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김은숙] 생의 찬미
보내는분 이메일
받는분 이메일

[김은숙] 생의 찬미

깡통의 수다 26
기사입력 2019.04.24 11:54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기사내용 프린트
  • 기사내용 메일로 보내기
  • 기사 스크랩
  • 기사 내용 글자 크게
  • 기사 내용 글자 작게

인도네시아 족자에서 사는 김은숙 작가가 <깡통의 수다>를 데일리인도네시아에 연재합니다. 문득 자신의 삶이 깡통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깡통 속에 무엇을 담고 있는 지 스스로 궁금해졌다고 합니다. 김 작가는 족자에서 사업을 하는 남편을 내조하고 사남매를 키우면서 사나따다르마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했고 수필집 두 권을 낸 열혈주부 작가입니다. 현재 사나따다르마대학교 인도네시아문학과에 재학 중이며, 족자 한글학교 교장으로 봉사하고 있습니다. [편집자주]     


'생의 찬미’

깡통1.jpg그루밍하는 고양이 [사진: 김은숙]
 
"이 삶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그대여 아는가?"
아침에 눈을 뜨면 할 일이 산더미이다. 그래도 일찍 일어난 날은 동네를 왔다 갔다 하며 운동으로 시작한다. 새벽에서 새벽이 오기까지 칠흑같이 어두운 동네를 오고 가노라면 우리 집 업둥이 고양이들 엘사와 곰이 나를 호위한다. 남편의 아침을 준비하고, 남편과 아이들의 도시락을 싸고 나도 학교 갈 준비를 한다. 제일 먼저 아이들이 이어 남편이 마지막으로 내가 집을 나선다. 그러기 전에 고양이 집도 치우고 고양이 밥도 주고 정말 바쁘다. 몸이 고되다. 그래도 즐거운 것을 어쩌랴. 이 고양이들이 우리 아이들과 이야기 하는 추억의 매개체이기고 생활이다. 우리 집 고양이는 총 11마리이다. 

으악! 11마리!!! 정말로 나한데는 과하다. 결혼 후 철칙은 ‘반려동물을 안 키운다!’이었다. 왜냐하면 대학생 때 혼자 사는 게 외로워 오리와 개와 고양이를 닥치는 대로 키웠던 적이 있었는데 손이 매일매일 갔었다. 내 자식에게 갈 손도 모자란데 고양이에게 손 갈 정신은 더 없을 것 같았다. 고양이뿐만 아니라 어떤 동물도 안 된다고 생각했었다. 애완견에게 정을 주며 키우다가 키우지 못해 남에게 준 경험이 있는 사람으로 그것도 할 짓이 아니라고 생각되어졌기 때문이었다. 그 이유는 바로 정말 예뻐하던 개를 키우다 어미 개가 쥐약 먹고 죽는 바람에 남은 개 모두 지인에게 주고 다시는 동물을 안 키운다고 그렇게 다짐하고 다짐했는데, 하지만 어디 삶이 내 맘대로 되는가?

깡통2.jpg▲ 우리 안에 있는 고양이들 [사진: 김은숙]
 
2014년 어느 날 한국을 갔다 오니 우리 집에 아기 고양이 두 마리가 엄마를 잃고 ‘냥냥’ 거리고 있었다. 어미가 찾아가라고 사흘 간 밤낮으로 먹이를 주며 기다리면서 집안으로 들이지 않았다. 그런데 끝내 엄마가 오지 않았다. 엄마 고양이가 길에서 사고로 죽었다는 이야기를 경비아저씨가 말해 주었다. 결국 집안에서 고양이를 키우다 밖으로 집을 지어 내보냈다. 이후 고양이 엘사가 딸 고양이 하나를 데리고 오더니 아예 애기를 덥석 6마리를 낳는 기절초풍 하는 일이 일어났다. 한 마리는 키우다 잃었고 한 마리는 입양을 보냈다. 이렇게 저렇게 고양이가 모이더니 총 11마리가 되었다. 엘사와 곰은 부부관계인 것 같다. 여하튼 11마리 중 9마리는 고양이 집에 가두어 키우고 부부 관계에 있는 곰과 엘사는 가두어 두면 생난리 부르스를 치니 밖에 내놓고 키운다. 결국 11마리 모두 중성화수술을 마쳤다. 

웬 고양이를 이렇게 키우냐고 묻는다면 답할 게 없다. 하지만 지금 이 삶이 다소 고돼도 너무 감사하다. 없는 돈이지만 고양이 밥 살 돈이 있고 고양이 때문에 울고 웃는 우리 아이들을 보면 고양이들을 잘 키우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니 사람도 동물도 더불어 잘 살고 있는 것 같다. 하루는 우리 셋째가 달팽이를 보더니 밥 좀 주라고 해서 이제는 달팽이도 키우게 되었다. 엄마야! 이런 미물들도 밥 주는 것을 알아 밥 주는 곳으로 밤이 되어 선선하면 하나 둘 모여든다. 그래서 삶이 참 경이롭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삶에 이처럼 따뜻한 시간이 존재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깡통3.jpg▲ 배춧잎 위에 동글동글한 달팽이들이 있다. [사진: 김은숙]
 
한국에서 맞벌이를 하며 힘들게 사는 사람들에 비해 나는 자식을 키우고 동물도 키우며 신선처럼 살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때로는 힘겹게 살고 있는 한국 동생에게 미안한 날도 있다. 고양이 중성화 수술비로 몇 십만 원씩 낸다고하면, 먹고 사는 것도 빠듯한 사람들이 들으면 속상할 것 같다. 그래도 아이들과 수술의 필요성을 논하며 우리 가족은 성숙해졌다. 그런데 달팽이는 왜 키우냐고? 하면 그냥 웃지요……. 정말 답을 못하겠다. 중요한 것은 셋째가 그렇게 하고 싶어 해서다. 또 한글학교 새싹반 아이들이 너무 좋아한다. 여하튼 아침이나 저녁에 야채를 주면 옹기종기 모여드는 달팽이를 보며 감사하게 생각한다. 이유는 미물도 때를 아는구나! 미물의 삶도 허기지고 고단하구나! 이런 생각들이 들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 아이들은 집에 돌아오면 고양이들과 달팽이들에게 밥 준 것을 인사로 하루해가 저문다. 아구야 ! 얘들아 엄마 밥 먹은 것을 먼저 물어봐야지 하고 볼멘소리로 삐지면 엄마는 "내 엄마잖아요"하며 웃는다. “아들아! 그래도 사람이 동물보다 우선이야.” “엄마, 사람은 배울 수도 있고 돈을 벌 수도 있고 부모가 챙겨 주잖아요. 제네들 우리가 안 해주면 죽잖아요. 그러니 사람이 챙겨 주어야죠.” 그래 사랑한다. 우리 아들 너의 그 예쁜 마음을 사랑한다. 삶이 이처럼 아름다운 것은 미물에게도 사랑을 느낄 수 있는 사람들의 심성일 것이다. ‘삶’이 참 아름답다. ‘생’이 참 거룩하게 느껴진다. 공부에, 밥에, 아이들 챙기랴, 남편 챙기랴, 정말 정신없는데 고양이에 달팽이에 눈 떴을 때 아주 많은 할 일들이 나를 기다려 준다는 것에 감사한다.

죽음에 이르기 전 까지 ‘삶’을 이 ‘생’을 찬미하며 살다가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나와 반목하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가깝게는 가족들과 지인들 그리고 멀게는 모르는 사람들까지 사람을 찬미하며 살다가 생을 마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햇살이 참 따뜻하다. 우기가 끝나가려는 것일까? 햇볕이 강하고 따뜻하다. 작은 빛 하나 미물하나 어디 살갑지 않은 것이 있고 감사하지 않은 게 있을까? 생의 모든 것에 감사하고 생의 모든 순간에 경의를 표한다. 그리고 사랑한다. [데일리인도네시아]


<저작권자ⓒ데일리인도네시아 & www.dailyindonesia.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
 
 
 
 
 
회사소개 | 광고안내 | 제휴·광고문의 | 기사제보 | 다이렉트결제 | 고객센터 | 저작권정책 | 회원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무단수집거부 | RSS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