일부 섬들이 떨어져 나가고 현재의 국경이 됐다. 

네덜란드는 파푸아뉴기니 섬 서부의 파푸아 지역을 1962년에야 인도네시아에 양도해 현재는 인도네시아 영토다. 동티모르 지역은 네덜란드가 인도네시아를 식민지배하던 시절에도 별도로 포르투갈의 지배를 받았고, 1975년 11월에야 포르투갈 지배에서 벗어나 인도네시아 영토가 된다. 하지만 다시 2002년에 인도네시아에서 독립해 현재는 독립국가 상태이다. 

현재 인도네시아 지도.jpg▲ 현재 인도네시아 지도 [구글이미지]
 

인도네시아 입장에서 보면 독립 후에 파푸아 지역을 편입했고, 동티모르 지역은 무력으로 점령했다가 다시 잃었다. 한편 동티모르 입장에서는 포르투갈 식민지로 지내다가 포르투갈의 국내 사정으로 지배가 약해진 틈을 타 독립하려 했지만, 이웃국가인 인도네시아에 1975년 무력으로 점령당한다. 이어 1998년 아시아 경제위기와 독재자 수하르토 전 대통령 하야 후 인도네시아가 혼란한 틈에 호주와 미국 등의 지원을 받아 독립한다. 동티모르의 국가 규모와 국력은 포트투갈과 인도네시아에 대응할 수 없는 수준으로, 식민지배국의 내부 사정과 유엔 회원국들의 지원이 없었다면 독립이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리고 수십 년 간 계속된 인도네시아 군도에서 국경이 움직이는 과정에 주목할 것은 미국 등 강대국의 역할이다. 2차 세계대전 후 세계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민주 진영과 소련을 중심으로 한 공산 진영으로 양분되어 치열하게 경쟁한 냉전시대가 된다. 미국은 네덜란드로부터 인도네시아가 독립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동티모르 비극은 동남아시아의 공산화를 우려한 미국이 인도네시아가 동티모르를 무력 침공해 점령하는 것을 허용한데서 시작됐다. 수하르토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미국의 묵인 하에 수많은 군인을 파견해 독립을 요구하던 동티모르인들을 학살한다. 

이후 국제사회는 다시 한 번 동티모르의 운명에 관여한다. 1990년대 말에는 호주를 필두로 대한민국까지 동티모르의 독립을 지지하는 입장이 된다. 결국 1998년 5월 수하르토 독재정권이 붕괴되고, 정권을 승계한 바하루딘 유숩 하비비 대통령은 1999년 1월 동티모르의 자치권을 인정하고 독립 찬반 국민투표를 허용한다. 그해 8월 유엔 관리 하에 동티모르 독립 찬반 국민투표를 실시해 독립 찬성 80%라는 결과가 나오자, 인도네시아 군대가 동티모르에서 철수한다. 이후 준비작업을 거쳐 동티모르는 2002년 5월 20일 공식적인 독립국이 된다. 

19세기 인도네시아 지도.jpg▲ 동남아시아 식민 지배 국가들 [구글 이미지]
 

지난 70여년 간 한국과 인도네시아의 국경이 움직이는 과정에 주목해야 할 요인 중 하나는 국제관계와 외교이다. 인도네시아는 1천7000여 개의 섬으로 흩어져서 통일국가를 이루지 못한 상태로 네덜란드와 일본과 직접 전쟁을 했고, 중국과 소련의 영향을 줄이기 위해 분투했으며, 그 과정에서 국경이 계속 움직이고 있다. 20세기 초 미국이 러시아의 남하를 우려해 일본의 한반도 침략과 식민지배를 지원하고 묵인했다는 사실이 지속적으로 여러 사료를 통해 확인되고 있다. 또 중국은 미국이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력을 우려해 한국전쟁에 개입했고, 결과적으로 중국과 소련, 미국과 일본의 영향력으로 남북이 분단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실크로드.jpg▲ 중국 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 '일대일로' [구글 이미지]
 

한국은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구 소련) 등 한반도를 둘러싼 4대 강국과 군사력 차이가 커서 일대일 전쟁이 어려운 상황이다. 우리 스스로를 지킬 국방력도 필요하지만, 한반도 평화를 유지하고 민족통일을 이루고자 한다면 열강을 설득하고 지지를 이끌어내는 외교력이 필수이다. 인도네시아 언론인이자 소설가 목타르 루비스(1922~2004)는 1950년 9월부터 3개월 간 직접 한국전쟁을 취재한 후 쓴 종군기 <인도네시아인의 눈에 비친 6·25 전쟁'(원제:Tjatatan Korea)>에 다음과 같이 썼다. “모든 것의 결말이 어떻든 달라지지 않는 것이 하나 있다. 수많은 한국인 희생자를 낸 이 전쟁은 한국인이 아니라 한반도 밖에서 흘러온 외국 세력들이 벌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여기서 우리가 얻어야 할 교훈은 외국의 이데올로기와 영향력이 자국의 민족을 분열시키도록 방치하게 되면 결국 그 민족과 조국이 엄청난 재앙의 늪에 빠지게 된 다는 것이다.” 70년 전 인도네시아인 종군기자의 의견이 2019년 한반도에서 여전히 유효하다. [데일리인도네시아]

*참고 서적 및 자료

인도네시아인의 눈에 비친 6.25전쟁/목타르 루비스 지음. 전태현 번역/어문학사

프라무댜 아난타 투르와의 대화/ 안드레 볼책, 로시 인디라 지음. 여운경 번역/후마니타스

수카르노와 인도네시아 현대사/배동선 지음/아모르문디

2020 대전환의 핵심현안 한반도 특강/정세현,송민순,이종석,김준형,김동엽,박영자/창비

독도 1500년의 역사/오사카 유지 지음/교보문고

IFANS 주요국제문제분석 2019-24/미중 경쟁시대 정체성 기반 국익과 신 외교원칙 모색/전봉근/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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