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을 불지 않게 끓이는 방법 알아?”
“면이 약간 덜 익었다고 생각될 쯤에 불을 꺼봐.”
라면 하나를 끓여도 적기에 불을 꺼야 맛있는 라면을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하듯 우리는 무슨 일이든지 적기에 이루어질 때 결과에 대한 만족도도 높아진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적기라는 것이 본래 정해진 것도 아니고 모두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도 아니지요. 라면 하나를 끓이는 데도 자신의 취향에 따라 불을 끄는 시점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과거와 달리 가을에 씨 뿌리고 봄에 추수할 수도 있습니다. 적기가 아니라며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미루고 있는 것은 아닌지 나 자신을 돌아봅니다.
오류를 찾으셨나요? 그렇습니다. 위의 두 문장은 다음과 같이 써야 맞습니다.
“라면을 붇지 않게 끓이는 방법 알아?”
“면이 약간 덜 익었다고 생각될 즈음(즘)에 불을 꺼봐.”
불지 × ⇒ 붇지 ○
즈음? 쯤?
‘물에 젖어서 부피가 커지다’라는 뜻의 단어는 ‘붇다’입니다. ‘붇다’는 ‘불어[부러], 불으니[부르니], 붇고[붇꼬], 붇지[붇찌], 붇는[분는]’과 같이 활용됩니다. ‘붇다’의 어간 ‘붇-’은 ‘-고, -지, -는’과 같은 자음 어미 앞에서는 변화가 일어나지 않지만, ‘-어, -으니’와 같이 모음 어미 앞에서는 어간의 끝소리 ‘ㄷ’이 ‘ㄹ’로 바뀌는 불규칙 용언입니다. ‘불지, 불고’는 ‘불다’의 활용형입니다.
“작년 설에는 떡국이 불어서 맛있게 못 먹었어요.”
“쌀에 따라서 떡국이 더 잘 붇기도 하니 떡을 살 때 잘 알아보고 사세요.”
‘즈음’은 ‘도착할 즈음’처럼 주로 어미 ‘-ㄹ(을)’ 뒤에 쓰여 ‘일이 어찌 될 무렵’의 뜻을 나타내는 의존명사입니다. ‘즈음’의 줄인 말인 ‘즘’을 쓰기도 하지요. 그런데 ‘즘’ 대신에 ‘쯤’으로 잘못 표기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발음을 표기에 반영한 결과이거나 ‘알맞은 한도, 그만큼가량’을 뜻하는 접사 ‘쯤’과 혼동하여 일어나는 오류입니다. ‘도착할 즈음(즘)’은 [도차칼쯔음(쯤)]으로 발음됩니다. 이는 ‘ㄹ’ 뒤에서 ‘ㅈ’이 된소리 ‘ㅉ’로 발음되는 현상 때문이지요. 아래 문장에서 보면 ‘즘’과 ‘쯤’은 발음도 같고 둘 다 ‘무렵’을 뜻한다는 점에서 같습니다. 따라서 어미 ‘-ㄹ(을)’ 뒤에는 의존명사 ‘즘’을 띄어 쓰고, 일부 명사나 명사구 뒤에는 접사 ‘쯤’을 붙여 쓴다는 것으로 각각의 쓰임을 구분해 볼 수 있겠습니다.
“행사가 끝날 즘(즈음)에 다시 전화 주세요.”
“네, 행사가 끝나는 다섯 시쯤에 연락드릴게요.”
♠ 알고 보면 쉬운 우리말, 올바르게 쓰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 중요!
* 한글 맞춤법, 표준어 검색을 위한 추천 사이트
국립국어원 http://www.korean.go.kr/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http://stdweb2.korean.go.kr/main.jsp
** 이익범
이화여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자카르타한국국제학교 교사를 지냄. 현재 한국어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