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詩鏡 - 굴을 지나면서 / 문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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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鏡 - 굴을 지나면서 / 문태준

기사입력 2015.06.18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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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경詩鏡 - 시가 있는 목요일

안녕하세요. 박정자입니다.

라마단이 시작되는 첫 날입니다. 무슬림에게 라마단은 터널을 통과하는 시간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고통과 인내가 따르는 어둠의 시간이 지나야 밝은 기쁨의 날 ‘이둘 피뜨리’를 맞이할 수 있다는 것을 그들은 알고 있는 것이지요.

때로 시간이 터널처럼 느껴질 때, 모든 터널의 끝은 빛으로 통한다는 확고한 믿음이 있기에 그 어둠을 더듬어 쉬지 않고 걸을 수 있었음을 기억하면서. 유혹당하는 마음조차 용서하고 보살피면서... 무슬림이 아니라도 마음의 라마단을 지내보면 어떨까요.





굴을 지나면서 / 문태준

늘 어려운 일이었다. 저문 길 소를 몰고 굴을 지난다는 것은. 빨갛게 눈에 불을 켜는 짐승도 막상 어둠 앞에서는 주춤거린다.

작대기 하나를 벽면에 긁으면서 굴을 지나간다. 때로 이 묵직한 어둠의 굴은 얼마나 큰 항아리인가. 입구에 머리 박고 소리 지르면 벽 부딪치며 소리가 소리를 키우듯이 가끔 그 소리 나의 소리 아니듯이 상처받는 일 또한 그러하였다.

한 발 넓이의 이 굴에서 첨벙첨벙 개울에 빠지던 상한 무르팍 내 어릴 적 소처럼 길은 사랑할 채비 되어 있지 않은 자에게 길 내는 법 없다. 유혹당하는 마음조차 용서하고 보살펴야 이 굴 온전히 통과할 수 있다. 그래야 이 긴 어둠, 어둠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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