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김은숙 그대 이야기] 지극한 모성애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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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숙 그대 이야기] 지극한 모성애2

기사입력 2015.04.11 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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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숙의 그대 이야기>를 매주 토요일 데일리인도네시아에 연재합니다. 김은숙 씨는 족자카르타에서 사업을 하는 남편을 뒷바라지하고 사남매를 키우면서 사나따다르마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하고 수필집 두 권을 낸 열혈 주부 작가입니다. 현재 족자카르타 한글학교 교장으로 봉사하고 있습니다. [편집자주]


스물세 번째 그대 이야기 

                                   지극한 모성애 2

     인도네시아에서 산다는 것은 우리나라에서 산다는 것의 위험 부담률을 2배 이상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철마다 비행기를 타고 한국 갈 때마다 무서움이 적어지기는커녕 더 늘어만 간다. 그것뿐만 아니라  쓰나미에, 홍수에, 지진에, 특히 족자에 사는 이유로 화산 폭발로 인한 화산재 피해까지 입고 나니, 남들보다 천재지변에 관해 더 심도 있게 생각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우리네 외국 생활 인생 그렇게 위험 부담률이 높아도 삶이 풍요롭기 때문에 오늘도 감히 감사하면서, 그래 인명은 하늘이 정하는 것이기에 수백 번 비행기를 타고도 멀쩡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단한번의 비행기를 타고도 세상과 굿바이 하는 사람이 있는 것이 아닐까하며 위안을 삼고 넘기고 살고 있는 것이다.

     아무튼 병원 생활에서도 이런 변수들이 있었는데 내가 밤에 일할 때 2층 쓰레기통에서 불이나 2층 병실과 복도가 연기로 가득 찼었던 적이 있다. 다행이 큰 화제가 아니어서 물 한 대야로 끄는데 끝나버린 해프닝이었지만 그런 일에 경험이 있던 차에 또 화재 경보가 병원 안에 울렸다. 그날은 언니인 그대와 내가 당직을 서게 되었는데 정말 한가로운 낮시간에 아무런 징조도 없이 화재 경보가 확실하게 울렸다. 조금 괜찮은 환자들이 서서히 계단을 내려오며 피하고 있었고 갑자기 획! 바람처럼 누가 뛰어서 내 옆을 내려갔다. 나라는 사람은 화재사건 유경험자라고 여유로이 계단을 오르며 1층부터 점검하며 올라갔다. 간덩이가 부어도 보통 부은 게 아니지…….그러면 그렇지 이번에는 완전 경보기 오작동이었다. 아하, 이런 예감이 맞을 때는 감사하고 행복한 것이다.

     경보기가 오작동인 것을 안 환자들이 하나 둘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었고 모두들 정리가 되었다고 생각하고 간호사실에 막 앉았는데 언니인 그대가 다가왔다. 

“아까 화재 경보기가 울렸을 때 너는 어디 있었어?”
“언니 왜? 나 병실 체크 하느라 병원 뒤지고 다녔지 분명히 또 환자들이 담배 피고 쓰레기통에 담배꽁초를 함부로 버려서 일어난 경보일 것 같아서…….”
“그랬구나. 나봤지 뛰어서 내려가는 것?”
“언니였어. 자세히 못 보았는데”
“사실 나 병원 밖으로 도망쳤다가 들어왔다.”
“언니 정말이야?”
“그래 나도 알아 내가 미친 짓 한 것, 정말 간호사라면서 책임을 못한 것 같아 죄 지은 것처럼 마음이 무겁다.”
“언니 그거 아니거든 사람은 누구나 위험에 반사적일 수밖에 없잖아, 나도 아마 위험을 느꼈으면 도망 쳤을 걸.”
“그래도 너는 병원에 있었잖아”
“아! 그것은, 헤헤... 일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거든.”

     그렇게 이야기를 하다가 그대는 설움에 복받치는 아픈 그대의 사정을 이야기 했다. 결혼을 하고 그대는 정말 행복하다고 하며 매일을 살아가고 있었는데 삶이 한순간에 살얼음판이 되었다고 했다. 잘생긴 남자와 결혼을 한다고 다른 간호사들이 부러워하는 결혼식을 올렸고 신혼도 그야말로 재미있었다고 했다. 그리고 보석보다 예쁜 딸아기가 태어나서 행복이란 이런 것이구나 하며 살아가고 있는데 그 평범하고 한가한 하루가 갑자기 불행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는 상상을 못했다고 했다. 아담한 2층집에 세들어 살면서 그날 불행이 일어날 거라는 아무 징후도 없이 그대에게 불행이 닥쳤다고 했다.

     그대의 기억은 그날로 돌아갔다. 그 순간 정지된 화면처럼 남편이 한가로이 신문을 보고 있었고 그대가 음식을 차리고 아기가 엉금엉금 기어 다니며 재롱을 떨어 가장 행복한 순간 세 사람의 눈이 마주쳤다. 아이가 열린 2층 창문 가까이에 있었고, 그대는 식사를 위해 남편을 부르려 했고, 남편도 아기를 보려고 눈을 맞춘 그 순간. 세상이 왜 정지가 되지 않는지 저주스러웠던 그 순간. 그대의 딸이 손쓸 사이도 없이 2층 창밖으로 떨어진 것이다. 그 후로 그대의 딸은 어린 나이에 2번의 뇌수술을 받았다고 했다. 5살이 된 지금 아직 뇌의 천문이 좁혀지지 않아 다시 한 번 뇌수술을 앞두고 있기에 차마 엄마로서 아픈 자식을 두고 일찍 죽을 수가 없어서 반사적으로 화재 벨이 울리자 ‘내가 살아야 딸을 살린다는’ 생각으로 무조건 뛰었다고 했다. 

     요즘에는 천재든 인재든 고통의 순간에서 살아난 사람들이 많다. 우리 가족이 6천명이 넘게 죽은 족자의 대 지진에서 살아남은 것처럼 어느 순간에 누구는 살고 누구는 죽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때 고통의 순간에서 살아난 사람들에게 너만 살아 있다고 맹비난을 할 수도 있다. 그리고 그 때문에 스스로 죄스러워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나 우리는 어차피 우리 몫의 삶을 살고 있을 뿐이다. 과연 우리라는 사람들 중에 누가 살아남은 사람들에게 돌을 던질 수 있을까? 던져서도 안 되는 것은 어떤 상황에서라도 최선을 다해 살아 주는 것 또한 삶이라는 것에 대한 의무와 책임이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요즘 몇몇 커다란 사건들에서 혼자만 살겠다고 타인을 방치하고 살아남은 그런 행위는 용서 받을 수 없겠지만 어째든 삶은 숭고하고 고귀한 것이다. 언니 그대가 잘못을 안 한 것은 아니지만 솔직하게 말해 그대는 딱 사람이었다. 자식을 위해 삶에 몸부림치면서도 잘못을 반성할 줄도 알고 그야말로 지극타 못해 아름다운 모성애를 가진 그대, 나는 그런 그대에게 사람 냄새가 나서 고마울 뿐이었는데 언니는 몹시 힘들어 했다.

     세상은 요즘 자기의 이익을 위해 죄 없는 친구를 모함하고, 나 살자고 생때같은 생명들을 저버리는 사람들로 인해 양심이라는 것은 이미 전당포에 맡긴지 오래이다. 특히 무서운 우리 십대들이 남의 고통을 즐긴다고 하는 이 시대에 언니는 그에 비해 너무 양심적인 것이다.

     어지럽고 험난한 이 세상에 우리는 정말 내 아이들을 위한 아름다운 프로젝트를 분별력 있고 정의로운 모성애로 다시 써야 할 것 같다. 돈이 자식을 키우는 시대, 명예가 자식을 키우는 시대, 일류대의 목표가 자식을 키우는 시대가 되어가는 요즘 세대에 아름다운 모성애를 가진 사람 같은 사람으로, 자식을 목숨을 걸고 걱정하는 양심적인 어머니의 마음으로 자식을 키우는 시대가 되어야 우리 아이들의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엔 진정한 사람 냄새가 나는 그런 삶이 오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죽음이라는 운명의 순간에도 자식을 위해 달리는 그대의 마음, 아름답다 못해 애처로운 모성애였다.

# 어제 같은 오늘을 지내셨나요? 그러면 오늘 같은 아름다운 미래가 당신을 기다릴 것입니다. 오늘 이 순간 최선을 다해 사랑하고 성실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모두 행복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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