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히잡은 미니스커트와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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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잡은 미니스커트와 다름없다"

기사입력 2018.07.05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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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히잡은 패션이다'

미국은 9·11 테러에 대한 보복으로 아프가니스탄을 공격할 때 '부르카로부터의 해방'을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이는 전쟁의 정당성을 확보하고 서방 세계의 지지를 끌어내는 효과적인 전략으로 채택됐다.

당시 부시 행정부는 탈레반 정권이 여성들에게 강요한 전통 의상이 정권의 억압성을 가장 쉽게 압축적으로 드러내 보여준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전통 의상인 히잡(베일)을 착용하는 무슬림 여성들의 생각은 어떨까. 

신간 '히잡은 패션이다'(서해문집 펴냄)는 2억6천만 명의 인구 중 87%가 무슬림인 인도네시아에서 진행한 문화인류학 연구를 통해 무슬림 여성들의 히잡에 대한 인식을 조명한다. 

저자인 김형준 강원대학교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서구의 내적 논리와 필요에 의해 형성된 오리엔탈리즘에서 벗어나야 무슬림 여성들의 다양한 미적 인식과 실천으로서 히잡의 실체를 파악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무슬림 여성들이 머리털, 목, 어깨 등의 신체 부위를 가리기 위해 착용하는 히잡은 얼굴 노출 정도와 천의 길이, 같이 입는 옷에 따라 다양하다. 

눈 부위까지 망사로 덮어 몸 전체를 가리는 부르카는 히잡 가운데 노출 부위가 가장 작다. 그 밖에 눈만 내놓고 얼굴 전체를 가리는 니캅, 차도르, 키마르 등이 있다.

책에 따르면 히잡은 이슬람교가 발흥한 7세기 전부터 서아시아(중동)와 인근 지역 토착 의상이었다. 히잡은 이슬람 사회의 변화와 긴밀한 관계가 있지만, 근대 이전까지는 히잡 착용이 그다지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어떤 곳에선 일상복으로, 다른 곳에선 의례복으로 쓰였다.

그러다 이슬람 사회가 근대 들어 팽창한 서구 제국주의의 지배를 받게 되면서 큰 변화를 겪게 됐다.

서구 문물을 받아들여 근대화를 꾀한 이슬람 진영에선 19세기 말 여성해방운동 영향을 받아 히잡 착용을 금지했다. 반면 서구 지배에 저항한 진영에선 히잡이 반식민투쟁의 핵심적인 상징물로 자리잡았다. 이처럼 히잡에 대한 무슬림들의 태도는 사실상 종교가 아닌 정치에 의해 결정됐다.

이란은 근대화 과정에서 히잡 착용이 금지됐다가 1979년 이슬람혁명 후 몸 전체를 가리는 망토 형태의 차도르가 부활했다. 

1960~1970년대 이슬람식 사회 변혁이 부각하면서, 히잡은 무슬림 정체성을 드러내고 서구 물질주의를 거부하는 방편으로 확산됐다.

히잡을 통한 자기표현을 추구하는 무슬림 여성들이 증가하면서 2000년대 이후 히잡 패션은 눈부시게 발전했다.

저자는 히잡 쓰기와 벗기, 히잡 스타일의 선택에는 무슬림 여성들이 직면한 다양한 현실과 그에 대한 대응과 타협의 과정이 개입됐다는 점에서 히잡을 둘러싼 현상은 다면적이고 중층적이라고 설명한다.

히잡은 여성의 미를 은폐하지만 동시에 드러내는 매개이며, 기존 질서에 대한 굴복이지만 또한 저항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자면 히잡을 여성을 억압하는 전근대적 유물로 바라보는 시각은 이슬람 사회를 교화하고 굴복시켜야 할 대상으로 여기는 서구 식민 이데올로기의 유산이라 할 수 있다.

"비서구 사회의 계몽이라는 식민 이데올로기에서 볼 때 히잡을 쓴 여성은 미몽에서 깨어나 서구인의 품으로 구조돼야 할 대상이었고, 이를 위한 최적의 방식은 히잡 벗기기였다."

저자는 많은 인도네시아 무슬림 여성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그들이 어떻게 일상생활 속에서 종교적 실천이자 패션 아이템으로 히잡을 사용하는지를 보여준다.

"무슬림 여성에게서 오늘은 미니스커트를 입을지, 핫팬츠를 입을지, 옷에 어울리는 화장은 무엇인지 고민하는 한국 여성의 모습을 찾아내기는 어렵지 않다. 무슬림 여성의 다양한 미적 취향과 행동은 히잡 쓴 여성을 뭉뚱그려 하나의 무리로 취급하거나 히잡을 아름다움의 은폐 도구로 간주하여 히잡 쓴 여성을 미적 표현에 무관심한 존재로 치부할 수 없게 했다. 이런 식의 관점은 현실을 왜곡하는 것이다."

298쪽. 1만6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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