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바의 어부
김현숙
흩날리는 안개 속
낡은 조각배 하나
첨벙 첨벙 아침을 깨우며
물가로 물가로
밤새 어둠에 떠밀린 삶의 올가미 걷어 올립니다
호수가 물멀미로 토해 낸
수초덩이
찌그러진 생수 병
찢어진 비닐봉지
목숨을 버린 피라미 몇 마리
등이 새까맣게 여읜 노인은
토사물을 양동이에
물고기 마냥 쏟아 붓고
목구멍에 걸린 가래에
숨 깊은 기침을 합니다
멀리 산 그림자 위로
달아난 물결은 일렁이고
아침은 가깝고
하루는 빠릅니다
▲ 사진=조현영 /manzizak
*** 시작노트
호수의 저 깊은 곳, 영겁의 세월 위로 지금도 먼지만큼의 시간이 쌓여갑니다.
일평생을 이곳에서 지내 온 노인은 아침마다 호수의 토사물을 정리합니다.
팔뚝만한 물고기가 튀어오르던 시절도 있었겠지요.
고래만한 물고기를 꿈 꾼적도 있었겠지요.
하지만 그의 나룻배는 오히려 주인의 이력보다 추레해 보입니다.
찰싹거리며 가장자리로 밀려오는 물결을 거스르는 노의 느린 가락이 가끔 마음을 헤집고 들어옵니다.
인문창작클럽(INJAK)
인문창작클럽 (인작: 회장 이강현)의 회원들은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전문인으로 구성되었으며, 개개인의 다름과 차이를 공유하고 교류하면서 재인도네시아 한인사회를 조명하는 새로운 시각이 되고자 노력하는 모임입니다.
* 이 글은 데일리인도네시아와 자카르타경제신문에 함께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