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초가 되면서 갑자기 여름으로 자맥질해 들어간 듯한 날씨에 ‘올해의 봄은 이렇게 가버렸나?’ 하는 아쉬운 마음이었는데, 갑자기 찬 공기가 주위를 감싸니 안도감이 들면서도 문득 이런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그 동안 학생들을 가르치다보니 계절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때는 방학이 있는 여름, 겨울 뿐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초등학교 고학년 이후 계절을 느낀다는 것은, 등하교길이거나 출퇴근길 중에서도 머릿속이 복잡하지 않을 때에만, 마치 ‘테스트 샷(test shot)’하듯 계절의 편린을 맛보게 되는 것이 아니었나 하는 느낌입니다. 내가 중학교 때부터 사진을 찍게 된 것도 안타까운 마음에 잠깐이라도 카메라를 들고 지나는 시간을, 계절을 붙들어보려고 했던 건지도 모릅니다.
퇴직 이후, 봄이라는 계절을 민낯으로 만나고 있습니다. 하루하루가 새롭고, 매일매일이 다르다는 걸 새삼 느낍니다. 감기(感氣)라는 것은 찬 공기로 인한 질병의 이름입니다만 ‘계절의 기운(氣運)을 느낀다(感)’는 의미의 감기(感氣)는 살아가면서 우리가 느끼게 되는 작은 행복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김상균 약력
김상균 시인은 서울 출생으로 부산대학교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1985년 무크지 <가락>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시집으로 <자작나무, 눈, 프로스트>와 <깊은 기억> 등이 있다. 대학 강사와 고등학교 교사를 거쳐 KAIST 부설 한국과학영재학교에서 교감으로 정년퇴임하였다. 다수의 사진전을 개최한 바 있는 사진작가이며, 일찍부터 영화와 음악에 대한 시와 글을 써온 예술 애호가이자, 90년대 초반부터 배낭여행을 해온 여행 전문가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