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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인도네시아 이슬람의 다양한 얼굴

기사입력 2011.09.27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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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이슬람의 다양한 얼굴

[양승윤, 한국외국어대 교수: 동남아학]   이슬람권의 부산한 움직임으로 연일 날이 새고 있는 듯한 요즈음이다. 미국의 심장부랄 수 있는 펜타곤(국방성)과 세계무역센터가 기습공격 당한 9.11 테러 직후 부시 행정부는 테러와의 전쟁을 선언하였다. 이에 따라 이라크를 선제 공격하여 점령하였고, 그 여파로 전 세계가 연속적이고 무차별적인 테러 공포에 떨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관광지 발리(Bali)가 테러의 대상이 되었고, 터키도 연쇄적으로 테러리스트들의 표적이 되고 있다. 같은 이슬람 형제국가이면서도 미국 편을 드니 더 미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알 카에다의 비밀요원들이 두 차례나 다녀갔고 이라크 현지에 근무하던 한국인 근로자가 피격 사망했다는 뉴스를 접하고 보면, 테러가 중동 지역뿐만 아니라 서울에 그것도 당장 오늘밤에라도 벌어질 지도 모른다는 고약한 상상을 하게 된다. 미국과 소련의 양 진영으로 나뉘어 으르렁대던 냉전체제 하에서는 작은 국지전이라도 예측할 수 있었으나, 이제는 전쟁의 예측은 고사하고 세계의 어느 곳도 대형 테러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게 되었다. 
  
  인도네시아는 외형상으로 세계 최대의 이슬람국가이다. 2억 4천만 인구의 88퍼센트가 자신이 무슬림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인도네시아 이슬람은 동남아의 적도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양호한 자연환경의 오랜 영향으로 ‘사막의 이슬람’과는 상당히 차별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다. 다양한 토착문화에 착근(着根)하였으며, 이로서 기존의 종교문화와 배타적인 관계에 있지 않다는 것이다. 물론 거대한 인도네시아 군도가 종교적으로 일정한 농도의 색깔을 지니고 있는 것은 아니다. 수마트라의 아쩨(Aceh)처럼 처음부터 선명한 이슬람 근본주의를 근간으로 하여 이슬람국가로 분리 독립을 갈구하는 곳도 있고, 기독교 문화권인 말루꾸(Maluku) 북부의 떠르나떼(Ternate)나 띠도레(Tidore)처럼 지속적인 기독교문화의 공세에 대항하여 강력한 이슬람을 고수해 온 곳도 있다.
 
   인도네시아 이슬람은 종종 쟈바이슬람으로 통한다. 쟈바는 인도네시아 이슬람사회를 대표하는 나흐다뚤 울라마(Nahdatul Ulama)와 무함마디야(Muhammadiyah)의 본 고장이다. 모두 3,500만 내지 4,000만 명의 공룡 같은 숫자의 회원을 거느리고 있는 이들 두 단체는 종교분야에서뿐만 아니라 정치면과 경제면에서도 공히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흔히 엔우(NU)로 약칭하는 나흐다뚤 울라마는 일찍이 정치 세력화하여 수카르노에 대항하였고, 수하르토 정권에 협력하였으며, 와히드(A. Wahid)가 대통령에 오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농촌지역에 근거를 두고 있는 엔우와는 차별적으로 도시와 지식인 사이에 보다 넓은 공감대를 가지고 있는 무함마디야는 전국에 걸쳐 이슬람학습을 근간으로 하는 무함마디야대학을 설립 운영하고 있다. 국민협의회 의장이자 이슬람 연합세력을 결성하여 차기 인도네시아 대권을 목표로 하고 있는 아민 라이스(Amien Rais)의 주요 경력의 하나가 전임 무함마디야 의장이다. 
  
  내용적으로 쟈바이슬람은 정통이슬람 또는 원리주의 이슬람과 다르다. 이슬람이 내도하기 이전에 쟈바에는 이미 토착신앙을 배경으로 한 수많은 군소 왕국들이 출현하였으므로 당연히 이들의 뿌리가 깊이 남아 있으며, 곧 이어 스리 위쟈야(Sri Wijaya)나 사일렌드라(Sailendra) 같은 거대한 불교 왕국의 지대한 영향을 받았고, 그 후 마쟈빠힛(Majapahit) 힌두교 왕국이 번성하였다. 오늘날까지 왕통이 이어져 내려오는 마따람(Mataram) 왕국도 순수한 형태의 이슬람왕국이 아니다.

  세계 6대 불가사의의 하나인 보로부두르(Borobudur) 불교사원이 이곳 쟈바의 중앙부에 자리잡고 있지 않은가. 이곳의 이슬람은 천혜의 자연환경에 매료되어 불교나 힌두교 같은 기존의 종교와 공존하여 중동의 이슬람과는 차별적인 방법으로 자리를 잡았다. 쟈바화(化)된 이슬람으로 번역이 가능한 끄쟈웬(Kejawen 또는 KeJawian)은 힌두,불교와 교감을 이루고 있는 쟈바이슬람의 또 다른 이름이다. 
  
  인도네시아의 이슬람 세계를 연구하는 서양학자들은 일찍이 이곳 무슬림들을 산뜨리(Santri)와 아방안(Abangan)으로 구분하였다. 산뜨리는 정통 이슬람 또는 원리주의 이슬람을 신봉하는 사람들을 지칭한다. 이에 대해서 아방안은 외형상으로는 무슬림이 분명하지만, 신앙적으로는 이슬람 신앙 이외에도 힌두교와 불교, 또는 토착적인 요소들을 동시에 혼합적으로 가지고 있는 부류들이다. 이들의 분포를 정확하게 구분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왜냐하면, 인도네시아는 세계 최대의 군도대국으로 나라 전체가 문화적 다양성 그 차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산뜨리와 아방안의 분포를 30퍼센트 대 70퍼센트로 분석한 한 이슬람학자의 견해가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에 따라 쟈바의 아방안들은 끄쟈웬을 신봉한다는 등식(等式)이 나오게 된다. 또한 아방안이라는 용어는 학술용어로서 인도네시아 이슬람 사회에서 보편적으로 통용되지는 않는다는 사실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  
  

  인도네시아의 이슬람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어렵지 않게 매우 중요한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쟈바 농촌지역을 중심으로 분포되어 있는 뻐산뜨렌(Pesantren)이 인도네시아 이슬람 사회의 전통을 계승, 발전시켜 나오고 있는데, 이곳의 끼야이(kiyai)나 울라마(ulama)의 역할이 오늘날까지 세밀하게 보존되고 있다는 것이다. 끼야이는 이슬람 종교 교리를 가르치는 교사역(役)이며, 울라마는 전통이슬람의 지도자이다. 이 울라마들은 자신이 관할하는 지역의 재산문제와 혼인문제를 관장하는데, 혼기를 맞은 수십 명의 동네 처녀들을 한데 모아 놓고 현지조사 차 체류하고 있는 젊은 한국인 학자에게 “맘에 드는 여자가 있으면 (결혼시켜 줄테니) 골라 보라”는 제안을 할 수 있을 정도이다.

  수마트라나 말레이 반도의 뽄독(Pondok)과 깔리만딴이나 술라웨시의 마드라사(Madrasah)가 뻐산뜨렌과 같은 기능을 하고 있다. 태국 남부 이슬람 지역의 ‘뻐너’도 뽄독을 지칭하는 현지 이슬람사회의 용어이다. 

   이슬람 사회의 중요한 특징의 하나는 돼지고기를 혐오한다는 것이다. 무슬림들이 하람(haram)이라 하여 엄격하게 금하는 것 중에 음주(飮酒)행위와 돼지고기를 섭취하는 것이 으뜸이다. 이들에게는 할랄(halal)로 분류되어 허용되는 것(음식 또는 행위)만을 행하도록 되어 있다. 이밖에도 마끄루(makruh)라 하여 지나치면 하람이 되고 적당히 행하면 할랄이 되는 것도 있다. 흡연이나 성행위 같은 것이 이 부류에 속한다.

  할랄로 분류되어 있는 육류로는 소,염소,양,닭,오리 같은 것인데, 이것도 무슬림의 손으로 이슬람식 도살방식에 의해서 잡은 것이라야 한다. 무슬림 도정(屠丁)은 비스밀라(Bismillah)라는 기도문을 외치며 날카로운 칼로 동물의 식도(食道)와 기도(氣道)를 동시에 자른다. 한 번에 죽이지 못하거나 목이 떨어져 나가면 그 고기는 먹을 수 없게 된다. 최근에는 전기충격으로 기절시킨 뒤에 도살하는 방법이 도입되었는데, 전기충격으로 죽어도 그 동물은 폐기처분 한다고 한다. 이러한 까다로운 규정들은 동물의 시체나 교살(絞殺)되거나 타살(打殺)된 동물을 식용으로 금하는 꾸란(Qur'an)의 글귀에 따른 것이다. 

  돼지고기를 하람으로 규정하는 근거는 이슬람의 경전(經典) 꾸란으로 이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있다. 이슬람의 음식금기는 구약성서의 순수(純粹)와 오염(汚染)에 관한 관념에 기초하고 있다. 정상적이지 못한 것은 순수하지 못하며, 순수하지 못한 것은 오염된 것으로 마땅히 이를 피해야 한다는 논리이다. 소나 양 또는 염소처럼 반추(反芻)동물이면서 발굽을 가진 동물은 식용할 수 있으나, 양자를 모두 결하였거나 또는 돼지처럼 발굽은 있으나 반추하지 않는 동물은 식용으로 불가하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논리에서 땅위를 기는 동물, 수륙(水陸)에서 공히 생활하는 동물, 또는 비늘과 지느러미가 없는 물고기는 비정상이므로 식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많은 견해가 있는데, 마빈 해리스(M. Harris)같은 학자는 구약성서의 돼지고기 금기는 돼지의 먹이가 주로 곡류(穀類)로서 인간과 식량경쟁을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죡쟈카르타(Yogyakarta)에서 만난 한 젊은 울라마는 돼지는 너무 탐욕스럽다는 견해를 내 놓았다. 이슬람 사회가 지향하는 조화스러운 전체(harmonious whole)와 돼지가 지닌 이미지가 상반된다는 설명이었다. 

   유엔 통계로 국민의 50퍼센트 이상이 무슬림인 나라가 전 세계 200여 개국 중 48개국이나 된다. 이들 이슬람 국가에서는 대체로 모든 음식에 대해서 할랄(halal)과 비할랄(non-halal) 표시를 의무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육류는 물론이고 흔한 라면이나 과자류에 이르기까지 할랄 표식이 부착되어 있다. 패스트푸드(fast food) 음식점에도 이 표식이 등장하고 있는데, 이를 부착하지 않은 음식점 보다 매상이 높다고 한다. 이에 따라 공장에서 대량으로 생산되는 음식제품이나 의약품 같은 새로운 상품에 이슬람 법규를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가 새로운 논란거리로 등장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돼지고기나 기름이 원료에 포함된 제품이 제조과정에서 돼지의 성분이 완전히 바뀐다면, 이슬람에서 금기하는 불결함이 소멸된 것으로 볼 수 있느냐는 것이다. 또한 동물의 가죽을 가공한 의복에 관한 논란도 있다. 이에 대해서 엔우와 무함마디야는 공히 뱀이나 호랑이 같은 동물의 가죽은 사용 가능하나, 돼지의 경우에는 염색을 한 가죽도 사용할 수 없다는 유권해석을 내린 바 있다. 

   돼지는 이슬람 사회에서 무조건적으로 금기 시 하기 때문에 무슬림들은 자연히 돼지고기를 선호하는 중국인이나 중국계 소수민족들과 거리를 두게 된다. 인도네시아 보다 전체적으로 이슬람의 색깔이 선명한 말레이시아의 경우, 이슬람을 신봉하는 말레이인과 경제를 장악하고 있는 중국계 국민들 사이에 갈등이 심하다. 그 갈등의 저변에는 늘 돼지와 관련된 상이한 정서문제가 깔려있게 마련이다.

  무슬림들과 중국계 국민의 비율이 크게 차이가 없는 말레이시아에서 가장 나쁜 욕지거리가 ‘돼지 같은 놈’이다. 인도네시아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쟈바의 경우 욕지거리로는 개(anjing)가 등장하고 있다(Dasar Anjing Kamu). 그러나 이곳에서도 상대방을 멸시하는 표현으로 돼지가 등장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수하르토 하야 후 잠정 대통령직에 있던 하비비(B. J. Habibie)는 데모대가 내건 프랭카드에 자주 돼지(Babi)로 표현되었다. 

   중국인들이 있는 곳은 어디에나 돼지고기가 있다. 그러나 무슬림들과 공존하는 지역에서 돼지고기는 판매는 다른 정육들과 구분하여 칸막이가 되어있는 곳에서 조심스럽게 이루어진다. 돈육을 다루는 칼도 별도로 보관한다. 이러한 불편함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돼지고기는 특별한 유통조직을 통해서 다소 은밀하게 거래되는 것이 보통이다. 돼지사육 또한 무슬림 거주 지역으로부터 일정한 거리가 떨어진 곳에서 해야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죡쟈카르타를 기준으로 살펴보았을 때, 쟈바 무슬림들이 선호하는 육류는 쇠고기, 염소고기, 닭고기, 비둘기고기 등의 순서인 것으로 파악되었다. 쇠고기는 염소고기 보다 비싸기 때문에 우선 순위에 드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식용으로도 많이 사육하고 있는 비둘기고기는 비싸지만 흔한 닭고기 보다 맛이 좋고, 우리네 경우와 달리 출산에 효험이 있다는 속설 때문에 임산부들이 많이 찾는다고 한다.     

   단식월(斷食月) 라마단(Ramadan)이 끝난 지난 11월 24일은 세계 무슬림들의 최대 명절인 이둘 피뜨리(Idul Fitri)였다. 인도네시아에서도 이날을 역시 이둘 피뜨리 혹은 르바란(Lebaran)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추석 명절처럼 이 나라에서도 수많은 도시인들이 고향을 찾는다. 이를 나익 무딕(naik Mudik)이라고 한다. 르바란을 전후해서 짧아도 일주일 동안은 관공서를 포함하여 모든 공공기관이 휴무하게 된다. 공장이나 농장 등 사업장의 경우에는 거의 한 달 동안이나 무딕이 계속된다.

  르바란으로부터 약 40일이 지나면 이둘 아드하 꼬르반(Idul Adha Korban)이라 칭하는 희생제(犧牲祭)로 이어진다. 이 때가 되면, 소와 염소가 할랄 절차를 거쳐 대량으로 도살된다. 소는 한 마리에 400만 루피아에서 500만 루피아(50-60만원)을 호가하고, 염소도 마리 당 60만 내지 70만 루피아(8-9만원)를 주어야 산다. 돈 좀 있고 사회적 명망이 있는 사람들은 이때 잡는 소나 염소의 마리 숫자로 위신을 세운다. 할랄을 거쳐 해체한 고기는 약 1-2 킬로 씩 포장하여 가난한 이웃들(Fakir Miskin)에게 돌린다. 때때로 꽤 먼 곳까지 가난한 사람들을 즐거이 찾아가는 것을 볼 수 있다. 이슬람이 세계 3대 종교의 하나이며 무슬림들이 이토록 종교적 전통에 집착하고 있는 것을 보면, 오늘날 중동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에 대해서 다시 한 번 깊은 생각을 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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