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인니 정치권을 달구는 '빨갱이 망령'의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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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니 정치권을 달구는 '빨갱이 망령'의 귀환

기사입력 2017.09.20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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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0px-President_Suharto,_1993.jpg▲ 1965년 공산주의 쿠데타를 진압하고 권좌에 오른 수하르토 대통령 (사진: 위키피디어)
 
올해 초 인도네시아에서 기독교도이며 중국계 혈통인 바수끼 짜하야 뿌르나마(일명 아혹) 전 자카르타 주지사의 이슬람 종교모독 사건으로 인도네시아 정국이 요동쳤다. 아혹 주지사에게 2년 실형이 선고되면서 이 사건은 일단락됐고 정국이 안정을 되찾았다. 

나무는 가만히 있고자 하나 바람이 내버려 두지 않는다. 1965년 발생한 공산 쿠데타(이하 930정변)와 관련한 다큐멘터리영화 '인도네시아공산당의 반역'(Pengkhianatan G30S-PKI) 상영을 놓고 최근 반공 보수세력과 희생자가족∙진보세력 간 색깔 논쟁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수하르토 집권기인 신질서 시기에 이 영화는 학생과 공무원 등을 대상으로 상영됐으나, 1998년 5월 민주화운동으로 수하르토 대통령이 실각한 이후에 상영되지 않았으나 올해부터 인도네시아군을 비롯한 일부 이슬람단체에서 다시 상영됐다.      

인도네시아공산당(이하 PKI)은 1960년대 중반 300만 명의 공산당원과 수많은 지지자를 거느리고, 소련과 중국으로부터 지원을 받는 등 막강한 세력을 구축하고 있었다.    

냉전시기이자 수카르노 집권 말기인 1965년 9월 30일 새벽 930정변가 일어났다. 곧바로 우익 군부세력인 수하르토 장군이 쿠데타를 진압했으나, 930정변 이후 공산주의자 소탕을 명목으로 많은 희생자가 발생했고 아직까지 진상과 진실은 규명되지 않고 있다.

최근 아민 라이스 전 국가수권당(PAN) 총재는 이슬람교도가 모인 대중집회에서, 인도네시아에서 거의 사라진 PKI의 부활을 경고했다. 아민 전 총재는 1998년 민주화운동을 주도하며 수하르토 퇴진에 앞장서는 등 진보 성향을 보였으나, 2014년 대선 때부터 쁘라보워 수비안또 그린드라당 총재를 지지하고 조꼬 위도도(조꼬위) 대통령을 비판하며 보수 진영의 선봉에 섰다.

아민 전 총재는 또 최근 연설에서 무슬림들에게 로힝야 무슬림 난민 지지 시위에 참여하라고 독려하면서 무슬림 세력을 규합하고 있다.  

20일 현지 언론이 보도에 따르면, 야당연합에 참여하고 있는 번영정의당(PKS)이 지난 16일 이러한 내용의 아민 전 총재의 연설을 유튜브에 게시했다. 

아민 전 총재는 무슬림들에게 “PKI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며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거짓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은 정신과의사에게 가야 한다”며, PKI의 부활에 경종을 울렸다. 

아민 전 총재는 수년 전에도 인도네시아에서 공산당이 부활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당시에 그를 포함한 야당지도자들은 조꼬위 대통령이 PKI 잔당에게 단호하게 대처하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2014년 대통령선거 때, 조꼬위 대통령은 공산당원의 후예라는 논란에 휩싸였다. 또 지난 7월에는 조꼬위 대통령이 이슬람 원리주의 단체 히즈붓 따히르 인도네시아(HTI)를 해산하고, PKI를 못 본채하고 있다는 비난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유포됐다.  

야권 지도자들은 공산주의 망령을 다시 끄집어 내 930정변이라는 어두운 과거를 다시 이슈화하고 있다고 일간 자카르타포스트는 보도했다.

지난 17일에는 자카르타 인도네시아법률구조공단(YLBHI) 건물 앞에서 930정변 희생자 유족들이 참석한 행사가 열렸다. 같은 장소에서 이 행사를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도 열렸다. 이슬람 성향의 정당 PAN과 PKS는 다큐멘터리영화 ‘PKI의 배반’을 당원들에게 관람하도록 하겠다고 맞섰다. 

이 영화는 수하르토 집권기인 1984년에 930정변을 진압한 군부 측 시각으로 제작됐으며, 이후 수하르토가 권좌에서 물러날 때까지 학생들을 대상으로 매년 9월 30일을 앞두고 상영됐다.  

가똣 누르만띠오 현 통합군사령관은 ‘930정변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국민들이 이 영화를 봐야 한다”고 주장했고, PAN은 가똣 사령관의 제안을 환영한다며 주말에 전국적으로 당원과 지지자들을 모아서 이 영화를 상영하겠다고 밝혔다. 

얀드리 수산또 PAN 대변인은 “인도네시아에 공산주의를 퍼트리려는 무리들이 분명히 있다. 우리 모두는 이들과 싸울 의무가 있다”며 "PKI 잔재세력들이 조직을 되살리고 국가통합을 해치는 이데올로기를 퍼트리려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PAN은 이날 국회회관에서 회의를 열고 2019년 대통령선거 후보로 줄끼풀리 하산 국민협의회(MPR) 의장을 추대하기로 결정했다. 

PKS 지도자들도 ‘빤짜실라(국시) 수호’를 위해 이 영화를 상영하겠다고 주장했다. 마르다니 알리 스라 PKS 대변인은 “영화 상영을 통해 어두운 역사를 상기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 관계자들은 국민들에게 PKI 관련 이슈에 휘둘리지 말라고 당부했다. 

야소나 라올리 법무인권장관은 “PKI와 관련된 모든 이슈는 망상이다. 망령을 다시 불러올 필요가 없다. 공산당이 어디 있나?”라고 반박했다. 

족자에 있는 가자마다대학교(UGM) 평화안보연구소의 나집 아즈짜 소장은 ‘빨갱이 공포’를 다시 끌어온 이유가 2019년 대통령선거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며, 공산당 이슈는 효과적인 정치 마케팅 전략”이라고 말했다. 

나집 소장은 조꼬위와 경쟁할 후보가 결정되지 않았음에도 2019년 대선을 앞두고 정적들이 공격을 시작한 것으로 보았다.

인도네시아과학원(LIPI) 와르만 아담 역사학자는 수하르토 집권기에 제작한 영화를 상영하는 정치적 의도에 의혹을 제기하면서, "이 영화는 수카르노를 배신자로 수하르토를 영웅으로 그린다.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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