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에세이] 캄보자 꽃/이동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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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캄보자 꽃/이동균

인문창작클럽 연재
기사입력 2019.06.12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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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자 꽃

글: 이동균

 약 5년 전에 서부 자카르타에서 땅그랑 찌꾸빠로 회사 사무실을 옮겼을 때 제일 먼저 사무실 앞의 정원에 심은 것이 캄보자 꽃나무다.

 먼저, 대략 학문적인 면에서 살펴보면 "낙엽관목, 상록교목, 관목으로 열대 아메리카 원산이며 종류가 많으나 그 중에서 몇 종이 관상용으로 재배된다. 인도에서는 묘지와 사찰 경내에 흔히 심고 하와이에서는 화환을 만드는 데 쓴다. 상처에서 나오는 유액에 독이 있다. 대표종인 붉은꽃 플루메리아(P. rubra)는 높이 4∼9m이고 잎은 어긋나며 긴 타원형이고 길이 30cm 내외이다. 꽃은 깔때기 모양이고 5개로 갈라지며 지름 5cm 정도이며 연중 꽃이 달린다. 꽃 빛깔은 연한 분홍색에서 붉은색까지 있으며 건조기에 잎이 떨어지지만 온실에서 재배하는 것은 연중 꽃이 핀다. 멕시코· 베네수엘라· 서인도 제도가 원산이다. 노란색 꽃이 피는 플루메리아 오브투사(P. obtusa)는 멕시코 원산이고 흰색 꽃이 피는 흰꽃 플루메리아(P. alba)는 서인도제도 원산이다." ("" 구글에서 일부 발췌함)

캄보자 꽃.jpg▲ 캄보자 꽃 [사진: 구글 이미지]
 
 2016년도 나의 글 중의 하나인 "캄보자 꽃과 같은 인생"에서 등장하는 꽃이다. 내가 이 꽃을 좋아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으나 그것은 간단히 말해 수수함 속의 아름다움 때문이다. 흡사 한국에서 여기 저기 야생에서 많이 피는 찔레꽃(Wild Rose)과 같은 느낌이 있어 더욱 친밀감이 있다. 찔레꽃은 장미(Rose)의 먼 친척 뻘 되는 꽃이며 늦은 봄부터 가을까지 꾸준히 피며 작은 망울들을 터트리는 꽃으로 진한 향기와 화려함을 가진 아름다운 장미꽃과 비교하곤 한다. 

 일견, 장미꽃을 우리의 인생에 대비하면 화려하고 빛나게 짧은 시간동안 활화산의 폭발처럼 사는 삶과 같은 것으로 비유할 수 있다. 반면에 찔레꽃은 장미꽃에 비하여 좀 더 수수하고 작으며 조금 더 오랫동안 잔잔한 향기를 가진 삶이라고 할 수 있다. 

 인도네시아에서 10년 동안 살면서 한국에서 내가 좋아했던 찔레꽃과 같은 모습과 성질이 비슷한 캄보자 꽃을 좋아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캄보자 꽃은 언제나 넓은 잎을 배경으로 꽃이 피는데 꽃의 향기는 너무 진하지 않고 은은하여 코로 향기를 들여 마시면 야릇한 천연 향수냄새가 내 머리를 하얗게 마비시키곤 했었다. 또한 꽃의 색깔도 다양하여 분홍, 빨간, 노란, 흰색 등으로 되어 있다. 다시 말하면, 그 꽃잎은 난처럼 도톰하여 좀 오랫동안 간직해도 그 향기의 잔잔한 여운을 길게 느낄 수 있다. 

 그 중에서 특히 나는 빨간색 꽃잎의 캄보자 꽃을 좋아한다. 빨간 캄보자 꽃을 중심으로 푸른 큰 잎사귀들이 마치 호위무사들의 보초를 서는 것처럼 잎사귀 속에서 우뚝하게 빛나고 앙증스러우며 조금은 수줍은 듯한 빨간 볼에 연지를 바른 새색시 같은 꽃의 느낌이다. 대부분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캄보자 꽃은 죽은 사람의 영혼이 깃들어 있는 꽃이라고 하여 무덤가에는 노란 꽃과 흰 꽃의 캄보자 나무를 많이 심는다. 

 나의 회사에서 자카르타로 나올 때에 큰길이 많이 막히면 우회도로를 이용하기 위해 동네 시장 길로 나가는 경우가 있는데 이 길에는 두 군데 작은 마을 공동묘지가 있다. 거기에는 대부분 노란 꽃과 흰 꽃의 캄보자가 정성스레 장식되어 있다. 어쩌면 산 자와 죽은 자의 경계는 길 하나 사이를 두고 있는데 산 자들의 길에는 분홍, 빨간 꽃이 환하게 웃고 있고 사자들의 길에는 흰, 노란색 꽃들이 말없이 엄숙하게 피어 있다. 

 가끔 나는 빨간 꽃 캄보자를 보면서 젊은 시절의 목표를 향해 열정적으로 갈구했던 꿈을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모진 풍상을 경험하고 중년이 되어 노련한 노란색으로 변하고 나중에 인생의 종착역에서는 모든 것을 섭렵하고 삶을 어느 정도 이해하는 빛 바랜 흰색으로 장식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나의 인생길 또한 어느새 빨간 꽃에서 노란 꽃으로 변하였고 서서히 색이 바랜 흰 꽃으로 가는 길일 것이리라...

 그래서 나는 먼 고향의 찔레꽃과 같은 인도네시아 캄보자 꽃을 좋아하는 것이다. 회사에 출근하면서 늘 나를 정원에서 맞이하는 빨간 꽃 캄보자를 보며 오늘도 평범하면서도 수수한 꾸준하며 오랫동안 잘 버티는 찔레꽃과 같은 삶을 위한 시간을 시작한다. [데일리인도네시아]

* 이 글은 데일리인도네시아와 자카르타경제신문에 함께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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