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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칼럼] 선거 앞두고 이슬람 포퓰리즘 기승

기사입력 2018.03.09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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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리주의가 부상하는 인도네시아 이슬람
글 : 신성철 데일리인도네시아 대표

최근 들어 인도네시아에서 원리주의(또는 근본주의)가 부상하면서 각종 사회문제를 유발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반뜬 주 땅그랑에서는 혼전성관계를 했다는 이유로 28살의 남성과 그 약혼녀의 옷을 벗기고 거리를 끌고 다니며 폭행한 사건이 벌어졌다. 지난 1월 아쩨 주의 한 미용실에서 일하던 트랜스젠더 여성들이 경찰에 체포돼 강제 삭발을 당하는 등 성소수자들도 탄압을 받고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와 국회는 지난 2월 5일 미혼남녀의 성관계를 전면 불법화하는 형법 개정에 합의했다. 현행 형법은 배우자가 있는 남녀가 혼외성관계를 맺을 경우에만 최장 5년 징역에 처하는데, 앞으로는 모든 형태의 혼외정사를 모두 처벌하기로 한 것이다.

지난 2월 11일 자바 섬 중남부에 위치한 족자 지역에서 한 대학생이 흉기를 든 채 가톨릭 성당을 습격해 독일인 신부 등 4명이 다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대학생은 예수상과 성모상의 머리 부위를 부수며 10여분간 소란을 벌이다가 출동한 경찰관에게 붙잡혔다.

앞서 지난해 4월 자카르타 주지사 선거를 계기로 '이슬람 원리주의'의 득세가 가시화했다. 강경 무슬림단체인 이슬람수호자전선(FPI)을 필두로 한 무슬림 과격파는 중국계 기독교도인 바수끼 짜하야 뿌르나마(일명 아혹) 전 자카르타 주지사가 ‘무슬림은 유대인과 기독교도를 지도자로 삼아선 안 된다는 이슬람 경전 꾸란의 가르침을 부정’해 신성모독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이로 인해 아혹 전 주지사는 한때 60%에 육박했던 지지율이 급락하면서 재선에 실패했다.

이 같은 일련의 사건은 인도네시아 이슬람 원리주의 세력이 무시할 수 없는 수준으로 성장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역사와 정치적인 측면에서 보면 인도네시아 통치자들은 이슬람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았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무슬림이 사는 나라, 인구의 85% 가량이 무슬림이지만 헌법도 샤리아법(이슬람율법)이 아니다. 인도네시아 최대 무슬림단체인 나둘라뚤울라마(NU)와 제2위 무함마디야는 공식적으로 정치에 참여하지 않는다. 하지만 과거 네덜란드와 일본 식민정부, 수카르노와 수하르토 정권 등 지배층은 늘 이슬람을 협력과 견제의 대상으로 대했다. 수하르토 집권기인 일명 ‘신질서’ 시대에는 중앙집권 강화와 종교집단이 정치세력화 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이슬람을 의도적으로 억눌렀다. 

32년간 철권통치를 한 수하르토 정권이 1998년 외환위기로 붕괴되면서 인도네시아는 민주화 개혁시대를 맞는다. 이슬람 세력이 정치 공백을 대체하면서 이슬람 정당은 물론 이슬람수호전선(FPI)과 인도네시아 무자헤딘 등 과격하고 강경한 이슬람 단체들이 세력을 떨치게 된다.
8b5e58823f7255c3ac361a786091783a_g584BG3cT3aVHoS9EgKYM2u.jpg▲ 2016년 12월 4일 자카르타에서 대규모 무슬림들의 평화적 시위가 열렸다. 하지만 날이 어두워지면서 일부 불온세력이 폭력시위를 조장했다. 사진은 자카르타 시내 중심지에서 시위하는 무슬림. (사진: 김성월 작가 제공)
 
최근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와 비슷한 뿌리를 지닌 이슬람 원리주의 이념이 인도네시아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13세기부터 인도와 아랍 상인들에 의해 이 나라에 전파된 이슬람교는 그동안 토속종교, 불교, 힌두교, 기독교와 평화롭게 공존해왔으나 최근 들어 이슬람 근본주의인 '와하비즘'(Wahhabism)의 득세로 다른 종교에 대한 관용을 잃고 있다. 와하비즘은 종교적 엄숙함을 유지하기 위해 쾌락을 추구하지 말라고 가르친다. 이는 이슬람 원리주의 사상을 이어받은 보수주의 운동으로 사우디아라비아의 건국이념이기도 하다.

인도네시아에서 대통령 선거철이 되면 대통령 후보들은 지방을 순회하며 앞다투어 이슬람 지도자들을 만나 정책을 알리고 표심을 구한다. 대다수의 정치인들은 이슬람국가 건설에 강력히 반대하지만, 여전히 이슬람교도의 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정치권이 올해 6월 지방선거와 내년 4월 총·대선을 앞두고 유권자들의 표심을 의식한 관련 공약을 앞다퉈 내놓자, 종교적 보수화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자카르타 시내 한복판에는 20만명 이상을 수용하는 이스티클랄 이슬람 대사원과 산타마리아 가톨릭 대성당이 마주 서 있다. 종교적 관용의 상징이다. 독립을 선포한지 70년이 넘은 인도네시아는 만인평등을 표방하는 사회주의 이슬람을 추구하며, 세계에서 민주주의가 가장 발전된 이슬람국가로 부상하고 있다. 원리주의 무슬림과 이슬람 포퓰리즘을 견제하면서 무슬림들의 표심을 잡는 정치인이 내년 총·대선에서 축배를 들것으로 보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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