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김은숙] 아름다운 섬 여행 1; 카리문자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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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숙] 아름다운 섬 여행 1; 카리문자와

깡통의 수다 23
기사입력 2018.07.20 0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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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족자에서 사는 김은숙 작가가 <깡통의 수다>를 데일리인도네시아에 연재합니다. 문득 자신의 삶이 깡통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깡통 속에 무엇을 담고 있는 지 스스로 궁금해졌다고 합니다. 김 작가는 족자에서 사업을 하는 남편을 내조하고 사남매를 키우면서 사나따다르마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했고 수필집 두 권을 낸 열혈주부 작가입니다. 현재 사나따다르마대학교 인도네시아문학과에 재학 중이며, 족자 한글학교 교장으로 봉사하고 있습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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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섬 여행 1; 카리문자와(Karimun Jawa)’

     와우! 드디어 방학이다. 방학이 되면 그동안 바빠서 못 읽은 책도 많이 읽고, 못 본 드라마도 몰아서 보고, 글도 많이 쓰려고 했다. 그런데 현실은 너무 달라 아무 것도 못하고 있었다. 이도저도 꼼짝도 못할 상황이라고 꼼짝 안 할 나 김은숙은 아니다. 어차피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야 한다면 족자에서 가장 난해한 코스로 소문난 여행을 해보자 생각했다. 사실은 가장 저렴하게 가장 소문난 여행지를 가보자는 취지가 더 맞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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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도네시아 여행지 중에 ‘죽기 전에 꼭 가보아야 할 섬’이라고 소문난 ‘카리문자와’라는 섬이 있다. 그곳에 가기로 계획을 잡았다. 2년 전에도 가려고 하다가 못 간 섬이라 언젠가는 가야한다고 마음먹은 섬이니 만큼 올해는 아이들과 가보기로 했다. 아이들의 동의를 얻어 일을 추진하는 중에 호텔 예약은 간단했지만 배편 예약이 마음같이 잘 되지 않아 가는 배편만 예약하고 무거운 마음으로 출발하기로 했다. 사람들의 말에 의하면, 배편 예약이 힘들어 여행사들이 선뜻 손을 못 대는 여행 상품이 ‘카리문자와 여행’이다. 어쨌든 가기로 마음먹었으니 간다.  

     ‘카리문자와’는 먼저 족자에서 동쪽으로 가는데 차로 7시간정도 타고 즈빠라로 가서 배를 타기로 했다. 다른 곳에서 배를 타는 방법도 있다고 하지만, 보통은 카리문자와까지 더 가까운 즈빠라에서 배를 타는 걸로 알고 있다. 드디어 출발하는 날 우리는 오후 2시에 집을 나섰다. 아이들과 가는 여행이니만큼 쉬엄쉬엄 가기로 했다. 우선 스마랑으로 가서 한국음식점에 들러 배터지게 밥을 먹었다. 맘 좋은 사장님과 사모님이 어묵과 우거지해장국을 덤으로 주셔서 배부름과 행복을 만끽하고 다시 즈빠라까지 갔다. 도착하니 밤 열 시 정도 되었다. 이 정도의 코스면 그다지 난코스는 아니라는 생각도 하며 즈빠라에 준비된 기사 친척집에서 1박을 신세지게 되었다. 호텔도 있겠지만 아이들에게 인도네시아사람 집에서의 1박도 경험일 것 같아 일박을 했고 후한 아침 대접까지 받고 선착장으로 갔다. 9시에 떠난다던 배는 매표소 사정으로 1시간 정도 늦게 출발해 카리문자와로 향했다.

     중간 크기의 배를 타고 2시간 30분쯤 들어가는데 보트가 그야말로 대박 출렁거려 이제 울렁거림에 못 참겠다 싶을 정도가 되니 카리문자와에 도착했다는 안내방송이 나왔다. 정말 자연인으로 돌아가야 했던 곳 그래서 더 유명해졌는지도 모를 섬이 바로 카리문자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식당도 큰 곳 두 곳을 빼고는 저렴한 현지 식당이 우리들을 반겼고 그래서 많은 돈이 안 들어갔다. 스노클링이 옵션으로 되어 있어서 식대와 스노클링에 돈을 썼을 뿐 큰돈이 그다지 들어가지 않았다.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서 스노클링을 하며 이름도 생소한 외딴섬에서 선장과 관계자들이 구워준 생선과 야채 한가지로 밥을 먹는데 꿀맛이었다. 아무도 살지 않는 외딴 그 섬에, 심지어 전기도 없는 그 섬에서 프랑스 연인 한 쌍이 캠프를 단둘이서만 했다고 했다. 우리 배로 같이 타고 나오며 다시 스노클링을 하고 지는 해를 감상하며 바라본 프랑스의 연인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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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지인에게 말했더니 불타는 연인사이라 가능했을 거라고 했다. 아무리 불타는 연인사이라고 해도 나는 섬에서 자면 바다에서 난파된 해적선의 귀신들이 출몰할 것 같다고 했더니 나보고 영화를 너무 많이 봤다고 웃었다. 그렇게 자연에서 한국사람 대표인 나와, 네덜란드사람과, 프랑스 연인인 사람들과 인도네시아의 쓰레기 오염에 대해 우려를 논하며 마지막 남은 파라다이스가 지켜지기를 마음 모으기도 한 그날, 우리는 짐을 싸고 돌아올 차비를 했다. 배표는 호텔에서 완행 배표로 끊어 주었는데 우리 생각에 급행 배편 2시간 30분짜리 배가 더 좋을 것 같았지만, 실제로 타보니 완행 4시간 30분짜리 배가 더 크고, 더 부드럽고, 더 편안해서 더 즐겁게 즈빠라에 도착할 수 있었다. 

     경비는 호텔과 배편까지 1인 100만 루피아 정도, 그 외 옵션으로 스노클링과 식대로 1인당 100만 루피아를 합해 2박에 1인당 총 200만 루피아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저렴한 가격이다. 물론 나는 기사 수고비와 기사 가족에게 감사비용을 따로 지불했으니 예외도 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여행을 마치면서, 세상은 어디나 아름다운데 사람이 그 아름다운 세상을 오염시키는 주범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주범에 나도 포함되어 있을 터이니 더 겸손하게 살리라 마음먹고 족자에서 가장 난코스 여행 즉 ‘죽기 전에 가보아야 할 섬’ 카리문자와를 숙제를 하듯 차분하게 마무리했다. 

    글을 쓰는 이 순간 카리문자와의 섬들이 그립다. 눈을 감으면 스노클링을 하며 바라본 바다 속 산호초와 즐비하던 열대어들이 생각난다. 온몸에 베인 바다 냄새가 내가 바다이었던 때가 잠시 있었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뉘엿뉘엿 지는 해를 바라보며 우리네 삶, 아니 나의 삶이 이보다 더 아름다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던 그 순간에 나는 나의 한사람 남편에게 고마워했던 마음을 오래도록 간직하게 되기를 조용히 기도했다. 이런 삶을 허락하신 만물에 감사하고 하늘에 감사하고 그 사람에게 감사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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