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김상균의 식물원 카페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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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균의 식물원 카페 12

기사입력 2019.07.17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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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로 가는 전봉준

                              안도현

​눈 내리는 만경萬頃들 건너가네
해진 짚신에 상투 하나 떠 가네
가는 길 그리운 이 아무도 없네
녹두꽃 자지러지게 피면 돌아올거나
울며 울지 않으며 가는
우리 봉준琫準이
풀잎들이 북향하여 일제히 성긴 머리를 푸네

​그 누가 알기나 하리
처음에는 우리 모두 이름 없는 들꽃이었더니
들꽃 중에서도 저 하늘 보기 두려워
그늘 깊은 땅 속으로 젖은 발 내리고 싶어하던
잔뿌리였더니

​그대 떠나기 전에 우리는
목 쉰 그대의 칼집도 찾아 주지 못하고
조선 호랑이처럼 모여 울어 주지도 못하였네
그보다도 더운 국밥 한 그릇 말아 주지 못하였네
못다한 그 사랑 원망이라도 하듯
속절없이 눈발은 그치지 않고
한 자 세 치 눈 쌓이는 소리까지 들려오나니

​그 누가 알기나 하리
겨울이라 꽁꽁 숨어 우는 우리나라 풀뿌리들이
입춘 경칩 지나 수군거리며 봄바람 찾아오면
수천 개의 푸른 기상나팔을 불어제낄 것을
지금은 손발 묶인 저 얼음장 강줄기가
옥빛 대님을 홀연 풀어헤치고
서해로 출렁거리며 쳐들어 갈 것을

​우리 성상聖上 계옵신 곳 가까이 가서
녹두알 같은 눈물 흘리며 한목숨 타오르겠네
봉준琫準이 이 사람아
​그대 갈 때 누군가 찍은 한 장 사진 속에서
기억하라고 타는 눈빛으로 건네던 말
오늘 나는 알겠네

​들꽃들아
그날이 오면 닭 울 때
흰 무명띠 머리에 두르고 동진강 어귀에 모여
척왜척화 척왜척화 물결소리에
귀를 기울이라

                                            오늘의 시인총서 30 『서울로 가는 全琫準』 민음사, 1985


연합뉴스.jpg▲ 전봉준 장군 동상 제막(연합뉴스 2018.4.24.)
 

일본이 우리나라에 대하여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제조에 필요한 핵심 소재의 수출 규제를 발표한 이후, 매일매일 이와 관련된 내용이 뉴스의 첫머리에 오르고 있습니다. 억지를 부리는 것이 분명한 일본의 이번 조치를 보면서 착잡한 마음이 듭니다. 왜 일본의 극우 세력은 이리도 어리석을까요? 과거 자신들이 저질렀던 침략과 범죄 행위에 대한 반성과 참회는 거듭해도 결코 지나치지 않다는 독일의 메르켈 총리와 자기 부정으로 일관하는 일본의 아베 총리의 극명한 차이를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마저 듭니다.

그간 사드(THAAD) 배치를 둘러싼 중국의 보복, 종군 위안부와 강제 노역에 대한 일본 정부의 적반하장을 보면서 “겨울이라 꽁꽁 숨어 우는 우리나라 풀뿌리들이/입춘 경칩 지나 수군거리며 봄바람 찾아오면/수천 개의 푸른 기상나팔을 불어제끼”던 동학 혁명의 절박했던 함성과 함께 “힘을 기르소서”를 외쳤던 안창호 선생님의 당부를 새삼 절감하게 됩니다. 

모든 생명이 평화롭고 행복하기를 기원합니다.



김광석의 노래, ‘광야에서’입니다.


김상균 시인.jpg
 
김상균 약력
김상균 시인은 서울 출생으로 부산대학교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1985년 무크지 <가락>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시집으로 <자작나무, 눈, 프로스트>와 <깊은 기억> 등이 있다. 대학 강사와 고등학교 교사를 거쳐 KAIST 부설 한국과학영재학교에서 교감으로 정년퇴임하였다. 다수의 사진전을 개최한 바 있는 사진작가이며, 일찍부터 영화와 음악에 대한 시와 글을 써온 예술 애호가이자, 90년대 초반부터 배낭여행을 해온 여행 전문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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