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경詩鏡 - 시가 있는 목요일
안녕하세요. 박정자입니다.
봉지쌀이라는 말이 있었지요. 한 되 두 되 봉지에 담아 사 온 쌀로 끼니를 해결하던 그 때, 연탄 백 장에 쌀 말이라도 들여놓으면 엄동설한도 겁나지 않던 그런 시절이 있었습니다.
밥 먹고 합시다! 하는 단순한 말이 크게 유행하던 때도 있었습니다. 짬밥, 밥그릇싸움, 철밥통, 찬밥신세...... 그렇게 다양한 밥들은, ‘밥 한 번 같이 먹자’는 말로 만나고 싶은 마음을 은근히 전하기도 합니다. 고픈 배를 채우는 밥을 넘어 의사소통의 매개가 된 밥,
밥 먹었어? 진지 드셨어요? 그런 인사가 아직도 자연스러운 우리에게 쌀은 무엇일까요. 여전히, ‘가장 따뜻한 상징’이라는 정진규 시인의 말에 공감하시는지요.
따뜻한 상징 / 정진규
어떤 밤에 혼자 깨어 있다 보면 이 땅의 사람들이 지금 따뜻하게 그것보다는, 그들이 그리워하는 따뜻하게 그것만큼씩 춥게 잠들어 있다는 사실이 왜 그렇게 눈물겨워지는지 모르겠다 조금씩 발이 시리기 때문에 깊게 잠들고 있지 못하다는 사실이 왜 그렇게 눈물겨워지는지 모르겠다 그들의 꿈에도 소름이 조금씩 돋고 있는 것이 보이고 추운 혈관들도 보이고 그들의 부엌 항아리 속에서는 길어다놓은 이 땅의 물들이 조금씩 살얼음이 잡히고 있는 것이 보인다 요즈음 추위는 그런 것 때문이 아니라고 하지만, 요즈음 추위는 그런 것 때문이 아니라고 하지만, 그들의 문전마다 쌀 두어 됫박쯤씩 말없이 남몰래 팔아다 놓으면서 밤거리를 돌아다니고 싶다 그렇게 밤을 건너가고 싶다 가장 따뜻한 상징, 하이얀 쌀 두어 됫박이 우리에겐 아직도 가장 따뜻한 상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