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에세이] 자카르타 스케치/김의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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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자카르타 스케치/김의용

인문창작클럽 연재
기사입력 2019.02.28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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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과 사진: 김의용 

열대지방의 독특한 냄새와 강렬한 빗줄기, 그리고 지독한 소음이 자카르타에 대한 개인적인 첫 느낌이었다. 그리고 공항에서 시내로 진입하면서 처음에는 지독한 교통체증에, 두번 째는 막연하게 상상했던 동남아의 모습과는 다른 고층화된 도심 풍경때문에 놀랬다. 도심 빌딩들은 각기 독자적인 미학적 개념이나 정리된 형태 질서들을 가지고 있기도 한데, 정제된 도시계획이나 철학적 개념은 결여된듯 보였다. 물론 빈약한 사회기반시설 또한 겉보기에만 번듯한 도심의 허상을 만드는데 충분히 한 몫을 한 것을 나중에 알았다.  한국의 7,80년대 개발독주 시대의 도시환경을 돌이켜보면 그리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아니나, 이방인의 눈에 비친 이곳의 도시는 생경함 그 자체였다. 

01.자카르타 광경.JPG

 
"다양성의 인도네시아"라는 말처럼, 자카르타의 건축환경은 다양하고 혼합적이어서, 건축가의 시각으로  이해하는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 아마도 계속해서 타종교와 문화가 유입되고 다시 토착문화와 융화되는 역사적이고 문화적인 특성도 한 몫을 했을 것이다. 이 도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건축 형식은 절충주의 건축이다. 전통 건축과 현대건축의 언어를 뒤섞어놓은 건축물 형태를 지칭하는 것인데, 일반적으로 건축물의 몸통은 모던한 형태를 취하고, 지붕은 전통적인 건축형태를 취하는 건물을 말한다.   

02.절충주의.jpg
 

건축 역사에서 이런 형태들은 주로 정통성이 취약한 정권이 민족성을 강조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는게 일반적이다. 마찬가지로 인도네시아 전역에 퍼져있는 절충주의 양식의 건축물들은 수하르또의 신질서 시대(Orde baru)에 판자실라(Pancasila)를 강조하기 위하여 국수주의적이고 민족주의적인 건축양식으로 채택되어 국가적으로 장려되면서 시작되었다. 이런 국수주의적이고 민족적인 태도는 "따만 미니(Taman mini)"라는 건축적 키치(Kitsch)의 종합선물세트를 만들어내었다. 반면 반둥 공과대학 토목과를 졸업한 수카르노 대통령은 근대건축을 국가적 통합과 강력함을 표현할 수 있는 중요하고 강력한 상징으로 생각했고 이를 장려했다. 자카르타 중심부에 있는 모나스 광장(Monas Plaza)과 이스티크랄 사원(Masjid Istiqlal)이 전형적인 서구 근대건축의 영향으로 만들어진 이유이다.  


03.근대.jpg
 

자카르타가 가능한한 아름답고, 스펙터클하고, 활기있는 중심도시가 되길 원했던 수카르노와 수하르토 대통령은 현재의 자카르타 형성에 큰 책임을 가진다.  1960년대 중반, 경제 규모에 비해 불필요한 건축유형인 고층건물들이 근대화되고 발전하는 국가의 상징처럼 집권자의 욕망에 의해 건설되기 시작되었다. 장기적인 도시 발전전략이나 계획도 없이 도심의 고층화가 진행되어 현재에까지도 영향을 끼치는 많은 도시적 문제를 야기했다. 이런 방식으로 전개된 도심의 개발정책은 도시를 단순한 욕망의 집적체로 만들어버렸다. 도심의 무수한 고층빌딩과 대형 몰은 사람들을 거대한 냉장고에서 생활하게 만들었다. 이곳에는 건축의 지역성도 역사성도 존재하지 않으며, 자본주의적 욕망만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네델란드 식민기와 독립 이후의 역사가 고스란히 잔존하는 파타힐라(Fatahilah) 광장은  그 자체로 역사적인 교훈이자 상징이다. 자카르타에서 가장 풍부한 역사성이 남아있는 장소임에도 불구하고, 예산부족과 관심부족으로 인하여 모두에게 방치되고 버려진 장소처럼 존재한다 .  풍부한 역사적 흔적들이 남아있는 이곳은 도시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까지도 압축되어있는 자카르타의 유일한 역사적 장소이다. 


04.꼬타광장.JPG
 
늦은 오후 뜨거운 햇살을 피해 노천까페에서 무심하게 광장을 바라보고 있을 때, 이 광장을 가로지르며 자전거 타는 환한 미소의 소녀가 만들어준 그 광경에서 묘한 슬픔과 애잔함 같은 감정이 느껴졌다. 이처럼 장소와 공간은 감각을 일깨우는 힘이 있어야 한다. 바로 이런 것이 도시의 품격을 만들어주는 원동력이고 근원인 것이다.  <끝> 


김의용: PT.MAP A&E INDONESIA 건축설계사무소 법인장,군나다르마 대학 건축학과 교수

인문창작클럽(INJAK)
인문창작클럽 (인작: 회장 이강현)의 회원들은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전문인으로 구성되었으며, 개개인의 다름과 차이를 공유하고 교류하면서 재인도네시아 한인사회를 조명하는 새로운 시각이 되고자 노력하는 모임입니다.

* 이 글은 데일리인도네시아와 자카르타경제신문에 함께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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