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경詩鏡 - 시가 있는 목요일
안녕하세요. 박정자입니다.
15년 7개월 26일, 어느 날 자기 삶의 남은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SNS를 통해 배달되고, 남은 시간까지 똑. 딱. 똑. 딱. 계산해주는 일이 생긴다면 기분이 어떨까요. 영화 속 이야기입니다. 그런 일이 정말 생긴다면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할지 생각해 볼 중요한 계기가 되겠지요.
마음을 비추는 거울이 있다면......, 그런 생각은 영화가 아니라도 많이 하시죠. 알고 보면, 거리에서 느끼는 공기와 소리의 울림, 지금 함께 있는 사람에게서 느끼는 생기와 여운, 이런 것들이 현재의 나를 비추는 마음의 거울 아닐까요.
그렇다면, 남은 시간을 재는 초침소리를 듣지 않아도, 마음을 비추는 거울 앞에서 자신을 바라볼 여유만 갖고 산다면 우리들 삶은 훨씬 다정하고 다감하게 변화되리라는 희망을 가져도 되겠지요.
가장 사나운 짐승 / 구상
내가 다섯 해나 살다가 온
하와이 호놀룰루 시의 동물원,
철책과 철망 속에는
여러 가지 종류의 짐승과 새들이
길러지고 있었는데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것은
그 구경거리의 마지막 코스
"가장 사나운 짐승"이라는
팻말이 붙은 한 우리 속에는
대문짝만한 큰 거울이 놓여 있어
들여다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찔끔 놀라게 하는데
오늘날 우리도 때마다
거울에다 얼굴도 마음도 비춰보면서
스스로가 사납고도 고약한 짐승이
되지나 않았는지 살펴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