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의 결혼식 날(5월 26일) 새벽이었다. 그 일 때문은 아니었는데, 나는 아니었다고 생각하는데, 딸애와의 지난 일들이 단속적으로 불쑥불쑥 떠올라 잠들지 못하고 뒤척이다 결국 일어나고 말았다.
그날 새벽, 일어나 소파에 앉아 있었을 무렵,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이라는 속보를 보았다. 아직 개봉 전이기는 하나, 영화의 시놉시스에 따르면, 이 영화는 반(半)지하에서 전원 백수로 살아가는 한 가족과 글로벌 IT 기업 CEO의 가족이 만나게 되면서 벌어지는 새로운 가족 희비극이라고 한다.
시인은 “반은 지하라는 말은/반은 지상이라는 말이 될 텐데//…/말은 왜 아래를 지향할까”라고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낸다. 도시 빈곤층의 주거시설을 표현할 때, 고시텔, 옥탑방, 반지하 등의 단어를 사용한다. 이 가운데 주로 고시텔과 옥탑방은 2인 이하의 주거를, 반지하는 3인 이상 가족의 주거 공간을 가리킨다. 반지하는 왜 반지상이 되지 못하였을까?
지면(地面)의 아래는 전통적으로 부정적인 의미가 담겨있었다. 지하는, 사전에서 “땅속이나 땅속을 파고 만든 구조물의 공간”을 뜻하기도 하지만, ‘저승’을 비유적으로 가리키기도 하고, 사회 운동, 정치 운동, 저항 운동 따위를 비합법적으로 숨어서 하는 영역을 지칭하기도 한다. 땅의 아래는 산자와 유리된, 죽은 이를 묻는 장소임과 동시에, 지옥(地獄)이 있는 곳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물론 우리도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지하철, 지하상가, 지하주차장 등의 교통, 위락, 편의 시설로 인해 지하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이루어지곤 있지만, ‘반지하’는 여전히 불편한 표현이기만 하다. 더욱이 모두들 위만 지향하고 있는 세상에서 “피곤한 날에는/하늘이 더 높아 보”일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한숨은 왜 땅으로 푹 꺼질까/왜 새싹으로 다시 돋아나지 않을까”
다 같이 세상의 모든 생명들이 행복하기를 기원하는 「식물원 카페」였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김상균 약력
김상균 시인은 서울 출생으로 부산대학교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1985년 무크지 <가락>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시집으로 <자작나무, 눈, 프로스트>와 <깊은 기억> 등이 있다. 대학 강사와 고등학교 교사를 거쳐 KAIST 부설 한국과학영재학교에서 교감으로 정년퇴임하였다. 다수의 사진전을 개최한 바 있는 사진작가이며, 일찍부터 영화와 음악에 대한 시와 글을 써온 예술 애호가이자, 90년대 초반부터 배낭여행을 해온 여행 전문가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