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경詩鏡 - 시가 있는 목요일
안녕하세요. 박정자입니다.
일제강점기에 초인을 기다리는 심정이 담긴 이육사 시인의 시 <청포도>를 올립니다. 시인의 마음처럼 우리의 전 생애는 어쩌면 기다림의 연속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내 삶을 바꾸어놓을 만한 어떤 일, 어떤 사람을 맞이하기 위해 오늘이라는 사다리를 오르는...
내가 바라던 손님이 찾아와 달디 단 과육에 두 손을 함뿍 적시며 크게 웃을 수 있다면, 뜨거운 태양 아래 내 몸이 한껏 달궈져도 좋겠다고, 7월의 달력을 엽니다.
청포도 / 이육사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 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
먼 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 단 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靑袍를 입고 찾아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 먹으면
두 손은 함뿍 적셔도 좋으련,
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 두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