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가 17일 열린 제71주년 독립기념일 행사에서 '대국 인도네시아'를 외쳤다.
조꼬 위도도(이하 조꼬위) 대통령의 제안으로 올해 처음 열린 모나스에서 대통령궁까지 이어진 적백기(Bendera Merah Putih) 행진과 불법조업 외국어선 71척 폭파, 쇼핑몰과 상가의 애국 마케팅, 외국인들까지 참가한 독립기념일 놀이와 체육대회 등은 인도네시아인뿐만 아니라 외국인까지 위대한 인도네시아를 느끼게 했다.
독립기념일 공식행사는 이날 오전 7시 모나스에서 시작됐다. 국기게양단(Paskibraka) 단원이자 자카르타 국립 고등학교 재학생 닐람 숙마 빠웽 양이 모나스에서 적백기를 받아서 화려하게 장식한 마차 '끼 자가 락사(Ki Jaga Raksa)'를 타고 대통령궁으로 운반했다. 마차 뒤에는 군악대 연주에 맞춰 무용단이 춤을 추고 어린이합창단이 노래를 하며 따랐고 양옆으로 시민들이 나와 이를 구경했다.
이 적백기는 수까르노 초대대통령의 부인이자 메가와띠 수까르노뿌뜨리 전 대통령의 어머니인 파트마와띠 여사가 손수 바느질해서 1945년 8월 17일 게양했던 것으로 평소에 모나스박물관에 보관하다가 독립기념일에 대통령궁에 게양한다.
'끼 자가 락사'는 서부자바 주 뿌르와까르따 군 지방정부 소유로 영웅 쁘라부 실리왕이의 힘을 받았다고 알려진 마차다.
독립기념일 공식행사는 1945년에 수까르노 초대대통령이 독립선언문을 읽은 시각인 10시에 시작됐다. 적백기 게양, 이르만 구스만 지역대표회의(DPD) 의장의 독립선언문 낭독, 조꼬위 대통령의 축사, 독립기념일 노래 제창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독립선언문 낭독이 끝나고 육군이 축포 17발을 쏘고, 공군의 수호이와 F-16 전투기가 대통령궁 상공을 날자, 관람객들이 환호했고, 조꼬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인 트위터 계정을 통해 독립기념일 행사를 생중계했다.
이날 행사에는 일반인과 더불어 메가와띠 전 대통령, 뜨리 수뜨리스노 전 부통령, 부디오노 전 부통령. 대통령 자문, 외교사절 등이 참석했다.
▲ 도로에 게양된 적백기. 2016.8.17 [사진: 데일리인도네시아]
올해 독립기념일 행사는예년에 비해 한층 고조됐다.
최근 3~4년간 독립기념일이 라마단과 르바란(이둘피트리)과 겹쳐 시민들이 단식을 하느라 지치고, 귀향하느라 시간적 경제적 여력이 부족해 상대적으로 독립기념일 행사가 위축됐다. 하지만 올해는 르바란 연휴가 끝나자마자 쇼핑몰들이 일제히 독립기념일 마케팅을 시작했고, 거리에는 적백기 장수들이 화려하게 복귀했다.
애국심을 강조하는 '인도네시아 국민가곡'(Lagu Perjuangan Indonesia)이 쇼핑몰과 상점의 배경음악으로 흘러 나오고, 상점들은 1945년 8월 17일을 상징해 45%, 8%, 17% 등의 할인률을 제시한 프로모션 행사도 마련됐다.
▲ 미국계 프랜차이즈 식당 KFC 직원이 1945년 당시 복장을 하고 있다. 2016.8.17 [사진: 데일리인도네시아]
▲ 쇼핑몰에 붙인 할인 광고. 2016.8.17 [사진: 데일리인도네시아]
▲ 쇼핑몰에 붙인 인도네시아 사랑 스티커 2016.8.17 [사진: 데일리인도네시아]
인도네시아의 국력 신장과 대외적인 분위기도 올해 독립기념일을 키웠다. 지난 10년간 인도네시아는 경제적으로 크게 성장하면서 국가에 대한 자부심이 커졌다.
또 인도네시아는 중국과 나뚜나 해역을 두고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 인도네시아 영해에서 불법조업한 외국어선 71척을 이날 폭파시켜서 대외적으로 인도네시아의 영해 주권을 강조했다.
앞서 조꼬위 대통령은 독립기념일 하루 전인 16일 국회에서 취임 후 두 번째 행한 국정연설에서 "인도네시아는 남중국해 분쟁이 협상과 평화적 수단을 통해 해결되도록 적극적 개입을 지속할 것"이라고 외교적 입장을 밝혔다.
▲ 8월 16일 국정연설을 위해 국회에 참석한 조꼬 위도도 대통령. [브리따사뚜 영상 캡쳐]
▲ 인도네시아 독립기념일을 사흘 앞둔 지난 8월 14일 땅그랑의 한 쇼핑몰에서 인도네시아 육군의 장갑차 타기 체험행사가 열렸다. (사진=데일리인도네시아)
인도네시아 독립기념일은 내년을 준비하는 날이기도 하다. 조꼬위 대통령은 이날 국정연설에서 2017년 국가예산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2017년 국가에산안에 내년 경제성장률 5.3%, 2016 개정예산에 올해 경제성장률을 5.2%로 책정했다. 조꼬위 대통령은 16일 국정연설에서 "내년에도 세계 경제에 불확실성이 계속되겠지만 올해보다 조금은 나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올해 2분기 경제성장률은 5.18%, 1분기는 4.91%였다.
환율가정치는 2017년 예산안에 달러대 13,300루피아, 올해 개정예산에는 달러대 13,500루피아로 책정했다. 16일 환율은 달러대 13,092루피아였다.
경제전문가들은 2017년 예산이 과거보다 현실적이라고 평가하고, 예산 전반에 스리 물야니 인드라와띠 신임 재무장관의 흔적이 보인다고 논평했다.
한편 조세사면 정책을 도입하는 등 조세수입을 늘리고 투자 유치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인도네시아 정부는 부정부패사범 또는 경제사범 128명에 대한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야소나 라올리 법무인권장관은 17일 전국 교도소에 복역중인 재소자 82,015명 중 부정부패사범 또는 경제사범 128명과 테러용의자 17명에게 감형과 특별사면 조치를 단행한다고 발표했다
재소자에 대한 정부의 특별사면 및 감형은 주로 최대 경축일인 독립기념일과 종교적 축일인 이둘피트리와 성탄절에 실시되지만, 그동안 부정부패사범에 대해서는 여론을 살피며 조심스럽게 다루어왔다.
수하르토 대통령시대까지만 해도 인도네시아 양대 명절은 이둘피트리와 독립기념일이었다. 이둘피트리는 고향에 돌아가서 가족과 옛 친구들과 함께 보냈고, 독립기념일에는 현재 살고 있는 마을이나 근무하는 직장 단위로 축제를 벌이며 국가적 일체감을 고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