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분(秋分)을 넘기면서 비가 잦아지고 있는 요즈음입니다. 얼마 전 장인어른의 장례를 치렀습니다. 우중(雨中)에도 찾아주신 친지와 조문객을 맞이하다 보면 어느새 밤이 되었고, 향을 꺼뜨리지 않겠다고 마음먹은 것이 결국 뜬 눈으로 새벽을 맞게 되었습니다.
내가 카메라에 담았던 고인(故人)의 어느 하루가 영정 사진이 되어 놓여있는 걸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타박타박/붉은 저녁 너의 무덤가//……//내 가슴/어둠 겹겹//붙잡고 붙잡네/놓아주지 않네//사랑의 비늘 하나!”
모든 생명에게 평화와 행복이 가득하기를 기원합니다.
Chopin의 Nocturne Op.9 No.2입니다. 가을밤 속으로 간간이 빗방울이 떨어집니다.
김상균 약력
김상균 시인은 서울 출생으로 부산대학교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1985년 무크지 <가락>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시집으로 <자작나무, 눈, 프로스트>와 <깊은 기억> 등이 있다. 대학 강사와 고등학교 교사를 거쳐 KAIST 부설 한국과학영재학교에서 교감으로 퇴임하였다. 다수의 사진전을 개최한 바 있는 사진작가이며, 일찍부터 영화와 음악에 대한 시와 글을 써온 예술 애호가이자, 90년대 초반부터 배낭여행을 해온 여행 전문가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