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포탄(砲彈)이 모두 별이 된다면
이세룡
세계의 각종 포탄이 모두 별이 된다면
그러면 몰래 감추어 둔 대포(大砲)와
대포 곁에서 잠드는 병사들의 숫자만 믿고
함부로 날뛰던 나라들이 우습겠지요
또한 몰래 감춘 대포를 위해
눈 부릅뜨던 병사와
눈 부릅뜨고 오래 견딘 병사에게 달아주던 훈장과
훈장을 만들어 팔던 가게가 똑같이 우습겠지요
세계의 각종 포탄이 모두 별이 된다면
그러면 전 세계의 시민들이
각자의 생일날 밤에
멋대로 축포(祝砲)를 쏜다 한들
나서서 말릴 사람이 없겠지요.
포구(砲口)가 꽃의 중심을 겨누거나
술잔의 손잡이를 향하거나
나서서 말릴 사람이 없겠지요
별을 포탄 삼아 쏘아 댄다면
세계는 밤에도 빛날 테고
사람들은 모두 포탄이 되기 위해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릴지 모릅니다
세계의 각종 포탄이
모두 별이 된다면
고려원 시인선 『빵』 고려원
▲ [사진: 김상균]
누렇게 바랜, 40년 가까이 된(1980년) 시집을 들춰냈습니다. 서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에서 무장세력에게 납치됐던 인질들을 구출하는 과정에서 프랑스 특수부대원 2명이 사망했다는 보도를 접하면서 대학 때 읽었던 정말 동화(童話) 같은 시를 떠올린 것입니다.
광주 민주화 운동이 있었던 그해 여름, 수배를 피해 3명이 가덕도 기도원에서 지내던 바닷가 외딴 오두막집. 전기도 들어오지 않아 촛불을 켜고 책을 읽다 밖을 나서면 파도 소리와 총총한 별들만이 칠흑 같던 공간을 아우를 뿐이었습니다.
그때 내가 진정으로 원했던 것은 생명, 자유, 민주, 평화 그리고 모두의 온전한 삶이었습니다. “세계의 각종 포탄이 모두 별이 된다면…”
파울로 코엘료는 “무언가를 온 마음을 다해 원한다면 반드시 그렇게 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무언가를 바라는 마음은 곧 우주의 마음에서 비롯된 때문이지. 그리고 그것을 실현하는 것이 이 땅에서 자네가 맡은 의무라네.”라고 얘기했습니다.
내 마음의 정성이 아직 부족했거나 아직 온 마음을 다 내놓진 않은 것일까요?
세상의 모든 생명들이 행복하기를 다시금 기원하는 봄날 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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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균 약력
김상균 시인은 서울 출생으로 부산대학교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1985년 무크지 <가락>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시집으로 <자작나무, 눈, 프로스트>와 <깊은 기억> 등이 있다. 대학 강사와 고등학교 교사를 거쳐 KAIST 부설 한국과학영재학교에서 교감으로 정년퇴임하였다. 다수의 사진전을 개최한 바 있는 사진작가이며, 일찍부터 영화와 음악에 대한 시와 글을 써온 예술 애호가이자, 90년대 초반부터 배낭여행을 해온 여행 전문가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