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특집 기고≫ 제17회 재외동포문학상 수상자 김현숙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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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기고≫ 제17회 재외동포문학상 수상자 김현숙시인

기사입력 2015.07.29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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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카르타에 옮겨 심은 ‘엄마의 뜰’

글: 김주명(시인, 롬복거주)

 부부시인의 밥상에는 오늘도 온갖 나물들이 그득하다. 시로서 인생의 새로운 연결고리를 가지게 된 어느 절집의 선식禪食 같다. 그래서 이곳이 자카르타의 현대화된 아파트임을 잊게 만든다. 그 나물 접시 하나하나에 삶을 시로 버무린 이야기가 베여있다. 막 짜낸 참기름의 고소한 고향의 맛, 김현숙 수상자의 삶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 김현숙 시인 

 재외동포문학상이란?

 지난, 30일, 재외동포문화재단은 제 17회 재외동포문학상(우수상)수상자로 ‘엄마의 뜰’을 응모한 김현숙시인을 선정하여 발표하였다. 본 문학상은 해외 거주 7년 이상 되는 한국인에게 응모 자격을 부여하며, 매 해 3월에 시와 소설, 수필 세 분야에서 공모를 내고 응모자 중 엄격한 심사를 통해 수상자를 결정한다. 문학을 사랑하는 많은 동포들에게 수상 자체만으로 꿈같은 영광이자 한마당 문학의 큰 잔치마당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특히, 이번 수상이 뜻 깊은 점은 수상자로 발표된 김현숙시인은 15, 16회 본 문학상을 수상한 최장오 시인의 아내라는 점에서 더욱 놀라움과 부러움을 받고 있다. 수상작품은 ‘재외동포문학의 창’이라는 단행본으로 별도 발간하여 시중에서 구입할 수 있다. 우선 수상자의 간단한 소감을 들어보자.

 “수상 소식은 정말 뜻밖의 일입니다. 남편이 제 15, 16회 연속 재외동포문학상 시 부문에 수상을 하였습니다. 이에 자극 받아 작년에 응모를 했으나 떨어졌고, 올해는 포기하고 잊어버리려 했습니다. 그러나 남편의 강한 권고에 못 이겨 마감 전날 부랴부랴 작품을 응모하였죠. 아무 기대감 없이 지내다가 얼마 전에 재외동포재단으로부터 수상소식을 이메일로 받았습니다. 솔직히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고 아는 분들의 축하인사도 어색하게 느껴집니다.”

 유년의 뜰 

 강원도 화천에서 군인이셨던 아버지와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시인은 두 살 무렵, 집안의 맏아들이셨던 아버지는 부모님을 모셔야 한다며 군을 퇴역하고 충남 당진인 본가로 가족을 데리고 귀향을 했다고 한다. 그때부터 당진이 삶의 고향이 되었고 창작과 놀이의 무대가 되었다. 수상작, ‘엄마의 뜰’은 이 공간을 그려내고 있다.

 “세상 사람들 누구에게나 자기만의 공간은 꼭 필요하겠죠. 그곳은 물리적인 공간이든 정신적인 공간이든 자기 고유의 세계를 구축하고, 들여다보기도 하고 또 자신을 성찰하는 중요한 장소라고 생각합니다. 어렸을 적 어머니가 알뜰히 가꾸던 한옥의 뒤뜰이 6남매의 맏며느리로 시집 온 어머니에게는 그런 의미의 공간이 아니었나 싶어요. 장독대를 중심으로 온갖 종류의 꽃들이 넘치고 딸기며 앵두, 포도나무 등이 들어찬 공간이었죠. 저는 그 곳에서 소꿉놀이를 하며 많은 시간을 보내곤 했어요. 저에겐 즐거운 놀이공간이었지만, 어머니에겐 ‘시집살이’이란 낯선 삶의 고통과 고뇌를 꽃과 나무를 심으며 승화시키는, 당신 스스로를 위로하고 치유하는 공간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에서 쓴 시입니다.”  

 시인은 엄마의 봄을 그려내고 있다. 아직은 추위가 가시지 않은 초봄, 입김 호호 불만한 날씨에 부엌 뒷문을 열면, 엄마의 봄이 여러 해 째 거기 살고 있다. 작은 돌다리 아래 도랑엔 맑은 물이 눈물처럼 고이고 음각으로 친 장독의 난(蘭)들은 눈보라에 더 깊은 한숨의 고랑이 패이기도 했겠다. 삐죽삐죽 돋아나온 백합 순과 양지쪽 흩어진 딸기포기도 보인다. 장독대 옆에는 앵두나무 꽃봉오리가 마치 설렘의 바늘 끝을 지나간 하얀 베갯잇 꽃망울 같이 피어있는 뜰에 봄이 피어오른다.

 글쓰기란, 사랑을 들여놓는 일

 창작은 혼자와의 긴 싸움이다. 글 쓰는 이의 가슴 속은 늘 관심과 애정의 대상들로 채워지고 비워지기를 수없이 반복한다고 고백한다. 그래서 무릇 글쓰기란 글쓰기는 글을 쓰는 사람의 가슴 안에 사랑을 들여 놓는 일이라고 전한다. 그러나 이번 수상의 놀라운 점은 한 부부가 3년을 연속해서 수상했다는 점이다. 부부시인의 삶의 모습은 어떨까?

 “남편은 젊은 시절부터 시를 즐겨 써 왔어요. 시를 써 놓고 낭독할 수 있는 유일한 무대가 제  앞이죠. 저는 문학을 전공하긴 했지만 시보다는 소설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어요. 어쨌든 시가 뭔지도 잘 모르는 저에게 남편이 시를 써서 낭독해 주는 상황은 어색하고 당황스럽기 짝이 없었습니다. 낭독도 모자라 점점 저의 시평을 요구하는 남편에게 그나마 제 기분이 좋을 때는 엉터리로 느낌을 말해주기도 하지만, 반대로 짜증도 부리곤 했어요. 그런 일이 계속 반복 되면서 시와 저와의 간격이 좁아지고, 마치 담장에 이끼가 끼듯 조금씩 시의 매력이 저를 덮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주변의 사물이 제 눈에 들어오고, 그때 그들과 관계되는 사물이 제 마음을 흔들더군요. 사람에게만 가졌던 관심이 자연스레 주위 모든 것으로 옮겨지더라고요. 한 마디로 주변의 모든 것에 애정을 가지게 된 거죠. 그 애정 어린 것들이 제 주위에 널려 있으니 저의 삶은 더 깊어지고 풍요로워졌다고 할까요? 그로부터 자연스럽게 시를 쓰게 된 겁니다.”

  “부부가 나이 들어가면서 대화의 소재는 점점 줄어듭니다. 의견충돌을 보이던 아이들의 교육문제도 이제는 아이들이 품을 떠나면서 자연스레 뜸해지고, 시부모님과 친정 부모님에 대한 대화도 그분들이 세상을 떠나면 또한 없어지게 됩니다. 그러는 중에 생활 속 얘기가 아닌 시에 대한 창작의 이야기로 시간을 보내는 일은 서로 간에 큰 공감을 갖게 하면서 신뢰감까지 보너스로 얻어지는 일 같습니다. 끊이지 않는 창작의 이야기는 서로가 서로의 의견을 존중해 줄 수밖에 없는 영역이다 보니 스트레스 없이 오랜 시간을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이 되더라고요. 그러면서 배우자로서의 애정이 아닌, 같은 길을 가는 사람으로서 동지애를 느끼게 된다고 할까요?”

▲ 재외동포문학상을 통해 나란히 등단한 김현숙, 최장오 시인 부부 

 시를 쓰는 일도 소통이다 

 한 줄의 시란 물 위에 엎드려 까마득한 아래를 내려다보는 이들에게 뭔가를 보고 가벼워진 듯 길 건너가게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것이 말없이 오가는 소통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시인은 오늘도 엎드린 자세로 눈 뜨고 세상을 사는 이들에게 물속을 가만 들여다보게 한다. 김현숙시인의 삶의 동아줄은 아직 팽팽하다.   



모자,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무리들
혹은 연인들
순다 끌라빠 항구에 고여있는
시간을 찾으러 온다

화려한 색 치장
오색 스카프 날리며
오랜 세월
섬과 육지를 오가던 나의 육신

몇 해 전
바다에서 그 중 먼 곳,
부두 입구에 닻은 내려지고
그때 동아줄은 아직도 팽팽하다 

김현숙 시인의 시, 「목선」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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