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칼럼]자카르타 쇼핑몰, 사람이 만나는 공간/조연숙
보내는분 이메일
받는분 이메일

[칼럼]자카르타 쇼핑몰, 사람이 만나는 공간/조연숙

인문창작클럽 연재
기사입력 2018.03.01 09:25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기사내용 프린트
  • 기사내용 메일로 보내기
  • 기사 스크랩
  • 기사 내용 글자 크게
  • 기사 내용 글자 작게

글 : 조연숙 데일리인도네시아 편집장

일요일 오후 한껏 멋을 낸 젊은이들, 휠체어를 탄 할머니와 그의 가족들, 외국인들이 한가하게 자카르타 쇼핑몰 로비를 거닌다. 로비를 지나는 꼬마기차 안에는 예쁜 드레스를 입은 아이가 엄마 손을 잡고 앉아있다. 올림머리를 하고 화려한 색상의 블라우스를 입은 중년부인들은 로비 가장자리에 있는 카페에서 예쁘게 장식된 케익과 음료잔을 앞에 두고 이야기를 나눈다. 젊은 부부가 스파이더맨 옷을 입은 아이를 태운 쇼핑카트를 밀며 주차장 쪽으로 간다. 쇼핑몰 로비를 지나 에스컬레이터를 올라가면 젊은이들이 다양한 편집숍 사이로 삼삼오오 짝을 지어 거닌다.  

남부자카르타 간다리아 쇼핑몰에는 운전면허증을 발급해주는 출장소가 있고, 꾸닝안지역의 암바사도르몰에는 교회가 있으며, 수디르만 지역에 있는 퍼시픽플레이스몰에는 미국문화원과 야마하뮤직스쿨이 있다. 뽄독인다몰에는 영어학원이 있고, 다르마왕사스퀘어몰에는 그림을 거래하는 갤러리가 있다. 

2017년에 발간된 책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의 소비문화』에서, 서울대 아시아연구소의 정법모 연구원은 현장 조사를 바탕으로, 자카르타 쇼핑몰을 전통적인 종교시설이나 광장을 대체하는 공공장소이자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하는 사회관계 형성이 이루어지는 공간이라고 정의했다. 인도네시아인들은 전통적으로 모여서 가벼운 대화를 하며 유대를 강화하는 농끄롱(nongkrong, 수다떨기)을 좋아하는데, 최근에 쇼핑몰이 농끄롱 장으로 떠오른 것이다. 현대적인 시설에 쾌적한 환경과 경비원이 있는 안전한 쇼핑몰은 예쁘게 꾸미고 나와서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다. 

쇼핑몰1.jpg▲ 남부자카르타 몰 다르마왕사 스퀘어. 거리를 걷는 느낌이 들도록 실내를 구성했다. 2017.1 [데일리인도네시아 자료사진]
 

몰(mall)을 사전에서 검색하면 ‘쇼핑센터’ 외에도 ‘나무그늘이 진 산책길’이라고 나온다. 몰이라는 말자체에 산책하며 쇼핑을 하는 곳이라는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 여기서 더 나아가서 자카르타 사람들은 쇼핑몰에서 쇼핑만 하는 것이 아니라 먹고 놀고 관공서 업무도 보고 종교활동도 한다. 이제 쇼핑몰이 물건만 파는 곳이 아니라 사람이 만나는 곳이 됐다.  

서울대 아시아연구소가 자카르타 소비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들은 쇼핑몰에 가는 목적으로 식당(41%), 쇼핑(27%), 영화와 공연 관람(26%), 비즈니스미팅(4%), 오락(1%), 마사지·미용(1%). 피트니스(1%) 등을 꼽았다. 쇼핑몰 방문 빈도는 일주일에 2~3회(35%), 1회(26%) 수준이었고, 몰에 체류하는 시간은 2~4시간(55%), 4~6시간(20%)에 달했다. 자카르타 소비자들이 여가를 보내는 장소는 주로 몰(46%)과 집(39%)이었고, 스포츠 시설(7%)이나 공원(8%)을 이용하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이에 따라 자카르타 쇼핑몰의 구성도 변하고 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상품이 진열된 백화점 형태의 매장이 감소하고, 입구부터 식당과 카페 등 사람들이 머물 수 있는 매장이 증가하고 있다. 비교적 최근에 개장한 남부자카르타에 있는 몰 꼬따 카사블랑카나 남부땅그랑 BSD 지역에 있는 이온몰은 식당, 카페, 푸드코트의 비중이 기존 쇼핑몰보다 크게 증가했다.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이 지난해 하반기에는 인도네시아의 주요 백화점인 라마야나, 마따하리, 드밴함스와 로터스 등이 순차적으로 사업을 축소하거나 종료했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인터넷과 스마트폰 보급 증가에 따라 특히 수도권 소비자들이 온라인몰로 이동하는 동시에 쇼핑몰의 기능이 여가공간으로 변모하는 현상이 가속화하는 결과로 해석된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스리 물야니 인드라와띠 재무장관은 일부 백화점이 문을 닫는 이유가 구매력 약화는 아니라며, 오프라인 매장이 온라인 매장으로 전환하는 단계로 보았다. 그는 실제로 소매업 부문에서 세수입이 증가하고 있다며, 디지털 시대 도래에 따른 변화를 계속 주시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개신교 교회들은 교회 설립 인허가를 취득하기 쉽고 접근성이 뛰어난 쇼핑몰이나 호텔에서 예배를 보는 추세다. 서부자카르타의 센트럴파크 쇼핑몰에 있는 교회에서 예배를 본다는 아르놀디 아르완(28) 씨는 “쇼핑몰에 있는 교회는 전통적인 교회보다 전문적이고 세련된 예배를 진행한다”고 말했다. 찌뿌뜨라 쇼핑몰에 있는 교회에 다니는 노펠리따 인딴 씨는 “예배를 마치고 쇼핑할 수 있고 무슬림 친구들과 약속할 수 있어서 편리하다”라고 말했다.

한류팬들은 남부자카르타 잘란 사뜨리오에 위치한 롯데쇼핑애비뉴를 즐겨 찾는다. 2013년에 개장한 롯데 쇼핑몰은 다양한 한국 음식과 한국에서 수입한 패션과 뷰티 제품을 판매하며, 한국 관련 행사도 자주 열린다. 땅그랑 BSD시티에 있는 이온몰(AEON Mall)은 다양한 일본 음식과 포켓몬과 헬로키티 인형 등 대중문화 상품들로 채워져 있어서 일본 대중문화 애호가들이 많이 찾는다. 사진과 그림 전시회, 팝스타 공연, 각국의 문화행사들도 쇼핑몰에서 열린다. 

이제 무엇인가 사야 하는 사람, 무엇인가 먹어야 하는 사람, 영화나 공연을 관람하고 싶은 사람, 놀이기구를 즐기고 싶은 사람, 예배를 드리고 싶은 사람 등 다양하고 많은 사람들이 쇼핑몰로 모인다. 사람을 만나서 함께 활동하려면 쇼핑몰로 가야 한다. 종교단체에 이어 경찰이나 세무당국도 쇼핑몰에 출장소를 두기 시작했다. 사적인 활동 공간이던 쇼핑몰에 공적인 기능이 더해지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쇼핑몰 로비 무대에서 정치인들의 선거유세가 열리는 날도 오지 않을까? 쇼핑몰은 어디까지 진화할 수 있을까? (끝)

*** 인문창작클럽(INJAK) 
  인문창작클럽 (인작: 회장 이강현)의 회원들은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전문인으로 구성되었으며, 개개인의 다름과 차이를 공유하고 교류하면서 재인도네시아 한인사회를 조명하는 새로운 시각이 되고자 노력하는 모임입니다. 

*** 이 글은 데일리인도네시아와 자카르타경제신문에 함께 실립니다. 

<저작권자ⓒ데일리인도네시아 & www.dailyindonesia.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
 
 
 
 
 
회사소개 | 광고안내 | 제휴·광고문의 | 기사제보 | 다이렉트결제 | 고객센터 | 저작권정책 | 회원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무단수집거부 | RSS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