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강인수의 문학산책 #84 방울토마토/강인수 강인수의 문학산책 #83 오래된 자전거/강인수 강인수의 문학산책 #82 땡볕/강인수 강인수의 문학산책 #81 혓바늘/강인수 강인수의 문학산책 #80 괜히 그랬다/강인수
실시간 문화∙예술기사 강인수의 문학산책 #84 방울토마토/강인수2025/07/18 12:46 방울토마토 강인수 빨간 눈알들이 소쿠리에 담겨있다 햇빛에 반짝이며 제 몸에 열꽃이 피는 줄도 모르고 실핏줄 아슬아슬 터질 것 같이 세상을 뚫어지게 바라보는 너희는 오늘도 핸드폰 검색창을 열심히 ... 강인수의 문학산책 #83 오래된 자전거/강인수2025/07/10 22:15 오래된 자전거 강인수 아파트 경비실 옆 오랫동안 서 있는 자전거는 지난봄부터 주인 없이 그 자리에 제비꽃이 되어버렸네 구석에 쳐박혀 시시때때로 빗물 먹어가며 따가운 볕에 익어가는 안장 장바구니 앞에 달고 ... 강인수의 문학산책 #82 땡볕/강인수2025/07/04 13:03 땡볕 강인수 양산을 쓰고 선글라스 낀 이웃집 여자가 땡볕을 피하며 걸어옵니다 골목 저만치 엄마도 걸어옵니다 머리에는 수박을 이고, 한 손엔 가방을 들고 빨간 칼날이 무섭게 정수리 한 곳만 꽂힙니... 강인수의 문학산책 #81 혓바늘/강인수2025/06/26 12:51 혓바늘 강인수 뾰족한 돌기, 붉은 살덩이에 박혀 물 한 모금 마셔도 까슬까슬한 어제 뱉은 의미 없는 농담들 너에게 쏘아붙인 차가운 말 얼음을 핥아버려 수분을 증발시킨 바스러진 관계 혀를 쑥 내밀어 보니 가운데 하얗게 핀 곰팡이 입안은 고독했던 것... 강인수의 문학산책 #80 괜히 그랬다/강인수2025/06/19 18:40 괜히 그랬다 강인수 목줄 찬 강아지 한 마리 주차장에서 주인을 찾아 헤맨다 무심코 머리를 쓰다듬으려 하자 낯선 손길에 멀리 달아난다 경비 아저씨 “방금까지 주인이 찾아 다니던 그 개 인가?” 혼잣말 남기고 ... [칼럼] '자무' – 전통과 현대의 조화2025/06/14 08:27 [칼럼] 인도네시아의 살아있는 유산, '자무' - 전통과 현대의 조화 글: 조연숙 인도네시아를 여행하거나 그 문화를 접해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 '자무(Jamu)'라는 이름을 들어봤을 거예요. 혹자는 길거리에서 마주치는 주황색 물병을 든 아주머니의 모습에서... 강인수의 문학산책 #79 그 틈 어디쯤/강인수2025/06/12 22:16 그 틈 어디쯤 강인수 수요일이면 아파트 마당 가장자리에 옆구리에 주소를 문신처럼 달고 나온 상자들, 한 끼를 품은 비닐, 입술 자국 남은 병들이 말없이 묶여 있다. 모자를 깊게 눌러쓴 사람들, 지난주의 유품을 들고 나와 분리된 푸... 강인수의 문학산책 #78 내가 나를 훔쳤던 날들/강인수2025/05/28 21:24 내가 나를 훔쳤던 날들 강인수 인도네시아에 살다 보면 마음이 불편하고, 쉽지 않은 일들이 종종 일어난다. 고용주와 피고용인의 관계에서 우리가 현지인보다 우위에 있는 입장이다 보니, 절도 사건이 발생할 때면 인간에 ... 강인수의 문학산책 #77 내 고양이 짱이/강인수2025/05/23 08:36 내 고양이 짱이 계단에서 넘어져 무릎에서 피가 났다 “앙!” 하고 울고 있었는데 어디서 왔는지 길에서 사는 작은 고양이 한 마리가 “야옹!” 하고 함께 울어주었다 괜찮다며 “야옹!”하고 나 대신 울어주었다 골목길에서 ... 강인수의 문학산책 #76 고백/강인수2025/05/15 07:25 고백 강인수 선생님, 저는 왜 이 나이가 되도록 그날의 복숭아가 자꾸 생각날까요 포장도 안 된 누런 종이봉투 속 말랑말랑 물러 터진 분홍 심장 그걸 선물이라고 드렸었죠. 그런데 선생님은 정말 맛있게 드셨어요. 그게 왜 그리 ... 강인수의 문학산책 #75 나는 비행 중입니다/강인수2025/05/08 21:29 나는 비행 중입니다 강인수 양팔을 벌리고, 공중에서 조용히 순항 중입니다 바람을 거슬러 호흡을 거칠게 내쉽니다 남쪽 나라의 한때 소나기가 갑작스레 내릴 때면 울렁이는 배처럼 잠시 흔들릴 뿐 다시 앞으로 나아갑니다. 하... 강인수의 문학산책 #74 화양연화/강인수2025/05/01 15:38 화양연화 강인수 한자리에 서서 떠나지 않았다 구멍 난 가슴 친구삼아 난세를 이겨낸 찬란하고 아름다웠던 기억이 고운 햇살을 당기는 중 성균관대 교정에서 [사진: 강인수] 시 읽기 ... 강인수의 문학산책 #73 단팥빵/강인수2025/04/24 10:43 단팥빵 강인수 책상 앞에 놓인 편지는 달콤한 시 한 편이었다 너를 읽는 동안 그 옆에 누가 가져다 놓았는지 모를 단팥빵을 한 입 베어먹으며 지나간 벚꽃의 계절을 가만가만 씹고 한여름잘 달궈진 돌처럼 맨들맨들 따뜻한 ... 강인수의 문학산책 #72 거기에 내가 서 있다네/강인수2025/04/18 09:31 거기에 내가 서 있다네 강인수 따뜻한 바람이 불어오는 곳. 자유로워라! 자유로워라! 외치는 그대들의 기도가 야자수 아래에서 달콤해지는 곳. 그리고, 날이 저물기를 기다려 긴 머리카락을 늘어뜨린 자바의 여인들이 ... 강인수의 문학산책 #71 드러남에 대하여/강인수2025/04/12 08:09 드러남에 대하여 강인수 한때는 민소매 원피스를 즐겨 입었지. 둥글고 매끈한 어깨가 봄 햇살에 반짝였지. 포슬포슬 찐 감자 같은 흰 어깨가 예뻐서 작은 새라도 날아와 앉아줬으면 ... 강인수의 문학산책 #70 노년의 뜰/허영자2025/04/06 22:04 노년의 뜰 -눈 내리는 밤 허영자 아픈 사람아 많이 아픈 사람아 그대 마음에 입은 상처 그대 몸에 입은 상처 그 짙은 보랏빛을 지우며 아프지 말거라 부디 아프지 말거라 이 밤에는 눈이 내린다 ... [단편소설] 조용한 르바란2025/03/29 19:32 [단편소설] 조용한 르바란 글: 조연숙 데일리인도네시아 편집장 2025년 3월, 자카르타 닝시는 새벽부터 창가에 앉아 고향 브레베스의 날씨를 확인하고 있었다.인도네시아 최대 명절인 르바란(Idul Fitri)은 한 달간의 금식(라마단)을 마친 뒤 가족과 함께 축하... 강인수의 문학산책 #69 BB 스파에서(인도네시아)/강인수2025/03/28 08:05 BB 스파에서(인도네시아) 강인수 먼 곳까지 와서 때를 밀어달라며 몸뚱이를 맡긴다. 낯선 물결이 살 속 깊이 스며들 때, 다섯 뼘 평상 위에서 조용히 껍질을 벗는다. 둥글둥글 구르는 몸, 세신사의 손길 아래 삶은 달걀처럼 매끈... 강인수의 문학산책 #68 달팽이/강인수2025/03/14 00:02 달팽이 강인수 달팽이가 간다. 굼실굼실 간다. 한참을 기어 왔는데 돌아보면 헛걸음도 많다. 배춧잎에 올라 허기를 채운다 싶었는데 씁쓸한 냄새 배어 있다. 더듬이를 흔들며 왔던 길을 배 밀며 내려간다. 세상이라는 잎사귀를 한 번쯤 밟... 강인수의 문학산책 #67 나는 다리를 건넌다/이준관2025/03/06 07:22 나는 다리를 건넌다 이준관 다리를 건너 직장에 가고 다리를 건너 시장에 간다 그러고 보면 나는 많은 다리를 건너왔다 물살이 세찬 여울목 징검다리를 두 다리 후들거리며 건너왔고 나무로 얼기설기 엮어 만든 삐걱거리... 12345678910다음 마지막