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인도네시아인에게 한국인이 어색해 보일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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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인에게 한국인이 어색해 보일 때

기사입력 2015.05.15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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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신성철 데일리인도네시아 대표

한민족은 한반도를 중심으로 대륙과 소통하며 5천년 역사를 이어왔다. 1945년 8월 15일 자주 독립을 이루지 못하고 일제 식민지에서 해방을 맞았고, 냉전의 이데올로기 속에 남북으로 갈라졌다. 이어 동족상잔의 한국전쟁을 겪은 후,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가로 남아 있다. 분단으로 대한민국에서 미국과 일본뿐만 아니라 육지로 연결된 중국과 러시아 등 다른 국가로 가려면 항공기나 선박을 이용해야만 하는 섬나라가 되었고, 한국인도 섬나라 사람들의 특성을 많이 갖게 됐다.  

그렇다면 한반도라는 섬에서 벗어나 세계 도처에 자리 잡고 살고 있는 730만 명의 한민족은 정말 섬에서 벗어났을까? 많은 한국인들은 해외에서 한국섬이라는 또 다른 섬에 안주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인도네시아에서도 다르지 않다. 한국인들은 60년대 말부터 본격적으로 인도네시아에 진출해 지금은 5만 명에 달하는 대규모 외국인 공동체를 형성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한인들이 한국 회사에 근무하고 한국 식당을 주로 이용하고 한국인들끼리 동호회나 단체를 만들어서 살고 있다. 인도네시아에 거주한 지 20년 이상 된 한인들 가운데서도 인도네시아어와 인도네시아 문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인도네시아인들 눈에 한국인들은 외모만 다른 게 아니라 말과 행동, 옷차림까지 어색해 보이는 경우가 많다. 

이번 칼럼에서는 인도네시아에서 한국인이 어색해 보이는 점에 대해 살펴보았다. 인도네시아인들에게 어색해 보이거나 고쳤으면 하는 한국인의 표현이나 행동에 대해 물었을 때, 돌아온 답변 중 대표적인 것이 바띡(batik), 쯔빳쯔빳(cepat cepat), 음박(mbak) 등이었다. '바띡'은 인도네시아인이 즐겨입는 전통 복장, '쯔빳쯔빳'은 빨리 빨리라는 뜻이며 '음박'은 자바어로 젊은 여성을 부를 때 쓰는 호칭이다. 

얼마 전 한 행사에 참석했을 때, 지한파 인도네시아인이 나에게 다가와 한국인이 바띡을 부적절하게 입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자카르타에 있는 한국 식당에 가면, 입구에서 서있는 인도네시아인 종업원들이 한복을 입은 모습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라며 “한국인들이 바띡을 입은 모습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에 따르면, 바띡은 시간, 장소, 행사의 성격, 행사의 주체인지 손님인지에 따라 소재, 문양, 소매 길이 등이 달라진다. 예를 들면, 낮시간에 업무를 할 때는 비교적 단순한 문양에 면으로 된 짧은 소매 옷이 좋고, 저녁에 열리는 공식행사에 참석할 때는 다소 화려한 무늬와 광택이 나는 긴 소매 옷을 입는 편이 좋다. 특히 행사의 주빈인 경우에는 무늬가 더 화려해야 한다. 

바띡은 염색 방법에 따라 손으로 일일이 점을 찍어서 그림을 그리는 바띡 뚤리스(tulis), 도장처럼 틀을 만들어서 문양을 찍는 바띡 짭(Cap), 인쇄 방식의 바띡 쩨딱(cetak) 등이 있다. 가격은 바띡 뚤리스가 가장 비싸고 이어 바띡 짭, 바띡 쩨딱 순이다. 문양과 색상에 따라서 전통 바띡, 퓨전 바띡과 현대 바띡 등으로 분류한다. 전통식 바띡은 말 그대로 전통적인 염료를 사용한 만큼 색상이 다소 어둡고 문양도 강해서 한국인들이 덜 선호하는 편이나 권위를 드러낼 수 있다. 현대식 바띡은 화학염료를 사용해 색상이 다양하고 무늬도 현대적인 감각으로 변형돼 외국인들이 선호하는 편이다. 퓨전은 오리지널과 모던의 중간 지점에 있는 옷이다. 천의 종류에 따라 실크, 폴리에스터 섬유, 면 등이 있고, 가격은 실크가 가장 비싸다.
 

▲ 전통 문양과 색상의 바띡을 입고 있는 조꼬위 대통령.  


그는 얼핏 생각하기에는 비싼 실크 소재로 만든 바띡을 입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문양이나 색상이 더 중요하다며, 잘 모르겠으면 현지인들이 입는 옷을 눈 여겨 보거나 뉴스에 나오는 정부 관리나 기업 대표들이 입는 옷을 참고로 하라고 말했다. 특히 한국인들은 기업의 대표이거나 귀빈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호텔이나 식당 종업원이 입는 바띡 문양은 피하라고 조언했다. 

인도네시아인들은 한국인하면 연상되는 단어로 ‘쯔빳쯔빳’을 언급했다. 한 한국 회사에 한국인 간부를 대상으로 인도네시아 사회문화에 대해 강의를 한 적이 있다. 이 회사의 인사 담당 책임자는 한국인 간부들이 지시하자마자 확인하려는 경향이 많다며 그러지 말아달라는 내용을 포함시켜 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사안이 발생하면 전후좌우를 살필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한민족은 5천년의 유구한 역사를 이어오면서 1천번에 가까운 크고 작은 외세의 침략을 받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근면하고 빠름이 우리의 생활습관이 되었다. 반면 인도네시아는 혹독한 외세의 침략을 받지 않고 외래문화를 수용하며 동양과 서양 문화를 혼합 발전시켜왔다. 우리에게는 ‘빨리빨리’라는 문화가 있지만 인도네시아에는 ‘알론 알론 아살 끌라꼰’(Alon alon asal kelakon)이라는 생활규범이 있다. 즉 ‘늦어도 좋으니 확실한 게 좋다’라는 의미다.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서둘러"라고 얘기할 때 cepat-cepat은 거의 사용하지 않으며, 다소 완곡하게 "cepatan" "buruan" "sedikit cepat" 등의 표현을 쓴다. 

한국인과 인도네시아인의 속도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나는 경우는 신호등 없는 길 건너기이다. 한인들에게 인도네시아에 살면서 가장 어려운 부분 중 하나다. 보행자들은 절대 뛰지 않으면서 그들만의 속도로 천천히 건너고, 운전자들은 이들을 피해서 서행하면서 사고도 없고 교통정체도 없이 교통흐름을 유지한다. 나는 길을 건널 때마다 인도네시아 사람만의 속도를 이해해야 무탈하게 이곳에서 살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한국인은 친근하게 한다고 하는 표현이 인도네시아인에게는 이상해 보이는 경우는 식당에서 현지인 종업원을 ‘음박’이라고 부를 때다. 음박는 자바어로 우리의 ‘언니’ 정도되는 호칭으로, 인도네시아 인구의 절반에 육박하는 자바인들이 쓰는 말이다 보니 한국인들도 자연스럽게 이를 쓰게 됐다. 일부 한인들은 음바와 비슷한 의미인 서부자바 지역의 지방어인 순다(Sunda)어 호칭인 ‘냉’(neng)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왠지 외국인이 인도네시아 사투리를 쓰는 것은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와 관련해 다수의 인도네시아인들에게 외국인이 사용할 수 있는 호칭은 무엇이 좋은지 묻자, 외국인으로서 점잖게 보이려면 성인 여성에게는 ‘이부’(ibu) 또는 ‘부’(bu) 남성에게는 ‘바빡’(bapak) 또는 빡(pak)이라고 호칭하는 게 무난하다는 답변을 들었다. 방송인이며 변호사인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미국인 하일 씨와 표준 한국말을 하는 한국관광공사 사장을 지낸 독일인 이참 씨를 연상하면 된다. 하일 씨의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는 유머스럽지만 권위는 없어 보인다. 반면 이참 씨의 정확한 한국어를 들으면 오히려 우리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된다. 

현재 전 세계 도처에 자리를 잡고 살고 있는 한인은 730만 명에 달한다. 100여년 전부터 중국, 미국, 일본 등지에 진출한 한인들 가운데 현지 주류사회 진출에 성공했다는 뉴스가 간간히 들여오지만 아직은 소수에 불과하다. 주류사회에 진출하려면 현지 언어를 습득하고 문화를 이해해서 비록 모습은 다르지만 현지인들에게 외국인이라는 느낌을 주지 않을 정도가 되어야 하고, 이런 단계에 오르려면 우리 한인들이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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