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하늘도 청명하고 햇빛도 따스한데 나올래?”
“지난번에 갔던 그 음식점에서 만날까? 햇볕이 잘 비치는 창가 쪽으로 예약해 둘게.”
장소에 따라 만남의 기쁨은 배가 되기도 하지요. 지난해 국내 여행 중에 만났던 한 음식점이 제게는 그런 곳이었습니다. 늦은 아침 식사를 위해 가벼운 마음으로 들어간 그 곳은 바닷가에 위치한 소박한 여느 식당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아니, 많이 달랐습니다. “함께 입장하세요! 사랑, 배려, 격려, 덕담, 양보, 웃음”이라는 문구가 주인장을 대신하여 순백의 액자 속에 담겨 까만 글씨체로 담백하게 우리를 맞이하였습니다. 식사를 하는 동안은 물론 그 날 하루가 행복했지요. 그 날을 떠올리며 나는 행복을 짓는 사람인가 자문해 봅니다.
오류를 찾으셨나요? 그렇습니다. 위의 두 문장은 다음과 같이 써야 맞습니다.
“오랜만에 하늘도 청명하고 햇볕도 따스한데 나올래?”
“지난번에 갔던 그 음식점에서 만날까? 햇빛이 잘 비치는 창가 쪽으로 예약해 둘게.”
햇볕? 햇빛?
비추다? 비치다?
먼저, ‘햇볕’과 ‘햇빛’은 표현하려는 관련 감각에 따라 구분하여 사용하면 오류를 피할 수 있습니다. 말하자면, ‘햇볕’은 ‘해가 내리쬐는 기운’을 뜻하므로 ‘햇볕이 따스하다, 햇볕에 타다’와 같이 피부 감각으로 표현하는 용언(아래 예문에서 ‘타다’)과 어울리고, ‘햇빛’은 ‘해의 빛’을 뜻하므로 ‘햇빛이 비치다, 햇빛을 가리다’ 등과 같이 시각적인 감각으로 표현하는 용언(아래 예문에서 ‘부시다’)과 어울리는 단어입니다.
“하루 종일 텃밭에 나가 있었더니 햇볕(○)/햇빛(×)에 피부가 검게 탔어요.”
“햇볕(×)/햇빛(○)이 눈이 부실 때는 안전 운전을 위해 선글라스를 착용하세요.”
피부가 따갑거나 타는 것은 ‘햇빛’이 아닌 ‘햇볕’ 때문이고 눈이 부신 것은 ‘햇볕’이 아닌 ‘햇빛’ 때문이지요.
다음으로, 햇빛이든 달빛이든 불빛이든 ‘빛이 있어서 환하게 되다’는 의미로 쓰고자 한다면 ‘(빛이) 비치다’로 써야하고 ‘빛을 내는 대상이 다른 대상에 빛을 보내어 밝게 하다’는 의미를 나타내고자 한다면 대상인 목적어를 취하는 타동사 ‘(~을) 비추다’로 써야합니다.
“어두운 곳보다 햇빛이 비추는(×)/비치는(○) 밝은 곳이 좋아요.”
“햇빛이 실내를 환하게 비추도록(○)/비치도록(×) 창문을 크게 내려고요.”
♠ 알고 보면 쉬운 우리말, 올바르게 쓰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 중요!
* 한글 맞춤법, 표준어 검색을 위한 추천 사이트
국립국어원 http://www.korean.go.kr/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http://stdweb2.korean.go.kr/main.jsp
** 이익범
이화여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자카르타한국국제학교 교사를 지냄. 현재 한국어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